"레버리지만 막고 시장은 방치?"…증안펀드·공매도 금지 요구 확산 [증시는 왜]
"시장안정 대책 실종"…투자자들 증안펀드·연기금 투입 촉구
전문가 "유동성 부족이 핵심…뚜렷한 매수주체 부재"

[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해 장중 60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마저 장중 700선을 내주면서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에는 속도를 냈지만 정작 시장 전체의 유동성 위기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p(10.84%) 급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23일 910.71p 하락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낙폭이다. 하락률 기준으로는 역대 네 번째다. 장중에는 5992.91까지 밀리며 낙폭이 11.29%까지 확대됐다.
코스닥도 59.01p(7.72%) 떨어진 705.85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697.45까지 밀리며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700선을 하회했다. 양 시장에서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작동하며 사실상 패닉장이 연출됐다.
■"증안펀드는 언제 쓰나"…커지는 시장 안정 요구
시장 급락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금융당국으로 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증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과 공매도 한시 금지 등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이런 장은 처음 본다"며 "이미 꼬여버린 수급을 탓할 게 아니라 지금 시장이 자연적으로 회복 가능한 상황인지,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비상 단계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당국은 레버리지 상품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정작 코스닥과 비반도체 업종은 실적과 산업 전망과 관계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구조적인 저평가를 넘어 국내 비반도체 산업이 증시에서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투자자들은 이번 급락이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유동성 붕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인 2008년 10~11월 코스피와 코스닥의 누적 하락률은 각각 약 26%, 30% 수준이었지만 최근 두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낙폭은 각각 약 29%, 38%에 달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체감 충격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코스피는 연초 대비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스닥은 연초 대비 20% 넘게 하락하면서 체감 충격은 훨씬 크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자금이 집중되는 사이 바이오와 소부장, 중소형 제조업 등 비반도체 업종은 거래 자체가 급감하며 시장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버블이 아니라면 반도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겠지만 코스닥과 비반도체 산업은 유동성 자체가 끊기고 있다"며 "증안기금을 동원하거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등 시장 심리를 회복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열 억제와 시장 안정은 별개"…매수 주체 실종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급락의 본질을 기업 실적보다 유동성 위축에서 찾고 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유동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라며 "코스피는 기술적으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지만 투자자예탁금이 6월 초 약 140조원에서 7월 말 106조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과 외국인·기관의 수급 복귀도 제한돼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최근 조치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안전판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신규 상품 상장을 중단한 데 이어 투자액을 금융투자상품 총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예시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리밸런싱 시점 분산과 유동성공급자(LP) 운영 개선은 업계 자율에 맡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열을 억제하는 조치와 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책은 성격이 다르다"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매수 주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증안펀드 재가동이나 공매도 한시 제한, 연기금의 시장 안정 역할 확대 등 유동성을 보강할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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