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탄’ 없는 중기관총으로 GP 경계 서는 軍

양지호 기자 2026. 7.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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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군단, 올초 내부지침 변경
총 옆에 탄통 두고 결합은 안 해

북한과 마주한 서부 전선 최전방에 위치해 서울 방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육군 1군단이 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에 배치된 ‘K6 중(重)기관총’에 실탄이 든 탄띠를 걸어 두지 않고 경계 작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실탄을 총기에 결합해 두지 않으면 유사시 즉각적 대처 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을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북한군이 지뢰 매설과 철조망 설치 등을 위해 수차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남하한 상황에서 우리 군의 경계 태세 약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6 중기관총/조선DB

1군단 등 전방 군단들을 관할하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경계 근무 시 기관총에 여러 개의 실탄이 연결된 탄띠를 걸어 두는 ‘삽탄(揷彈)’ 상태 유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군단은 올해 상반기부터 경계 근무 지침을 변경해 K6 중기관총에 삽탄을 하지 않고, 탄띠가 든 탄통을 옆에 비치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6 중기관총은 우리 군의 최전방 핵심 공용화기로, 북한군이 우리 감시초소에 총격을 가하거나 북한군이 남하하는 등의 유사시 대응에 쓰인다. 삽탄이 돼있지 않으면 상황 발생 후 우선 탄통에서 탄띠를 꺼내 K6 중기관총에 걸어야 비로소 사격이 가능해진다. 야전 지휘관으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은 “야간에 상황이 생기면 손전등에 불을 켜고 실탄을 장전해 싸워야 할 상황인데 어떻게 즉각 조치가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1군단 측은 이처럼 지침을 변경한 이유를 묻는 본지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전방 경계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는 본지에 “합참은 관련 지침 변경에 대해 1군단으로부터 보고받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합참은 본지 질의를 받기 전까지 1군단의 경계 지침 변경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北 무력도발 땐, 즉각 사격 못하고 총알부터 찾아 넣어야

북한군을 마주하고 임진강 하구 일대와 서울 북쪽 외곽을 방어해야 하는 육군 1군단은 수도 방위에 미치는 중요성 때문에 군 내에서도 핵심 군단으로 꼽힌다. 이런 1군단이 K6 중기관총에 실탄이 든 탄띠를 걸어놓지 않고 경계 근무를 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한기성 군단장(중장)이 취임한 이후의 일로 알려졌다. 학군장교 출신인 한 군단장은 최초의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 1군단장으로 주목받았다.

1군단 측이 실탄 삽탄 중단 배경을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군에서는 K6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28일 경기 양주시의 25사단 예하 GOP 대대에서 총기 점검 도중 K6 실탄 1발이 북측으로 발사되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부대는 상황 발생 즉시 북측으로 오발 사실을 알리는 방송을 했고,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당시 합참은 설명했다. 이때 한 군단장은 사고가 발생한 부대를 관할하는 25사단장을 지내고 있었다. 오발 사고를 겪었기에 탄띠를 걸어두지 않고, 탄통을 총기 옆에 두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12.7㎜탄을 쓰는 K6 중기관총은 우리 군이 가진 총기 중 가장 구경(口徑)이 크다. 유효 사거리도 약 1.8㎞ 정도로 5.56㎜ 구경의 K2 소총보다 3배 이상 길다. 북한 도발 시 비례적 대응에 활용되는 만큼 전방 초소와 장갑차, 해군 함정 등에 광범위하게 배치돼 있다. 지난해 8월 남북 접경 지대의 ‘국경선화’ 작업을 하던 북한군이 중부전선 일대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하했을 때, 우리 군이 경고 사격에 사용한 것도 K6 중기관총이었다. 이때 북한은 고정철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명의로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차단물 영구화 공사를 하는 북한 군인들에게 12.7㎜ 대구경 기관총으로 10여 발의 경고 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박상훈

군 안팎에서는 남북 신뢰 회복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로 인해 K6 오발 사고에 대한 일선의 우려가 불필요하게 커졌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측으로 오발되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삽탄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니겠냐”며 “오발 사고가 무서워서 전방 부대의 공용화기 탄을 뺀다는 발상 자체가 안보 의식 부족을 드러낸다”고 했다.

1군단이 K6 삽탄을 중단하기로 경계 지침을 변경한 것도 문제지만, 합참이 핵심 군단의 그런 변화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언론 취재를 통해 알았다는 것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군단이 소속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지침 변경 사실을 인지했지만, 합참에 전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공군 출신인 합참의장의 전방 지상 경계 작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합참은 뒤늦게 전방 군단 경계 작전 지침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나섰다. 현재 공용화기 삽탄 중단 지침을 내린 전방 군단은 1군단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2·3·5군단은 경계 근무 시 공용화기 삽탄을 하는 지침에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군은 다양한 작전 환경을 고려해 세부 경계 작전 지침은 군단장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합참은 1군단장의 경계 지침 변경이 군단장 권한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요새화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데도 최전방 부대가 기관총에 실탄 삽탄조차 하지 않고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며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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