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은 여전한데 심리 무너졌다”...‘반도체 불장’ 맞췄던 센터장의 긴급진단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6. 7.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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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5만전자’ 때 ‘7천피’ 전망
반도체 강세전망 여전히 유효
금리·중동·중국 우려에도
6천피 지켜내고 8천피도 가능
AI인프라 주도 전력기기·기판
압축투자로 변동성 장세 대응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승환 기자]
삼성전자가 5만원대에 머물던 때부터 저가 매수를 주장하고, 지난해 증권가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상단 7500을 제시한 ‘원조’ 반도체 강세론자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다.

그는 28일 매일경제와 만나 최근 반도체주 급락에 대해 “업황이 아닌 투자심리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올해 하반기 증시가 예상보다 깊고 긴 조정을 겪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라는 반도체 강세장의 근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 초까지 증시가 비행기의 순항 구간이었다면 앞으로 6개월은 난기류를 여러 차례 만날 수 있다”면서도 “목적지로 향하는 큰 상승 추세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락을 촉발한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증설 계획을 꼽았다. 투자심리가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여러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실제보다 증폭됐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및 내년 실적 전망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D램 가격의 상승 폭은 둔화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수요도 줄지 않는다면 이익 전망치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통상 강세장에서 고점 대비 20~25% 수준인 조정 폭이 이번에는 30%를 넘어선 배경으로는 레버리지 투자의 청산을 지목했다. 그는 “6월 초 글로벌 펀드의 메모리 반도체 편입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쏠림이 심했고 신용까지 활용한 투자도 많았다”며 “주가가 급락하자 강제 청산이 이어지면서 낙폭이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신용 청산 과정은 80~90% 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한 질문에는 “매크로 불확실성과 글로벌 펀드의 반도체 쏠림, 신용 청산이 핵심”이라며 “낙폭을 조금 더 키운 요인이지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질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CXMT는 중국 내수용 스마트폰·PC·가전 시장에 주력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그는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에 100조원을 투자한다면 이 가운데 약 30조원이 메모리에 들어간다”며 “데이터센터 성능이 AI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품이 30% 싸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메모리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CXMT가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 능력을 매년 40%씩 확대할 계획인 만큼 3년 이후의 기술 로드맵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메모리 호황은 과거의 2년 주기 사이클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메모리 수요의 70%가 PC, 스마트폰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용 제품에서 나왔지만 내년부터는 서버·데이터센터 수요가 70%를 차지하는 구조로 뒤집힐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고객사가 메모리 100개를 주문해도 실제로 공급받는 물량은 60개에 못 미친다”며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2년이 걸려 2027년 말까지는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서버 호황기와 달리 빅테크가 3~5년짜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점도 급격한 주문 취소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는 “2017~2018년에는 계약 기간이 6개월 정도여서 위약금을 내고 취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계약 기간이 훨씬 길다”며 “한 번 계약을 취소하면 향후 공급이 부족할 때 다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신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설비 투자도 일시적인 과잉 투자가 아니라 빅테크의 생존 문제로 규정했다. 김 본부장은 “빅테크는 AI에 대한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며 “AI를 철도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로 인식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더라도 투자를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투자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점은 하반기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시장은 9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가 인상하지 않고 동결만 해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버금가는 안도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코스피 예상 범위는 6000~8200으로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1만500 전망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한 종목을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는 “반반 보라”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에 따른 이익과 주가의 탄력이 큰 반면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파운드리 등 사업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이번 시장의 시작도 반도체였고 끝도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조정장에서의 대응 전략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기기, 기판 등 AI 인프라 주도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 저가 매수 기회를 찾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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