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6개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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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는 현대적인 참사다.
탑승 인원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어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2024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서 만든 '737-800' 기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와 새 떼 충돌 사고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이번 참사처럼 심각한 조류 충돌이 발생했을 때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지고 조종사가 APU를 켜지 않거나 APU가 켜지지 않는 경우 RAT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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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고는 현대적인 참사다.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항공기 구조와 비행 원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온전한 형태도 아닌 잔해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고를 일으킨 원인마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다르고 그 경중도 다르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사고가 발생한 뒤 1년 이내 최종 조사보고서를 내도록 각 나라 항공사고 조사 기관에 권고하지만, 종종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탑승 인원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어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2024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참사 발생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난 2025년 1월26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서 5쪽짜리 ‘예비보고서’를 냈지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2025년 7월19일에는 항철위가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프랑스의 엔진 제작사와 함께 진행한 ‘합동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유가족에게 설명했다. 새 떼와 충돌한 뒤 심각한 피해를 본 건 비행기의 오른쪽 엔진인데, 조종사가 실수로 왼쪽 엔진을 잘못 껐다는 내용이었다.
유가족은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유가족이 가장 집중한 문제는 비행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이었다. 콘크리트 둔덕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사고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즉 정부의 책임이기도 했다. 유가족의 분노를 더 키운 건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항철위가 콘크리트 둔덕을 책임져야 할 국토부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셀프 조사’로 콘크리트 둔덕을 조종사 과실로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고 초기부터 유가족은 ‘국토부로부터 항철위 독립’을 요구해왔다. 마침내 올해 1월15일 항공·철도사고조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항철위의 소속이 국토부가 아닌 국무총리실로 바뀌어 외부 지시나 간섭 없이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 위원장과 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사고 유해 재수색 작업 등으로 인력이 빠지면서 항철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었다.
‘허드슨강의 기적’과 다른 결정적 차이
보다 못한 유가족이 다시 나섰다. ‘총체적 부실에 대한 특별법 개정 및 국가위로금 추진 결사(총특위추)’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콘크리트 둔덕뿐만 아니라 조종사 과실이나 기체 결함 등 다른 요인도 폭넓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유가족 중심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가가 대형 참사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을 빨리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았다. “대한민국에서 참사 유가족이 돈 이야기를 하면 욕먹는다는 거 안다. 그런데 정말 힘든 집이 많다. 한날한시에 부모를 잃은 어린 학생이나 자신을 부양하던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은 어르신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나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총대를 멨다.” 참사로 부모를 모두 잃은 김윤미 총특위추 대표가 말했다.
총특위추가 결성된 계기는 항철위의 더딘 조사 속도만이 아니다.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참사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12·29 국조특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당시 국조특위에서도 주로 콘크리트 둔덕과 새 떼가 쟁점이었다. 1월22일 4차 국조특위에는 기체 결함 가능성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섀퍼 윌리엄 토머스 보잉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의 협조를 다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장장 12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회의가 끝날 무렵에야 “혹시 청문회를 지켜보고 할 말이 있다면 한말씀하시라, 없으면 안 하셔도 좋다”라는 국조특위 위원장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국조특위는 2025년 12월22일부터 2026년 1월30일까지 한 달여 짧은 기간에 여섯 차례 회의를 열고 활동 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특별수사단을 꾸려 직접 수사를 지휘하기로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원래 수사를 맡고 있던 전남경찰청이 참사 이후 1년이 넘도록 단 한 명도 검찰에 넘기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경찰 수사에서 한 차례 무력감을 느낀 일부 유가족은 경찰이 다시 수사를 맡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과 아쉽게 끝난 국조특위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 ‘총체적 부실’을 비판하기 위해 총특위추를 꾸렸다.
총특위추가 특히 주목한 건 기체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서 만든 ‘737-800’ 기종이다. 737-100부터 시작하는 보잉 737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트 여객기종임에도 RAT(Ram Air Turbine·비상용 공기 터빈)를 장착하지 않은 기종이기도 하다. RAT는 비행기의 엔진이 모두 꺼진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조종사의 판단 없이 자동으로 기체 밖으로 튀어나와 돌아가는 발전용 프로펠러다. 맞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끊긴 전기와 굳은 유압을 최소한으로나마 되살려 조종사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60년대 처음 출시된 보잉 737 기종은 엔진이 두 개 다 꺼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만약 두 엔진이 모두 꺼져서 전기가 차단되고 유압도 먹통일 경우 사실상 조종사가 완력으로 비행기의 힘줄 격인 케이블을 잡아당기는 수동 조작 모드에 들어간다. 조종사가 온 힘을 다해 뻑뻑해진 조종간을 밀고 당겨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조종사는 APU(Auxiliary Power Unit·보조동력장치) 스위치를 수동으로 켜서 엔진을 되살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1월15일 국조특위에서 항철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비행기에서 발견된 APU 스위치는 ‘OFF’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총특위추의 일부 유가족을 대리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사건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비교했다. “두 사건은 원인이 같지만 결과가 다르다.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 충돌) 때문에 양쪽 엔진이 끊긴 동일한 상황에서, 허드슨강의 기적이 일어난 비행기에는 RAT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기장이 침착하게 APU를 켜고 동체 착륙을 해 탑승자 모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하종선 변호사는 비행기에 RAT가 장착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보잉 본사를 상대로 제조사 과실을 따지는 소송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와 새 떼 충돌 사고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이번 참사처럼 심각한 조류 충돌이 발생했을 때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지고 조종사가 APU를 켜지 않거나 APU가 켜지지 않는 경우 RAT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실제 소송이 진행되면 RAT 장착 여부가 주요 쟁점인 첫 재판이 될 예정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안전 개선 명령을 규정한 항공안전법 제94조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한국 국적기라면 RAT가 달린 기종을 쓰도록 개선 명령을 내려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시사IN〉은 보잉코리아에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번 사고 조사 대상 사안과 관련된 모든 문의는 항철위로 해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총특위추는 4월28일과 6월9일 두 차례에 걸쳐 보잉코리아가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물론 ‘RAT 부재’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참사가 일어난 건 아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겹쳐 발생했다. 활주로 상공에 왜 그 많은 새 떼를 방치했는지(공항 책임), 조종사는 왜 새 떼와 충돌했을 때 그대로 착륙하지 않고 복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왜 손상이 덜 심한 엔진을 끄고 APU를 켜지 않았는지(조종사 책임), 조종사에게 비상시 훈련이 제대로 제공됐고 기체는 제때 점검했는지(항공사 책임), 애초에 기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비행기 제조사 책임) 모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초 단위마다 책임 소재가 갈리는, 혹은 섞이는 복잡한 문제다. 참사 직후 충격과 슬픔에 짓눌린 유가족이 직접 살펴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문제이자, 애초 유가족이 전면에 나서서 해결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사고 원인을 다각도에서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항철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12월29일, 소송 제기 시한이 끝난다
유가족은 5월18일 무안공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항철위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항공사고 조사 건수가 해외에 비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점이 있다며 해외 용역 조사를 검토해보라고 항철위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국조특위가 종료된 뒤 수사를 시작한 경찰 특별수사단은 참사 관련자 34명을 특정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로부터 항철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총리 후보자 국회 청문회가 열린 당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김윤미 총특위추 대표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성숙 후보자를 향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알고 있다고 답하자 김 대표는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2월 말 총리실로 이관된 항철위는 넉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한 상태다(기사가 나간 뒤인 7월20일, 항철위는 최기영 인하대학교 항공우주방산전문대학원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025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 6월까지 최종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항철위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시한 해외 용역 조사에 대해 “국내에서 조사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유가족의 신뢰가 낮은 분야를 추려 조사업체를 섭외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위원회가 내려야 한다. 유가족이 그토록 원하는 FDR(비행기록장치)·CVR(조종석 음성기록장치) 데이터의 완전한 공개 역시 항철위 내부 의결이 필요하다.
제주항공 책임 여부도 항철위의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국제항공 운송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규율하는 국제규범인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피해자는 항공기 사고가 일어난 지 2년 안에 항공사에 대한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 오는 12월29일이면 그 시한이 만료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아직 항철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 유가족에게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2년 시한을 안내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모두가 항철위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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