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만드는 검(檢)> ② 무죄 증거 배척… “악의”

임선응 2026. 7. 28. 16: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즉 검찰권을 오·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죄 없는 사람을 전과자, 범죄자로 만들려 했다. 뉴스타파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죄 만드는 검(檢)> 1편의 내용이다. (관련 기사: <죄 만드는 검(檢)> ① "겁나고 두렵죠"... 국민 위에 검사 / https://newstapa.org/article/g-slB)

검찰권의 오·남용 행태. 이게 전부가 아니다. 취재 결과,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존재하는데도, 검찰이 이를 배척한 채 형사처벌을 주장하며 재판에 넘겨버린 사례가 확인됐다. 자신들이 타겟으로 삼은 사람을 전과자, 범죄자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검찰의 형사보상금.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전과자, 범죄자가 될 뻔한 형사 피고인에게, 검찰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형사보상금이 지급된 사건을 추적했다. 검찰 형사보상 사건 가운데, 권력자로 볼 수 없는 이들이 검찰권 오·남용의 피해를 입은 사례를 발굴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집회 나갔다 구속돼 기소까지… 왜?

▲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박근혜 정부 시절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는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14년 6월 검찰은 정 부대표를 구속 상태로 기소, 형사 처벌해달라며 재판에 넘겼다.

연행이 된 날이 (2014년) 6월 10일인데요. 그래서 6월 10일은 특히나 1987년 6월 항쟁의 기념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또 우리 한국 사회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적인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청년들, 학생들과 함께 수십 명과 함께 저도 연행이 되었고 그 중에서 저를 주동자로 찝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된 거죠. 당시 세월호 투쟁을 하던 4월, 5월, 6월 사이에 여러 가지 일반교통방해,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그리고 심지어는 그 전에 쌍용자동차라든지 기존에 다른, 이 사건과는 사실은 연행 사건과는 별개인 것까지 다 엮어가지고 구속사유를 만들려고 아마 다 탈탈 털었나봐요.

그렇게 해서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가 된 거죠.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상당히 놀랐죠.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검찰이 주도해서 진행을 하면 구속을 시킬 수 있구나. 이걸 확인한 거죠.
- 정진우(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검찰이 정 부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세 가지였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일반교통방해, 그러니까 정 부대표가 집회를 주도해 도로에서의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이 안 되면 자연스럽게 인도로 걷던 시민들조차도 사실 차도로 내려오는 건 너무 당연한 거거든요, 사실 인원이 많으니까.

그런데 그런 거를 정밀한 카메라로 찍어서 차도 위에 있었다. 교통을 방해한 범죄자 중에 한 명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도 그렇게 (기소를 한 거죠.)
- 정진우(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검찰, 무죄 증거 배척한 채 ‘형사처벌해달라’

그런데 이 사건.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검찰의 ‘국민 기본권 공격’ 사례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일반교통방해 혐의와 관련해 정진우 부대표의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배척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일반교통방해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배척했다.

정 부대표가 교통을 방해했다며 검찰에서 문제 삼은 집회는 모두 네 건이다. 먼저 2013년 12월 28일 집회다. 검찰은 정진우 부대표가 18시 29분부터 세종로사거리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24분 전인 18시 5분. 이미 경찰이 세종로사거리에 차벽을 설치하고 경찰 인원을 배치해 일대의 교통을 완전히 차단해둔 상태였다. 정 부대표와 교통방해는 무관하다, 즉 정 부대표에게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다. 

차량의 통행이 이루어지지 못 한 사실은 명백하죠. 그런데 그러한 사실이 빚어지게 된 이유는 시민들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공권력이 실질적으로 본인들의 공무집행 과정을 통해서 차량 통행을 방해한 것이다.
- 정진우(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나머지 집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 부대표가 교통을 방해했다며 검찰이 지목한 시각 이전에 이미 경찰에서 차벽과 경찰 인원 등을 세워 교통을 차단한 상태였다.

▲검찰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일반교통방해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배척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 부대표를 일반교통방해죄로 형사처벌해달라며 재판에 넘겨버렸다.

법원, “이미 경찰에 의하여 일대의 교통이 차단 통제된 상황이었다”

재판 결과는 뻔했다. 정진우 부대표의 일반교통방해 혐의, 완전 무죄였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에 그 장소에 도착한 무렵에는 다음과 같이 이미 경찰의 병력 배치 및 차벽 설치에 의하여 그 일대의 교통이 차단 통제된 상황이었다.
- 판결서(서울중앙지법 2018노3975)

2022년 2월 정 부대표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1,191만 6,000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

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검찰 향해 “악의적인 기획 의도…”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를 배척한 검찰의 행태. 이를 두고 정진우 부대표는 “악의”라는 표현을 썼다.

(검찰에게) 정말 악의적인, 고의적인, 시민들에 대한 탄압을 남발하겠다는 고의적인 기획 의도가 있지 않고는 이렇게 치밀하게 움직일 수가 없죠.
- 정진우(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당시 그는 절망이라는 감정 또한 느꼈다고 말했다.

거창하게 법률용어를 써서 집회시위나 일반교통에 대한 문제로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말하고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있죠.

‘검찰과 같은 또는 사법기구가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 당연한 권리를 맘만 먹으면 봉쇄할 수 있는 그런 사회구나 우리 사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상당히 절망적인 거예요.

그걸(국민의 기본권) 일반교통방해나 집시법이나 이러한 실정법을 최대한 동원해서 기소를 한다는 것은 저는 다시는 있을 수,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진우(검찰권 오·남용 피해자)

이 사건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범구, 류국량, 고유진, 한웅세 검사가 담당했다. 이후 강범구, 류국량 두 사람은 부장검사까지 승진했고, 현재는 퇴직해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됐다. 고유진 검사는 법무연수원 교수로, 한웅세 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에서 근무 중이다. 

▲재판 결과, 무죄가 확정된 서울중앙지법 2018노3975 판결서

사건을 담당했던 류국량 전 검사는 “정진우 부대표의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것은 범죄 성립 요건과 관련한 검찰과 법원의 견해 차이일 뿐”이라며 “수사권, 기소권을 오·남용한 사건이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이른바 계속범입니다. 도로가 이미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차단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합류한 사람이 기존 참가자들과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 상태를 지속시켰다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교통방해 현장에 도착하여 도로점거에 동참하였을 당시 이미 차벽이 설치되어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당시 집회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선행적으로 이루어진 도로점거 교통방해 범죄행위를 피고인이 인식한 상태에서 이에 합세하여 도로점거에 동참함으로써 교통방해 상황을 지속, 유지, 악화시켰으므로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보아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 류국량 변호사(정진우 전 부대표 사건 담당 검사)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진술 일방적으로 빠진 것 매우 억울, 내용 많이 삭제”

뉴스타파는 검찰의 형사보상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사기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다. 여기에는 사기로 고소를 당한 김 모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잇따라 나온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고소인의 거짓이 많은데도 제 진술은 일방적으로 빠진 것에 매우 억울합니다. 진술한 내용이 많이 삭제되고 피의자보다는 고소인의 진술에만 조서가 작성되었기에 피의자 변호인을 통하여 사실적 진실과 진술서를 보충해서 제출하겠습니다.
-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진술을 일방적으로 빠뜨리고, 삭제했다’. 검찰이 김 씨를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 무죄 입증하는 은행 송금 자료까지 배척한 채 ‘형사처벌해달라’

이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2009년 김 씨의 회사에 한 지인이 투자를 했다. 투자금은 총 7억 5천여만 원이었다. 이후 김 씨의 사업이 어려움에 빠졌다. 투자금은 모두 반환이 된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지인이 김 씨를 사기로 고소했다.

다행히 김 씨에겐 지인과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은행 송금 자료가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7억 5천여만 원을 다 돌려줬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물증이었다.

▲검찰은 김 모 씨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가리키는 명백한 증거를 배척했다.

검찰도 이 물증을 확보한 상태였다. ‘죄가 없네요’. 정상적이라면 이렇게 수사가 마무리됐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의 사기죄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물증을 완전히 배척했다. 그러고는 김 씨를 사기죄로 형사처벌해달라며 재판에 넘겨버렸다.

김 씨는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실과 다르게 고소인은 끝까지 금액을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데 재판을 통해서 반드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당시 김 씨의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다.

▲변호인 의견서

검찰조사과정의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진술만 듣고서는 실체진실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의 본질을 도외시한 이 사건 검사, 검찰수사관의 수사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할 것입니다.
- 변호인 의견서

재판 결과는 당연히 무죄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투자금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해자는 위 투자금 전부(혹은 거의 대부분)를 반환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 판결서(서울중앙지법 2019고합438)

서울중앙지검은 김 씨에게 5천 305만 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했다.

▲검찰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 공시문

명백한 무죄의 물증을 배척한 채 죄 없는 시민을 전과자, 범죄자로 만들려 했던 검찰. 평범한 시민이 겪었어야 했던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

피고인에게 조금만 더 변소할 수 있는 기회를 수사과정에 부여하였더라도 피해자의 주장이 얼마나 허위였음을 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검사가 공소제기를 한 것을 보면 이 사건 수사기록을 얼마나 부실하게 검토했는지를 명백하게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조차도 복수시로 번복되는 상황이고 거래내역이 이미 존재한다면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수사를 하고 공소가 제기되어야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은 대단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 변호인 의견서

이 사건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김진호, 윤재슬 검사가 담당했다. 이후 윤재슬 검사는 승진해 현재 광주지방검찰청의 부장검사로 있다.

▲재판 결과, 무죄가 확정된 서울중앙지법 2019고합438 판결서

검찰은 단순히 무죄의 물증을 배척하는 수준에서 수사권, 기소권을 오·남용한 게 아니다. 특정 대목을 똑 떼어 취사 선택한 뒤 이를 유죄의 증거로 왜곡, 탈바꿈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해, 죄 없는 일반 시민을 전과자, 범죄자로 만들려 했다.

악의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검찰의 행태. <죄 만드는 검(檢)> 다음편에서 추가로 보도한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