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째 단전·단수, 텅 빈 매대···우크라 공격에 크림반도 전력난 신음

박채연 기자 2026. 7.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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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도 끊긴 크림반도 주민들
당국 조치 없어 일상 고통 가중
러시아 정부에서는 ‘쉬쉬’
지난 5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휴양 도시 예브파토리야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시민들이 어두운 거리를 따라 손전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집중 공세로 일대에 대규모 정전 피해가 지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림반도 주민들은 십여일 이상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전쟁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크림반도 북부에서 남편과 아기와 함께 사는 올가(24)를 포함한 수십만명의 크림반도 주민들이 수일씩 전기 없이 지내왔다고 보도했다. 올가는 NYT에 “전기가 끊기고 한 시간씩 다시 들어오지 않는 일이 15일 동안 계속됐다”며 “당국이 우릴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올가가 사는 잔코이 마을은 지난달 말부터 정전 사태가 반복됐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지역 변전소 2곳을 강타하면서 보름간 정전이 이어졌다. 이후 전력 공급이 회복돼 하루 2시간 전기를 쓸 수 있게 됐지만, 가전제품에 적합지 않은 고전압이었다. 발전기를 돌리려면 연료가 필요해 올가의 남편은 휘발유를 구하러 장시간을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수십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시청 앞 발전기에 모여 앉아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한다.

정전 문제가 비교적 덜한 크림반도 중부에서도 기차역이 폐쇄되거나 상점이 줄지어 문을 닫는 등 전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슈퍼마켓 진열대에 물건이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 중부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루스템은 손님 머리카락을 자르던 중 정전을 자주 겪었다고 했다. 그는 “가위와 이발기 배터리가 있으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인한 더 큰 전력난 위기는 겨울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은 과거 우크라이나 민간 에너지 시설을 향한 러시아의 공습을 연상시킨다”며 “매년 겨울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력과 난방 없이 지내야한다”고 했다.

크림반도의 전쟁 피해는 러시아 본토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NYT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전력망 피해를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크림반도 밖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이 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망명 언론인 일리야 셰펠린은 NYT 인터뷰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크렘린궁이 국민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약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의 러시아군 병참망을 파괴하고, 러시아 점령지역의 군사 및 에너지 시설 타격에 집중하고 있다. 로베르트 브로브디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사령관은 지난 22일 SNS 성명에서 최근 3주간 크림반도의 에너지 기반 시설 117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크림반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무력화, 교량·보급로 차단, 에너지망 타격 등 3단계 드론 공세가 성과를 내면서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큰 군사적 부담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도 크림반도의 S-400 방공미사일 체계의 발사대와 레이더가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발표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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