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벌써 7.8일 ‘역대 최장’… 대관령 등 일부 뺀 전국 폭염특보
최악 열대야 1994년 7일 훌쩍 넘어
양산 낮 최고 39도-부산 38도 치솟아
기상청 “다음주까지 큰 변화 없을것”

28일 전국 육상특보 구역 235곳 가운데 227곳(96.6%)에서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 등 일부 산지를 제외하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이 찜통더위의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야외 수영장과 해변가, 무더위 쉼터는 늦은 시간까지 더위로 잠들지 못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올해 열대야 평균 7.8일… 역대 최장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전국의 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7.8일로 집계됐다.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최악의 밤더위로 기억되는 1994년 같은 기간의 7일과 2024년 6.4일을 모두 넘어섰다.

28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육상특보 구역 227곳에서 폭염특보가 발령 중이다. 김해, 양산 등 경남 6개 지역과 전남 광양에는 최상위 특보인 폭염중대경보(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가 내려졌다. 98곳에는 폭염경보(35도 이상)가, 112곳에는 폭염주의보(33도 이상)가 발효됐다. 이날 한때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39도, 부산은 38.3도까지 치솟았다.
극한 더위는 이른바 ‘이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며 계속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뜨겁고 습한 남서풍이 불어오는 상황에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불을 두 겹이나 덮은 채 아래로 헤어드라이어로 더운 바람을 쐬는 것과 비슷하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확장하면서 역대 4번째로 열대야가 일찍 시작됐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지상부터 고도 5.5km까지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고도 8∼12km의 상층부는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점유해 가는 과정”이라며 “다음 주까지도 이 같은 형태는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를 가동한 5월 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벌써 온열질환자 1482명이 발생했고, 이 중 9명이 숨졌다. 최근 들어 연일 하루 50∼80명대의 환자가 발생하며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온열질환은 주로 실외(80.7%)에서 발생했고 작업장(26.2%), 논밭(15.5%), 길가(12.3%) 등의 순이었다.
● 오후 10시에도 수영장-해수욕장 ‘북적’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에 수영장과 해수욕장 등은 늦은 밤까지 북적였다. 27일 오후 9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한강 여의도 수영장은 퇴장 시간을 40분 앞둔 시간이었지만 자녀를 데리고 물놀이를 온 가족부터 20, 30대 청년, 외국인 관광객까지 50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인천 영종도에서 온 김성희 씨(49)는 “수영장에서 시원하게 놀고 드라이브하며 집에 가면 잠이 잘 올 것 같다”며 “곧 입대하는 아들과 오늘 유일하게 쉬는 고3 딸과 함께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 다나카 엠 씨(39)는 “한국에서 더운 여름밤 즐길 거리를 찾아보다가 야간 물놀이를 즐기러 왔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수영장은 6월 1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4만9048명이 찾았다. 이용객이 지난해 대비 37% 늘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까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김주현 해운대구 해수욕장 운영팀장은 “음악과 마술 등 다양한 공연이 매일 밤 열려 산책을 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카페나 공공시설로 ‘에어컨 대피’를 하러 온 시민들도 많았다. 오후 10시 반경 서울 마포구의 한 24시간 카페를 찾은 직장인 이모 씨(26)는 “쾌적한 환경에서 남은 일을 마무리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오후 8시 반경 서울 동작구청 청사엔 열대야를 피하려는 시민 20여 명이 TV를 보거나 독서실을 이용했다. 발달장애인 학생에게 학습 지원을 해주던 20대 남성은 “비용도 따로 안 들어 냉방이 잘되는 구청을 학습 장소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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