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인 줄 알았으면 안 샀다"…'책도둑' 논란이 남긴 질문 [쓸만한 이슈]

김희선 2026. 7.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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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역 의혹 수개월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운영사 "27일 이전 구매자 전액 환불"
전문가 "AI 활용 자체는 문제 없어…사람이 번역한 것처럼 믿게 한 것이 문제 핵심"
AI 기본법·표시광고법·저작권까지 쟁점…"투명성 잃으면 콘텐츠 산업 신뢰 무너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단돈 1만9800원에 고전문학 전자책을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기를 끌던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앱) '책도둑'이 인공지능(AI) 번역 활용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난해 9월 서비스 시작과 함께 일부 사용자들이 번역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도 거듭 부인하던 '책도둑'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입장을 번복한 셈이 됐다. 이용자들은 'AI 번역' 자체보다 운영사 대응에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법률 전문가도 '책도둑'의 이번 문제를 AI 활용이 아닌 '미고지'라고 짚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사안을 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법률사무소 로앤이 이유림 대표변호사는 27일 파이낸셜뉴스에 "이번 사안은 AI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태도의 문제라고 본다"며 "AI를 쓰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감추고 소비자가 사람의 노력으로 믿게 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1만9800원에 고전 1000권 마음껏 볼 수 있다더니…왜 논란이 됐나

'책도둑'은 "저작권이 만료된 세계 고전문학을 현대어로 새로 번역하고, 한국에 없던 책은 처음으로 번역해 구독료 없이 평생 소장하는 전자책 독서 앱"을 표방하며 지난해 9월 운영사 더나은내일이 출시한 앱이다.

문제는 '책도둑'이 번역에 AI를 활용하면서도 그 사실을 결제 화면에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8일 기준 '책도둑'에 등록된 도서는 730권으로, 이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평생 소장권'은 1만9800원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의문을 품은 누리꾼들이 AI 번역 의혹을 제기했고, '책도둑'은 25일 SNS에 "AI 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 말씀드린다"라며 "AI를 쓴다. 대신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AI로 번역한 책인 줄 알았다면 결제하지 않았을 것", "기존 출판사의 유통구조를 지적하며 소장권을 팔더니 AI 이용해서 돈 벌려는 수작이었다", "AI 활용 여부를 미리 고지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기당한 기분" 등의 반응을 보이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진=X 갈무리

여기에 일부 이용자가 지난해 12월 "AI 번역이냐"고 물었을 때는 이를 부정하는 뉘앙스의 답변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환불 문의가 쏟아졌다.

결국 '책도둑'은 지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저희 서비스 및 번역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큰 심려와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으로 실망을 느끼신 독자분들을 위해 7월 27일 이전 구매건에 대해 기한과 관계없이 신청 시 전액 환불해드리겠다"고 전했다.

현재 '책도둑'은 8월 1일부터 평생 소장권을 49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책도둑' 측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AI 쓰는 건 잘못 아니지만…문제는 그 사실을 감춘 것"

이번 논란의 핵심은 AI 활용이 아니라 'AI 사용 여부 사전 미고지'에 있다며 법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 변호사는 "실제로는 AI 번역을 사용했음에도 (소비자에게) 'AI 번역이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미고지를 넘어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1월 22일 시행된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은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에 대해 두 가지 의무를 지운다. 하나는 이용자가 결제하기 전에 AI 활용 사실을 알리는 사전 고지의무(제31조 1항), 다른 하나는 결과물에 이를 표시하는 표시의무(제31조 2항)다.

인공지능기본법상 고지의무 위반은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변호사는 "시행령상 실제 부과 수준은 사전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수백만원대에서 시작해 위반 횟수에 따라 가중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는 계도기간이므로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시정 권고나 시정명령이 먼저 나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과태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서 인공지능기본법만 놓고 보면 제재 수위는 높지 않다"며 "실질적인 견제는 오히려 표시광고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쪽에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소극적 은폐를 넘어, 사실과 반대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이라면 표시광고법상 거짓·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번역 방식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인데, 그에 관해 사실과 반대되는 답을 했다면 기만성이 뚜렷해진다"고 지적한 뒤 "민사의 관점에서도, 소비자가 그 답변을 믿고 사람이 번역한 것으로 오인하여 결제했다면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AI로 번역한 작품에는 저작권이 있을까

저작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현재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된 작품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원작 고전의 저작권이 소멸했더라도, 그것을 우리말로 옮긴 기존 번역본은 번역자의 창작적 노력이 담긴 2차적 저작물로 간주해 별도로 보호된다. 문장을 고르고 표현을 다듬은 그 선택에 창작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AI가 원문이 아니라 기존의 특정 번역본을 학습·참조해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결과물을 냈다면, 원작이 아니라 그 번역본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답했다. 관건은 원문을 새로 옮겼는지, 아니면 기존 번역가의 표현을 가져다 썼는지다. 이 경우 권리자인 번역가나 출판사가 두 번역물의 표현을 구체적으로 대조해 실제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반면 AI가 원문을 새로 번역했을 경우, 결과물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이 변호사는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해 창작 주체를 인간으로 전제한다"며 "AI 번역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사람이 애써 번역한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실제로는 저작권조차 인정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마치 창작물인 양 판 셈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안과 같은 은폐가 반복될 때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크게 무너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정직하게 AI를 활용하는 사업자까지 함께 의심받고, 결국 산업 전체가 손해를 본다"며 "AI 시대에 콘텐츠를 파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법적 의무는 투명하게 밝히고, 소비자를 속이지 않으며,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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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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