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쓰레기통 없앤다고 능사 아냐"…시민 불편 가중
5년 새 654→187개로 줄여
도심은 ‘쓰레기 천국’ 전락
‘행정 편의주의’ 비판 쇄도
"데이터 기반 적정 배치해야"

"길거리에 버려진 게 맞나 싶을 정도예요. 치우다 보면 별의별 쓰레기가 다 나옵니다."
2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말바우시장 인근. 긴 집게를 든 공공근로자 김모(75)씨는 도로 가장자리에 흩어진 쓰레기를 쉼 없이 주워 담았다.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상자, 먹다 남은 옥수숫대까지 봉투는 금세 가득 찼다. 함께 작업하는 인력이 4~5명이나 됐지만 30분도 지나지 않아 새 종량제 봉투를 꺼내야 했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치지만 정작 쓰레기를 버릴 곳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들은 손에 든 음료컵과 간식 포장지를 한참 들고 다니다가 결국 가방에 넣거나, 일부는 길가에 두고 떠났다. '쓰레기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며 공공 쓰레기통을 없앤 결과는 오히려 시민 불편과 거리 환경 악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었다.
현재 광주 5개 자치구가 설치·운영 중인 공공 쓰레기통은 모두 187개다. 북구가 79개로 가장 많고 광산구 40개, 서구 34개, 동구 29개, 남구는 5개 등 순이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21년 654개였던 공공 쓰레기통은 5년새 467개가 사라졌다.
구별로는 북구는 204개에서 79개, 광산구는 138개에서 40개, 서구는 144개에서 34개, 동구는 83개에서 29개, 남구는 85개에서 5개까지 줄었다. 올해 신규 설치 계획을 세운 자치구는 한 곳도 없다. 통합특별시 역시 기존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서 만난 정혜림(23)씨는 "여름에는 음료를 자주 사 마시는데 버스에는 들고 탈 수 없고 주변에도 쓰레기통이 없어 난감한 적이 많았다"며 "결국 길가에 두고 탄 적도 있는데 쓰레기통만 있었어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천저수지에서 만난 이모(33)씨는 "예전보다 쓰레기통이 확실히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반대로 남아 있는 쓰레기통은 악취와 벌레 때문에 이용하기 꺼려질 정도여서 관리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구들이 쓰레기통 설치를 꺼리는 이유는 생활쓰레기 무단투기다.
가로 쓰레기통은 보행 중 발생한 소량의 쓰레기를 버리도록 만든 시설이지만 일부 시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생활쓰레기와 음식물, 심지어 대형폐기물까지 버리면서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악취와 해충까지 발생해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아 결국 철거 요구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버스정류장 주변 쓰레기통은 어느새 생활쓰레기 집하장처럼 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도시 미관과 악취 문제 때문에 신규 설치보다는 유지·관리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서비스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행정 편의주의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대전세종연구원이 발표한 '버스정류장 쓰레기통 설치 유무에 따른 쓰레기 무단투기 실태' 연구에서는 쓰레기통이 없는 장소의 쓰레기 발생량이 설치된 곳보다 약 40% 많았다. 또 지난 2021년 '대전시 버스정류장 쓰레기의 배출 특성 연구'에서는 대학가와 관공서 주변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없을 경우 무단투기가 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타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시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2023년 말 거리 쓰레기통을 모두 철거했다가 시민 불편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재설치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까지 1천500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파주시는 2023년 가로 쓰레기통 185개를 새로 설치했다. 서울시도 종량제 시행 이후 크게 줄였던 쓰레기통을 최근 다시 확대해 7천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김해시 역시 상권 밀집지역에 시범 설치한 뒤 효과를 분석하며 확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없애느냐, 늘리느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종국 인천대 교수는 "시민이 스스로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공원과 버스정류장, 행사장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까지 공공서비스를 없앨 수는 없다"며 "필요한 곳에는 적정한 수의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관리 역량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쓰레기통 관리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거리 청소 비용과 무단투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며 "데이터에 근거해 어느 방식이 도시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지 판단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