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경호 “무명 시절 알바만 30개…아빠 되며 새 세상 열려”

박정선 기자 2026. 7. 28. 17: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윤경호. 사진=눈컴퍼니

연예계 대운을 독차지했다.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윤경호(46)는 “모든 게 다 기적 같은 순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본인 스스로도 믿지 못할 정도일 터다. 지인들과 웹 예능('핑계고')에 출연했을 뿐인데, 1770만뷰(28일 기준)을 기록하고, 선보인 드라마 두 편이 모두 대박을 터뜨렸다. 심지어 SBS 드라마 '김부장'으로는 시청률 23%의 주역이 됐다. 시청률 공약으로 장난스레 내걸었던 묵언수행이 떠들썩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999년 연극 무대에서 대뷔해 조용하지만 꾸준히 연기했다.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윤경호라는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켰다. 그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다보니, '도깨비'의 신스틸러, '중증외상센터'의 유림핑에 이어 '김부장'의 진철까지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든 그답게 담아내는 멋진 유리병이 됐다.
'김부장' 윤경호, SBS 제공

-소감이 궁금하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정말로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다. 다시 못 올 거 같은 행복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결과이고, 모두 같이 이뤄낸 결실이다. 혼자만의 자축이 아니라 모두에게 감사하고 축하하는 마음이다. 이 들뜬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 인사를 보내줘서 잠시 폰을 내려두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 충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를 되돌아봤다. 다음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제가 이 마음에 도취돼서 다음 스텝에 지장을 줄까 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하루를 보냈다.)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정말 기적 같은 순간이고 과분한 거 같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리하시기 힘드실까 봐.”

-어떤 순간이 기적 같은가.
“그 모든 게 다 기적 같은 순간이다. 매일 아침 제 이름 검색하면서 좋은 글 찾아보며 피식피식 웃는다. 고마운 응원도 많다. 그럴 때마다 다시 폰을 내려놓고 시작할 때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는 그간 제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고 결실이라고 이야기해 주시는데, 어떤 작품도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한 저로서는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무엇이라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제가 이걸 겸허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행운이란 게 있다면, 저에게 머물러 있는 순간인 것 같다.”

-'김부장'에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액션이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뭘지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액션에선 통쾌함을 드리고 싶었다. 조금 더 실감 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액션을 타격감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액션에서만큼은 만족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너무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액션을 어떻게 준비했나.
“제가 여기서 근사하게 말을 꾸며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 솔직한 말씀을 드리는 게 맞겠지. 농담으로 벌크업을 했다고 하는데, 캐스팅된 상황이 저에겐 물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감독님이 이 역할을 꼭 맡아달라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저를 찾아준다는 게 그렇게 감사하다. 근데 충족시켜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하니까. 이전에 복싱을 했다. 복싱 무빙을 다시 하면서 무술감독님과 메인 액션신에 대해서는 따로 찾아뵙고 연습했다. 현장에서 할 때도 최대한 대역 없이 해보려고 했다. 대역이 있긴 했지만 저와 체격 차이가 너무 난다. 저와 비슷한 대역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거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접 소화했다. 액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계속했다.”
'김부장' 윤경호, SBS 제공

-이동하와의 액션 신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스턴트가 아니라 배우와 배우가 하는 거니까, 그 신 같은 경우는 (호흡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장에선 만나지 않는 (상황의) 롤이다 보니까, 대사가 아닌 주먹이 오가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저를 선배로서 어려워하고, 제가 (오히려) '동하야 너는 편하게 하라'고 다독였다. 서로 도파민을 느껴가면서 실감 나게 해보자. 그때는 힘들다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진짜 (재미있게 촬영했다.) 하루 종일 둘이서 액션 신을 찍었는데, 둘뿐만 아니라 스태프, 조감독까지 모두가 모두를 향해 박수를 쳤다. 다음날 둘 다 뻗어서 둘 다 마사지 받으러 갔다.”
-묵언수행 시청률 공약 이행이 화제였다.
“13% 넘었을 때 공약 이행을 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다른 분들이 다들 좋아할 때 저는 놀랐다. 2회 만에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해서, 그때부터 묵언 수행 준비하느라고…. '25%가 넘어간다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조마조마했다. 한편으로는 기대를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했다. 모든 순간이 기적 같았다. 입이 안 다물어졌다.”
윤경호 묵언수행 공약 이행

-특별한 무언수행 영상까지 공개했다.
“큰일났다. 진짜 13시간 동안 말을 참아야 하는데. 소속사 식구들끼리 모여서 대책 회의를 했다. 다른 공약은 없었나. 그렇게 하기로 했던 걸까 재차 확인했다. (박)경림이 누나한테 전화가 왔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 있었는데 아침에 전화가 와서 '야 너 묵언 수행 준비해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 이걸 진지하게 할 것인지, 귀엽게 넘길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다 점점 어두워지더라. 13시간 풀로 다 찍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디서 찍을 건데' '템플스테이를 가?' '그 힘든 시간을 누가 지켜볼 건데'. 그냥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찍었다. 처음엔 웃음이 좀 나다가, 어느 순간 진지해질 때도 있었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바디랭귀지도 하고, 전화도 걸려오고 그런 과정에 즐기는 순간이 찾아왔다. 너무 감사한 거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행복했다. 이분들이 한 마디도 못하는 저를 찾아와주셔서 멀리서 찾아와주시고 저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떠나는 (모습에 뭉클했다.) 제가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소지섭, 최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지섭이 형과는 두 작품을 같이 했다. '군함도', (그리고) '외계인'(이다). 최대훈 배우는 동갑내기 친구인데다 '자백'이란 드라마를 같이 했다. 최대훈 배우의 아내와도 연극에서 만난 적 있다. (최대훈 배우가) 제가 '중증외상센터'로 잘 됐을 때 축하해줬고, (최대훈 배우가) '폭싹(속았수다)이 잘 됐을 때 축하해줬다. 지섭 형이 워낙 말수가 없는 사람이어서, 제가 둘 사이 윤활유가 되고 싶었다. 너무 케미가 좋았다. 후반부에 와서는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지섭이 형이 장난기가 많은데 과묵한 역할이니까, 자꾸만 소스를 던진다.”
배우 윤경호. 사진=눈컴퍼니

-인기를 체감하는 순간이 있나.
“저는 아침마다 부정한다. 어제의 영광은 어제까지일 뿐, 오늘 나의 행동 하나에 다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다. 주식 같은 거다. 오늘 좋았다고 내일도 좋으리라는 건 나를 나태하게 만드는 거다. 태도에 대해서 항상 곱씹는다. 아침에 제 이름을 한자로 쓰면서 다스린 적도 있다. 오늘의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생각한다. 아침에 이름을 한자로 쓰면서 다잡는다. 배우로서 좀 더 잘 되고 싶어서 개명하러 간 적이 있다. 이미 윤경호로 활동하고 있으니 바꾸긴 애매하고 뜻 음을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원래 '벼슬 경, 빛날 호'였는데 '공경할 경, 맑을 호'로 바꿨다. 그 뜻을 생각하면서 항상 한자로 이름을 쓴다. 투명한 유리병 같은 거다. 어떤 일이 주어져도 알맞게 받아내는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거다.”

-실질적으로 오는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신은 신발이 고가인 걸로 보인다.
“명품 신발은 선물 받은 거다.(웃음) 집에 있는 옷을 꺼내 입었는데, 집 앞 탑텐에서 산 거다. 너무 또 수수하게 입은 걸까 봐 (신발로)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 사주에 재물이 샌다고 하더라. 지금도 고민인 게 어떻게든 재테크를 해보려고 삼전(삼성전자), 하이닉스(SK하이닉스)를 넣었는데….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하고 살고 있다. 집에서 근검절약하고 있다. 근데 먹는 데 많이 쓰는 것 같다. 돈을 모아서 뭘 살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 빚을 내서 뭘 사고 갚는 타입이다.”

-어떤 사주이기에.
“저는 성당 다닌다.(웃음) 그래서 사주를 보러 간 적은 없다. 근데 지금 23년짜리 대운이 온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대운을 못 느껴본 시간도 길었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다. 그래도 평균치가 된다고 생각해서, 평균 안에서 살려고 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행복의 기준이 우리 아이가 잘 크고 있는가 (그것 뿐이다.)”

-그간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진짜 많이 했다. 서른 가지 정도 했더라. 연극을 하면서 해야 하니 고정 알바는 힘들어서, 단기 알바나 일당을 주는 알바를 많이 했다. 주로 많이 했던 게 막노동이다. 화장품 가게 오픈하면 키다리 삐에로 알바도 했었다. 가장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것 같은 위기가 찾아왔을 시기는 첫째 임신했을 때다. 그 전까지는 나 혼자만 간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버는 수입으로 쪼개서 같이 버텼다. 아이가 생기니 각오가 달라지더라. 아빠의 꿈 때문에 아이가 힘들게 크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다. '그럼 뭘 해야 하지. 지금까지 해온 연기로 뭔가를 할 실력도 안 되는데. 지금이라도 기술을 배워야 하나'. 그때 '군함도'란 작품이 찾아왔다. 살을 34kg 뺐다. 이 작품을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아빠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아빠가 이만큼은 했다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해볼게' 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딸이 태어나고 나서 '도깨비'도 찾아왔다. 이미 '옥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저에겐 길이 열린 기분이었다. 사람이 절박한 순간에 다 내려놓고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까 다른 길이 열리더라. 그 전까지는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욕심도 내고 주어지지 않은 기회 안에서 고르려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일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딸이 저에게 큰 교훈을 주면서 세상에 나왔다.”

-'김부장'에서도 딸바보 역할이다.
“제가 딸을 낳고 나서 세상을 바라본 시선이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여자분들이, 후배가 선배나 동료가 아닌 다 누구의 딸로 보이더라. 주민등록번호를 적는데, 처음으로 2를 적어보는 거다. 새로운 시선이 열린 거다.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세상의 절반만 살아왔던 저에게 딸의 아빠가 되면서 비로소 여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뭔가 좀 다른 경험이었다. '김부장'의 다빈이 아빠를 연기할 때 더 감정 이입이 잘 된 것 같다. 요새 딸이 자꾸 자기 이름을 검색을 한다. 바람이 드는 것 같다. 아빠 어디 가서 내 이야기 좀 하라고 한다.”

-'핑계고' 시상식 대상 후보로도 언급된다.
“옛날엔 말 많은 게 흠이었다. 말조심하란 이야기를 항상 들었다. 흠이라고만 생각했던 제 말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고 제 특징으로 만들어주셔서 놀라웠다. 콤플렉스가 특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밥친구. 누군가에겐 이런 수다가, 이런 말이 그립기도 하는 존재인가 보다. 이런 말이 그리울 수도 있겠구나. 더 낮은 곳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대상으로 언급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배우 윤경호. 사진=눈컴퍼니

-그간 노력해온 순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떤 배우든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거의 없을 거다. 연기를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쌓아온 시간들이 과연 내 실력인가 돌아보게 됐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감사하지만, 예능에서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게 아닌지, 나는 어쩌면 예능에 더 소질이 있는 사람인 건 아닌지 헷갈렸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까 봐, 수다쟁이 이미지가 사라진다면 저를 온전히 봐주실 수 있을지. 팬미팅에서 어떤 팬분이 '당신이 연기를 계속 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을 좋아했고, 그게 없었다면 예능에서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하더라. 그 말이 너무 위안이 되고 감사했다. 지금의 하루하루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는 그런 각오다. 지금의 이 순간을 충실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시 못 올 행복에 감사할 줄 알아야지.”

-지금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일이 안 끊겼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데. 국수가닥처럼 살고 싶다.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꾸준히 길게 존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여러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지금의 인기는 로또 같은 행운이었다면, 꾸준히 노력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