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AI 데이터센터로 변모하는 통신사 기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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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오랫동안 망 사업자였다. 통신사 기지국 등에 AI 연산 능력을 결합하면 통신망이 AI를 직접 실행하는 컴퓨팅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가벼운 작업은 스마트폰으로, 조금 복잡한 실시간 추론은 가까운 기지국이나 국사를 통해, 대형 AI 모델이 필요한 작업은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지국이 '에지 데이터센터'가 될 경우 통신사는 트래픽 운반자가 아니라 AI 실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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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에서 AI 연산 처리하는 AI-RAN
인공지능(AI) 시대는 통신사에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준다. 그간 AI 연산은 사용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기에서 바로 AI 연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에이전트가 설치된 스마트폰이나 AI 전용 개인용 컴퓨터(PC), 자율주행차, 드론,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등이 그 도구다. 만약 AI 연산이 매번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된다면 응답이 늦어질 뿐 아니라, 비용이 커질 것이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새 나갈 위험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향후 더 많은 AI 연산이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 가까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이 지점에서 통신사의 자산이 빛나게 된다. 통신사는 이미 전국 곳곳에 기지국과 광섬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통신사 기지국 등에 AI 연산 능력을 결합하면 통신망이 AI를 직접 실행하는 컴퓨팅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상을 'AI-기지국(RAN)'이라고 한다. 통신사가 깔아둔 기지국과 여러 기지국에서 모인 데이터를 총괄하는 국사(局舍)가 작은 데이터센터처럼 작동하는 체계다. 통신사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비용만 잡아먹던 사이트가 수익원으로 바뀌는 길이 열린 셈이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아마존웹서비스, 엔비디아, 삼성전자, 소프트뱅크, T-모바일 등이 참여한 'AI-RAN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엔비디아는 통신사의 분산된 국사들을 연결해 AI 추론을 사용자 가까이에서 처리하는 'AI 그리드'(인공지능 통신망) 개념을 체계화했다. 엔비디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사에 약 10만 개의 분산 거점이 있다.
실제 기지국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5G 기지국에서 AI를 구동하는 야외 테스트를 거쳐 연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T-모바일은 무선망을 '물리 AI를 위한 분산 에지 AI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통신망을 AI 산업 인프라로 전환하는 흐름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우리는 AI를 3단계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벼운 작업은 스마트폰으로, 조금 복잡한 실시간 추론은 가까운 기지국이나 국사를 통해, 대형 AI 모델이 필요한 작업은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체계에서 기지국은 통신 신호가 잘 잡히는 공간을 넘어 AI가 빠르게 반응하는 곳으로 진화한다. 공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불량을 발견하고 즉시 라인을 멈춰 세우거나, 도심 교차로에서 자율주행차와 보행자의 움직임을 실시간 판단해 적절한 관제 시스템을 작동해야 할 때 AI 기지국은 더욱 유용하다. 데이터가 멀리 있는 클라우드를 왕복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24년 'AI 얼라이언스' 출범
물론 AI-RAN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지국은 공간, 전력, 냉각 시스템 등이 제한적이라 즉시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다.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 통신사는 이미 5G를 통해 좋은 기술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AI-RAN도 6G 기능에만 집중하면 사업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공장의 로봇 제어, 도로 관제, 항만 자동화, 병원 영상 처리 등 신속성과 보안이 중요한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 의료, 국방 분야 기업은 AI 수요가 있어도 데이터 유출 우려 때문에 데이터센터 이용을 꺼린다. 통신사는 이런 기업들에 데이터를 가까운 기지국에서 처리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한국은 5G 보급률이 높고 제조업, 반도체, 로봇, 자동차 등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AI-RAN이 상용화되면 통신사는 요금 경쟁에서 벗어나 산업용 AI 인프라 사업자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통신장비, 반도체, 메모리, 스마트폰 사업을 모두 하는 삼성전자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AI-RAN의 본질은 통신망 재정의다. 3G, 4G가 사람을 연결했고 5G가 사람과 기계를 연결했다면 AI-RAN의 6G는 AI 연산을 수행할 것이다. 기지국이 '에지 데이터센터'가 될 경우 통신사는 트래픽 운반자가 아니라 AI 실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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