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물포구에 '제물포역'이 없다

장수진 2026. 7. 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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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진 인천광역시의회(제물포구2) 시의원

7월1일, 인천광역시는 1995년 행정구역 개편 이후 31년 만에 원도심 활성화와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치구 행정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중구와 동구가 통합되며 '제물포구'가 새롭게 출범한 것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을 넘어, 인천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살리려는 상징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제물포는 개항기 인천의 시작이자, 대한민국 근대사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는 이름이다. 외세와의 교류, 산업과 문화의 유입, 그리고 도시 성장의 서막이 열린 장소를 상징하는 이 명칭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응축한 상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물포구의 출범은 원도심의 기능 회복을 넘어, 인천의 역사적 자산을 현재로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행정구역 명칭과 현실 사이에는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 인천을 대표하는 철도역 중 하나인 '제물포역'이 정작 제물포구에 속하지 않고 미추홀구 숭의동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지역적 상징성을 반영한 명칭이었지만, 이제는 '제물포구'라는 공식 행정구역이 신설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에 없는 서울역, 부산에 없는 부산역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제물포구 밖에 있는 제물포역은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명칭 혼선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성과 행정체계 간 불일치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제물포'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과 무게를 고려할 때, 이를 행정구역과 일치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역명 변경은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현행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 요청으로 역명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철도 노선도 수정, 안내방송 개편, 각종 표지판 교체 등에 약 2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미추홀구가 감당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다. 결국 시민 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체제 개편은 특정 기초자치단체의 선택이 아닌, 인천시가 주도한 전 시적 정책이다.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 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된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와 비용 역시 인천시 차원에서 책임 있게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제물포'라는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인천의 역사이자 상징이며, 도시 정체성의 핵심이다. 그 이름이 행정구역과 현실 속 공간에서 괴리된 채 방치된다면, 이는 또 다른 원도심 소외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침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300만 인천시민의 행정 편의와 도시 정체성 회복을 위해 인천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물포구의 이름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라도, 인천시는 역명 정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장수진 인천광역시의회(제물포구2)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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