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기화된 尹 대통령 관저 PC에서 '내란' '계엄' 문건 수십 건이… '증거인멸' 덜미

이유지 2026. 7. 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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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해제 직후 포맷된 '관저 PC 8대'
포렌식 키워드 추출에 일부 문건 복원
계엄 관련 타임라인, 특검 출범 동향 등
내란 수사 한창 중 초기화로 인멸 의심
3대 특검 특수본 8개월간의 활동 종료
'대통령 관저 PC 초기화 의혹'으로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윤재순(왼쪽 사진) 전 총무비서관과 강의구 전 제1부속실장. 정다빈·최주연 기자

3대(내란·외환, 김건희,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인계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12·3 불법 계엄 직후 초기화되기 전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컴퓨터(PC)에 '내란' '계엄' 관련 문건이 수십 건 저장됐던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당시 대통령실 참모들이 계엄 관련 수사에 조직적으로 대비해 증거를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이를 검찰에 넘겼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보준 경무관)는 대통령비서실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과 강의구 전 제1부속실장에게 이 같은 사실관계에 따른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이달 14일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윤수정)는 특수본이 확보한 물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 기록을 살피며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관저 PC 초기화 의혹.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들은 계엄 해제 직후인 2024년 12월 중순 대통령실 총무정보보안팀 소속 행정관들에게 대통령 관저에서 사용하던 PC 8대를 외부로 빼내 초기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조은석 내란·외환 특검팀으로부터 이어받은 '대통령실 PC 초기화 의혹'과는 별개로, 특수본이 자체 인지한 사건이다. 두 사건은 시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실 PC 초기화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인 데 반해, 관저 PC는 계엄 직후 검·경 등이 앞다퉈 수사에 나선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증거 은폐 등의 목적성이 보다 짙다.

특히 인멸 대상인 관저 PC들을 디지털포렌식하며 '내란' '계엄' 키워드를 적용해 추출하는 과정에서는 수십 건의 관련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문건 제목과 내용 등 일부가 복구되었는데, 수사팀은 해당 문서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을 조사해 상당 부분을 특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 중엔 비상계엄이 진행된 과정과 관련한 타임라인, 내란 의혹을 둘러싼 특검 출범에 대한 동향 보고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강 전 실장은 "관저 PC 관련 폐기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이며, 윤 전 비서관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진석(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왕태석 선임기자

검찰은 대통령실 PC 초기화와 관련해서도 특수본으로부터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 전 비서관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 사건을 함께 송치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수사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실 PC 1,000여 대 포맷으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 문건들이 폐기된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수본은 올해 2월 송치 후 검찰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추가 수사까지 모두 마쳤다.

수사 과정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하순, 윤 전 비서관이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에게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서 폐기하라" "우리도 인수받은 만큼 정비하자" 등 발언과 함께 대통령실 PC 초기화를 포함한 일명 '플랜 B' 조치를 지시한 사실이 파악됐다. 정 전 실장 또한 지난해 4월 4일 산하 행정관에게 초기화 계획 관련 '대통령실 모든 PC 재배치'를 지시, 같은 달 17일부터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이 완료되기 전인 6월 4일에 앞서 이를 전부 포맷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후 '대통령실 PC 초기화' 진행 경과. 그래픽=신동준 기자

당시 "'플랜 B' 관련 자료를 남기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실무자가 해당 파일들을 덮어쓰기한 뒤 삭제하고 PC를 포맷한 정황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PC 초기화와 관련한 윗선의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업무수첩이 확보되기도 했다. 특검 등은 당시가 계엄 관련 수사 중인 상황이었고, 대통령기록물은 전체 이관이 끝난 뒤 초기화하는 게 원칙이란 점에 주목한다. 정 전 실장 등은 "선례와 규정을 따랐고 파면 후 인계 관련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일단 이관에 필요한 절차를 마친 PC부터 포맷한 것"이란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날로 8개월간의 활동을 마쳤다. 남은 사건은 전담수사팀 체제로 전환하고, 담당 수사관이 다수 소속된 본청 안보수사단이 함께한다. 최대 109명의 가용경력을 동원한 특수본은 3대 특검에서 192건을 인수한 뒤 △검찰 송치(16건) △권창영 2차 종합특검팀 등 타 수사기관 이첩(54건) △불송치·불입건(51건) 등 121건을 종결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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