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도 얼음물도 없다’] 폭염 속 산림작업 이주노동자 2년째 사망

폭염 속 산림작업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이 잇따라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사업을 발주한 지자체의 책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7월24일 포항시의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해 제초작업을 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고 슈레스타씨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4일, 충북 괴산군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 모두 지자체가 산림사업을 위탁한 산림조합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등은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단계 하청구조 속 지자체와 산림조합의 무책임이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포항지청이 1년 전 조사와 처벌을 미루지 않았다면 젊은 이주노동자가 똑같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포항시와 산림조합, 시공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포항지청에 고발했다.
고 슈레스타씨는 작업 3일째였던 지난해 7월24일 휴식 후 예초작업을 재개한 지 5분 만에 쓰러졌다. 당시 폭염경보가 발령됐지만 현장에는 그늘막도, 얼음물도 없었다. 사고 전날 "더우면 말하라"는 말 외에 별도의 안전교육도 없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측정한 체온은 39.6도였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숲가꾸기 사업처럼 덥고 힘든 옥외작업은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이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포항지청은 살인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괴산군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20대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산림청은 해당 사고를 계기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야외작업을 전면 중지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계속되는 사고에 발주처이자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이주노동인권모임 '미나리'는 "지자체 위탁을 받은 산림조합과 하청업체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온의 야외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지방정부와 노동부의 명백한 방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외국인 온열질환자는 2021년 43명에서 2025년 249명으로 약 6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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