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 파운드리, 수율 높이고 고객 늘리고…반등 신호탄
美 정부 89억달러로 숨통 튼 인텔… 국방부에서 AWS까지 외부 고객 쌓여
파운드리 1위 TSMC를 제외하면 사업성에 물음표가 붙었던 파운드리 업계가 AI(인공지능) 칩 붐을 타고 반등하고 있다. 글로벌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나노와 2나노를 중심으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고, 인텔 파운드리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를 늘리는 중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브로드컴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최첨단 2나노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 양사는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달러(약 294조원) 이상 규모의 협력을 추진한다. HBM 등 메모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파운드리 물량까지 확보한 점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 큰 호재로 꼽힌다.
인텔도 외부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파운드리에서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ASML은 인텔이 1.8나노급(18A) 공정에서 고개구율(High-NA) EUV 장비를 사용해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팬서 레이크)를 일부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로직 제품 양산에 업계 최초로 고개구율 EUV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2분기 파운드리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31% 증가한 58억달러(약 8조526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놓인 과제는 수율 향상과 고객사 확보였다. 고객사는 공정 이슈로 거래하던 파운드리를 쉽게 바꾸지 않는 데다, 새 고객을 확보하려면 수율이 가장 큰 검토 사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퀄컴 등과 거래해왔으나 수율 문제로 물량을 TSMC에 내준 뼈아픈 경험도 있다.
와신상담한 삼성전자는 수율 개선에 집중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50% 수준이던 2나노(SF2, SF2P) 수율은 올해 2월 60%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SF2는 2나노 1세대, SF2P는 설계-공정 공동최적화로 성능을 끌어올린 2세대, SF2P+는 광학적으로 면적을 더 줄인 3세대다. SF2P의 P는 성능(Performance)을 뜻한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해 테슬라를 시작으로 올해 수주를 연달아 따냈다. 지난해 8월 애플의 CIS(이미지센서) 칩을 확보했고, 올해 1분기에는 5년 만에 퀄컴의 2나노 물량을 다시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마지막으로 거래한 칩은 4나노 공정의 '스냅드래곤8 AP'다.
이어 3월에는 그록(Groq)의 3세대 LPU 칩을 삼성전자가 생산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딥엑스 DX-M2, 엑시노스 2600 등으로 2나노 양산 '워밍업'을 마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까지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율과 생산 신뢰를 입증했다.
엑시노스 2600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S26 시리즈와 갤럭시 Z 플립8에도 탑재되며 기술력을 증명했다. 같은 2나노·4나노라도 1년 전, 6개월 전과 지금의 수율과 기술력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1.4나노를 무리하게 앞당기기보다 2나노 수율 향상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신종신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플랫폼개발실 부사장은 지난 1일 SAFE 포럼 2026에서 "SF1.4는 선도 그룹을 대상으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며 "SF1.4를 기반으로 한 SF1.4+는 2030년 양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생산·공급이 이뤄지는 4나노도 계산이 서는 라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IBM과 바이두, 그록 등을 4나노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1년 생산을 시작한 이후 수율도 이상적인 수준까지 올라왔고, 업계에 따르면 4나노 라인은 풀캐파(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한화비전, 리벨리온 등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고객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반도체 뉴스룸을 통해 파운드리사업부 최정민 PL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4나노 기술력을 끌어올린 비결도 설명했다. 최 PL이 3차원 구조 트랜지스터(핀펫)의 높이를 낮추고 소자 내 컨택(Contact) 폭을 줄여 정전용량(C)을 낮추는 데 집중했으며, 다양한 컨택 구조의 공정과 디자인(Layout)을 최적화한 결과 전력 소모는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했다는 내용이다.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도 내부 물량 외에는 고배를 마셔온 인텔 파운드리도 고객사를 조금씩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조차 뚫기 어려운 TSMC의 벽이 높은 데다, 기술 출시 지연과 노드 전환이 난제로 꼽혔다.
지난해 2분기 파운드리에서만 31억7000만달러(약 4조65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인텔은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 바 있다. 당시 파운드리 매출은 44억달러(약 6조468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텔은 지난 23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운드리 매출 58억달러(약 8조526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도 21억달러(약 3조870억원)로 줄었다. 1분기 매출 54억달러(약 7조9380억원)·영업손실 24억달러(약 3조5280억원)와 합치면 상반기 파운드리 매출은 112억달러(약 16조4640억원)에 이른다.
립부 탄 인텔 CEO는 2분기 실적에 대해 "AI는 전례 없는 컴퓨팅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며 "인텔은 CPU와 ASIC, 첨단 패키징, 광범위한 웨이퍼 파운드리 네트워크 전반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반등의 발판에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는 기존 보조금 일부를 지분 투자로 전환해 89억달러(약 13조830억원)로 인텔 지분 9.9%를 취득했다.
인텔은 "정부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지분의 51% 이상을 보유하지 않게 될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는, 주당 20달러(약 2만9400원)에 해당하는 5년 만기 보통주 5% 추가 매입권을 받게 된다"며 "미국 정부가 인텔이 주요 국가적 우선순위를 추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과 국내 반도체 산업 확장에서 인텔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공시했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인텔에 미국이 주주로 참여하게 돼 기쁘고,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칩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더 많은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가운데 우리 행정부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증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삼성전자·TSMC와 견줄 파운드리가 사실상 인텔뿐인 데다, TSMC 라인 포화와 웨이퍼 가격 인상까지 겹치며 기회가 왔다. 업계에 따르면 2나노급 최첨단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TSMC·삼성전자·인텔 3곳뿐이며, 이 중 TSMC의 2나노 생산능력은 2028년까지 예약이 찬 상태다.
여기에 ASML과의 EUV 협력이 쐐기를 박고 있다. 2021년 하이NA EUV 5대 독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3년 처음으로 장비 반입에 성공한 인텔 파운드리는 이달 18A 공정 양산 적용에 성공했다고 알렸다. ASML이 고객사 정보를 직접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ASML은 "코드명 '팬서 레이크'로 알려진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는 인텔 18A 기반으로 제작된다"며 "제품의 특정 레이어를 패터닝하는 데 사용되는 고개구율 EUV 기술은 ASML과 인텔 파운드리에 시스템 설정과 가동 시간, 제조 구현을 개선하는 데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 파운드리가 고용량 로직 제품에 고개구율 EUV를 적용한 업계 첫 기업이 됐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제작 실적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수율이 올라가는 구조로, 삼성과 인텔 모두 2나노 기술력이 축적되며 고객사 신뢰도 두터워지고 있다"며 "삼성은 엑시노스, 인텔은 팬서레이크·루나레이크 같은 자사 칩이 있다 보니 양산할수록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