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이 중국식 궁궐? '건축판 동북공정' 대응 학술회의 개최

최다원 2026. 7. 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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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중국 온라인 역사왜곡 확산 대응
건축학·역사학 전문가 참석한 반박 토론회 개최
2023년 10월 8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축판 동북공정'에 맞서 한국 건축문화의 독자성을 규명하는 학술회의가 28일 열렸다. 참석한 건축·사학 연구자들은 온돌과 사원, 궁궐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독창적으로 발전·계승된 건축양식의 특징을 면밀히 토론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에서 '한국건축문화사 공간에 깃든 한국의 삶과 사유'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건축문화 기원에 대한 중국 측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자 기획된 행사다. 재단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는 조선의 대표 궁궐인 창덕궁에 대해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중국식 궁궐"이라는 설명을 내놓는가 하면, "온돌은 중국 유산"이라는 강변도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 재단이 건축을 주제로 중국의 역사 왜곡을 반박하는 학술회의를 연 건 처음으로, 앞서는 음식문화사와 복식문화사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 도성과 궁궐이 고대 중국을 모델로 했다고 생각하지만, 산지에 성곽을 구축해 도시를 구획하는 게 한반도만의 전통"이라며 "조선의 배치 수법과 건축은 창덕궁의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독자성을 공식화했다"고 지적했다. 16세기 중반 한반도에 등장한 서원과 관련해서는 "중국에 존재하고 있던 것을 참고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선 서원의 누마루(지면으로부터 높이 띄운 마루)는 독자적인 건축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서원은 중국 양식을 단순히 모사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별·발전시킨 결과물이라는 것.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명예교수는 종묘의 독창적 질서에 주목했다. 그는 "종묘라는 유교적 제도는 중국에서 발원했지만 조선은 추존을 포함, 모든 왕을 불천위(신주를 옮기지 않음)로 모신 특유의 묘제를 창출했다"며 "궁궐과 별도 영역에 건설한 것도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28일 열린 동북아역사재단의 '한국건축문화사 공간에 깃든 한국의 삶과 사유' 학술회의에서 온돌과 한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한 2000년대 초반부터 시빗거리로 삼고 있는 온돌에 대해선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그는 온돌의 원형을 동북아 삼국이 공유했던 '쪽구들'로 보며 "한반도에선 온돌로, 중국 북부지역에선 캉으로 발전했고, 일본에선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돌은 한반도 어디서나 사용하지만 한반도 바깥에서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서 한옥을 정의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온돌은 한옥의 전체적 형식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고, 현재에도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 한국 주택의 가장 본질적 요소"라고 자부했다.

여호규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와 신선혜 호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반도 고대 왕궁의 고유성과 불교건축의 특징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나각순 서울역사편찬원 전 수석연구원은 도성과 중·근세 성곽건축 양식을 중심으로 중국 측의 왜곡된 주장을 반박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학술회의가 한국 건축문화의 역사성과 독창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문화 갈등을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번 회의 내용 등을 담은 단행본도 출간할 예정이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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