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넘어 미국·중동 공략… 한화에어로, 글로벌 방산 수주로 드라이브 건다
10조원 규모 미국 자주포 현대화 사업 등 추가 수주 기대
하반기 폴란드·호주·이집트 인도 본격화, 수주잔고 매출 전환 속도

지난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은 1조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8645억원) 대비 16.9%, 직전 분기(6389억원) 대비 58.2% 증가한 수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그보다 낮은 9400~9600억원대를 제시하며 이번 분기 1조 돌파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폴란드 수출 물량 확대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영업이익은 폴란드와 이집트, 호주 사업의 매출 인식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장기 성장 모멘텀도 확보했다. 39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가 배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지상방산의 경우 현재 확보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년 15~20% 수준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부터 중동까지, 다변화된 수출 포트폴리오 구축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년간 유럽과 중동에서 탄탄한 수출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가장 최근 수출 성과는 핀란드에서 나왔다. 회사는 지난 4월 9일 핀란드 국방부와 94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핀란드 국방부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정부 간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코트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수출이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핀란드는 2017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테크윈)와 K9 자주포 48문 도입 계약을 체결한 뒤 도입 물량을 지속 확대해왔다. 이번 추가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112문과 예비부품 등을 2028년부터 핀란드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핀란드군이 이미 K9을 주력 포병 무기체계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추가 도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규 도입되는 자주포를 기존 정비 인프라와 훈련 체계에 즉각 편입할 수 있어 신속한 전력화와 운용 안정성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으로 핀란드는 튀르키예, 폴란드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세 번째로 200문 이상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
앞서 1월 30일에는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과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천무 풀패키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노르웨이에 공급되는 천무는 극저온의 설원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현지 맞춤형 제품이다.

폴란드에서는 천무 사업 확대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미사일을 공급하는 5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을 세워 함께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사는 앞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천무 발사대 및 유도미사일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맺은 뒤 같은 해 11월 약 5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과 2024년 약 2조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공급을 확대해왔다.
3차 계약은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럽산 무기 우선 구매를 장려하는 유럽 방산 블록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유럽 현지 공급망과 협력을 확대한 것이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에스토니아에서도 천무 수출 성과를 이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21일 에스토니아와 4366억원 규모의 천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30년까지 천무 6문과 사거리 89km∙160km∙290km 유도 미사일 3종 등을 인도하는 계약이다. 현지 업체와 일부 부품 생산, MRO(유지∙보수∙정비)를 협업하는 현지화도 추진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를 교두보로 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국에 천무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K9에 이은 제2의 K방산 베스트셀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첫 계약 이후 5개월 만에 후속 계약까지 이뤄졌다. 에스토니아의 추가 도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지 요구 일정에 맞춘 공급 능력과 안정적인 체계 운영 역량을 입증한 결과라는 평가다. 첫 계약 이후 수행 과정에서 쌓은 신뢰가 후속 수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동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18일 중동 국가와 4024억원 규모의 유도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상대방 요청에 따라 무기 종류, 거래 국가, 계약 기간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10월에는 6170억원 규모의 이라크 수출용 천궁-II(M-SAM-II) 발사대 및 차량 공급 계약을 따내며 중동 시장 진출을 확대했다. 천궁-II 사업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다(MFR)를, LIG D&A가 요격미사일과 통합체계를 담당한다.

미국·중동서 추가 수주 기대… 수주잔고 실적 전환 가속
하반기에도 신규 수주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27일 6600억원이 넘는 상품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2.5% 규모다. 계약 상대방과 세부 내용은 상대국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스페인의 K9 자주포 현대화 사업과 연관돼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회사는 앞서 지난 3월 스페인 방산 기업 인드라(Indra)와 자주포 현대화를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고 인드라는 차체와 제어·통신 시스템을 담당하는 협력 사업이다.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조원 규모 미국 육군 자주포 현대화사업을 놓고 경쟁 중이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지상무기 시장에 진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해외 국방 전문매체에서는 독일 라인메탈(RCH 155), 이스라엘 엘빗아메리카(시그마), KNDS-레오나르도 DRS 컨소시엄이 유력 경쟁 기업으로 꼽고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추가 사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의 사업 협상 재개가 기대된다. 해당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장기 군수·무기 체계 획득 사업으로 현지 MRO 사업까지 포함하면 총 계약 규모가 10조원대로 예상된다.
UAE의 방공체계 도입도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UAE는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과 천궁-II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가 지난 6월 UAE 방산·기술 기업인 제너레이션5홀딩과 K9 155mm 자주포의 중동 지역 생산·판매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점도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기존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반기 폴란드∙호주∙이집트 K9 자주포 등 주요 수출 물량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지상방산 부문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