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불구름’까지 덮친 유럽 산불···주민들, 대피 대신 진압 나서

사상 최악의 산불 재난을 겪고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불구름(화염적란운)’으로 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채 불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폭염까지 더해지면 화재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와 로이터통신 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한 보르도 지역의 한 소방서에서 “매우 드문 현상인 화염적란운이 발생해 화재가 갑자기 다시 확산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매우 혹독한 기상 조건에 놓여 있고 기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바람도 강하다”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화염적란운은 대형 화재나 화산 폭발 등으로 인한 강력한 열에 의해 생성되는 구름을 의미한다. 구름 안에서 번개가 치거나 불씨를 일으켜 쉽게 발화로 이어지고, 강한 돌풍을 만들어 불길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도 크다. 릭 브로카르디 프랑스 국립소방관연맹(FNSPF) 대변인은 AFP통신에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흔히 발생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분초를 다투는 소방당국으로서 화염적란운 등 열악한 기상 여건은 화재 진압에 치명적인 악재다. 프랑스 소방당국도 화염적란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응 마련에 고심 중이다. 프랑스 지롱드 지역 소방 및 긴급 구조대 책임자인 마크 베르묄런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주말 사이 프랑스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에서 화염적란운이 더 큰 화재를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불이 만들어낸 화염적란운이 다시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28일부터 예정된 폭염 소식에 당국과 주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산불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 유럽의 기록적 폭염으로 지목됐는데, 채 불길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재난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르라스카 스페인 내무부 장관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 주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이틀이 남았으며, 그 이후엔 극심한 고온 현상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난이 길어질수록 소방 인력과 장비 동원 등 대응 역량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대비’ 대신 ‘진압’을 택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장비를 구해와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 진압에 나선다는 것이다. 프랑스인 니나 로자자(42)는 NYT 인터뷰에서 “기술자, 상점 주인, 필요한 장비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했다”며 그 또한 남편과 함께 트레일러·물탱크·펌프차로 화재 진압을 도왔다고 했다.
산불 진압이 늦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불거졌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은 산불진화제를 뿌릴 군용기를 배치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스페인의 중도좌파 정치인들은 스페인 정부의 산불 대응이 여당의 지도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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