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냉각시설 풀가동해도 축사 안은 30도···폭염에 양계농가 ‘한계’
냉각시설 투자 1억원·전기료 월 200만원
폐사 막았지만…입식 감소 손실 ‘농가 몫’

“폭염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8일 낮 12시 전남광주 무안군 유화꼬꼬농장. 한재숙 대표(60)는 35도를 가리키는 축사 외부 온도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사 안에서는 환기팬 16대와 물로 유입 공기를 식히는 쿨링패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붕에도 계속 물을 뿌렸지만 내부 온도는 30도에서 더 내려가지 않았다.
푹푹 찌는 열기에도 생후 25∼26일 된 육계 7만4000마리가 출하를 닷새가량 앞두고 있었다. 이 시기 적정 생육온도는 24도다. 냉각시설을 모두 가동하고도 적정온도보다 6도 높은 셈이다.
닭들은 대부분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앉아 있었다. 사료통과 급수관 아래에 몸을 웅크린 닭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는 부리를 벌린 닭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라면 낯선 사람을 피해 움직였을 닭들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대표는 “냉각시설을 보름가량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한밤중에도 축사 온도가 28∼29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양계농가의 80%가량은 쿨링패드가 없어 한낮 축사 온도가 이곳보다 3∼4도 더 높다. 이곳은 시설을 아주 잘 갖춘편”이라며 “폭염을 버티기 어려워 여름철에는 병아리를 아예 들이지 않는 농가도 많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서 올해 폭염으로 폐사한 닭은 아직 없다. 대신 사육 마릿수를 줄여 위험을 낮췄다.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철 성수기지만 동물복지 기준에 따른 적정 사육 마릿수 8만2000마리보다 8000마리 적게 들여다 키웠다. 닭 사이 간격을 넓혀 축사에 쌓이는 열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수입은 줄지만 폭염 대응 비용은 늘었다. 축사 3개 동에 쿨링패드와 지붕 살수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1억원 넘게 들었다. 전기요금도 한 달에 200만원가량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냉각시설 설치비와 전기요금, 입식 감축으로 농가가 먼저 떠안은 손실까지 지원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남광주에는 지난 19일부터 폭염특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22.6도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았고, 비가 내린 날은 7.3일로 평년보다 2.9일 적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가축 폐사도 늘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남지역 111개 농가에서 가축 1만7749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닭이 1만3243마리로 전체의 74.6%를 차지했다.
전남광주는 올해 가축 폭염 피해 예방사업에 21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남광주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질수록 가축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폐사 위험이 커진다”며 “농가별 대응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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