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中 쌍펀치' 맞았지만…"극단적 비관론은 바닥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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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끈 반도체 성장 서사에는 두 가지 핵심 전제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란 점, 그 과실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빅3'가 독식할 것이란 점이다.
증시를 끌어내린 악재는 크게 '중국 반도체의 위협'과 '빅테크의 투자 여력 부족'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가이던스를 통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리스크가 진정될지를 계속 확인해야 하며 9월 초 예정된 빅테크의 반도체 수요 조사에서도 확실한 증가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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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DUV노광장비 자체생산 돌입
CXMT 상장…메모리 자립 가속

2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한 것은 이 두 전제가 한꺼번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근 빅테크의 현금흐름 악화와 중국 반도체의 추격 우려가 더해지며 랠리를 떠받치던 반도체 성장론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을 넘는 유가증권시장 구조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의구심 커진 반도체 성장론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0.84% 급락한 6023.6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4일(-12.06%) 후 약 5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낙폭이다. 장중에는 6000선까지 깨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3.39%, 14.65% 하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4배, 4배로 낮아졌다.
증시를 끌어내린 악재는 크게 ‘중국 반도체의 위협’과 ‘빅테크의 투자 여력 부족’이다. 전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장하며 중국 기업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중국 국유기업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시장에 타격을 줬다. 현재는 미국이 네덜란드 ASML과 공조해 중국의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을 막고 있는데, CXMT가 국산 노광장비를 확보하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자립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까지 상장할 경우 메모리 상장사가 기존 3개에서 5개로 늘어나 메모리 공급 과잉과 ‘삼전닉스’의 점유율 하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올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는 등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 2500억달러(약 367조원)를 보증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AI 생태계가 부풀려졌다는 우려도 커졌다.
◇ “中 반도체 추격 우려 과해”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JP모간은 이날 중국의 DUV 장비 국산화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시제품 수준의 장비를 소량 생산하는 것과 수천 장의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고용량 양산 단계는 완전히 다르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이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국산 장비로 ASML 장비를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이 EUV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D램 선폭을 추가로 미세화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현재 기술 트렌드에서는 사실상 추격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더 큰 문제는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와 수급 약화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평소대로라면 같은 소식에 이 정도로 증시가 폭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급 기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시장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낙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 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만 해도 130조원을 웃돌았지만, 지난 27일 109조원으로 줄었다. 50조원대를 훌쩍 넘긴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도 20조~30조원대로 반토막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장을 방어해줄 매수 실탄이 부족해졌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가 안정을 찾으려면 반도체 성장 서사가 다시 입증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가이던스를 통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리스크가 진정될지를 계속 확인해야 하며 9월 초 예정된 빅테크의 반도체 수요 조사에서도 확실한 증가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아/조아라/심우일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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