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냉각시설 풀가동해도 축사 안은 30도···폭염에 양계농가 ‘한계’

고귀한 기자 2026. 7. 28. 1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볕더위에 적정 생육온도보다 6도 높아
냉각시설 투자 1억원·전기료 월 200만원
폐사 막았지만…입식 감소 손실 ‘농가 몫’
28일 전남광주 무안군 유화꼬꼬농장 축사에서 육계들이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앉아 있다. 고귀한 기자

“폭염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8일 낮 12시 전남광주 무안군 유화꼬꼬농장. 한재숙 대표(60)는 35도를 가리키는 축사 외부 온도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사 안에서는 환기팬 16대와 물로 유입 공기를 식히는 쿨링패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붕에도 계속 물을 뿌렸지만 내부 온도는 30도에서 더 내려가지 않았다.

푹푹 찌는 열기에도 생후 25∼26일 된 육계 7만4000마리가 출하를 닷새가량 앞두고 있었다. 이 시기 적정 생육온도는 24도다. 냉각시설을 모두 가동하고도 적정온도보다 6도 높은 셈이다.

닭들은 대부분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앉아 있었다. 사료통과 급수관 아래에 몸을 웅크린 닭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는 부리를 벌린 닭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라면 낯선 사람을 피해 움직였을 닭들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대표는 “냉각시설을 보름가량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한밤중에도 축사 온도가 28∼29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양계농가의 80%가량은 쿨링패드가 없어 한낮 축사 온도가 이곳보다 3∼4도 더 높다. 이곳은 시설을 아주 잘 갖춘편”이라며 “폭염을 버티기 어려워 여름철에는 병아리를 아예 들이지 않는 농가도 많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서 올해 폭염으로 폐사한 닭은 아직 없다. 대신 사육 마릿수를 줄여 위험을 낮췄다.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철 성수기지만 동물복지 기준에 따른 적정 사육 마릿수 8만2000마리보다 8000마리 적게 들여다 키웠다. 닭 사이 간격을 넓혀 축사에 쌓이는 열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수입은 줄지만 폭염 대응 비용은 늘었다. 축사 3개 동에 쿨링패드와 지붕 살수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1억원 넘게 들었다. 전기요금도 한 달에 200만원가량이다.

28일 전남광주 무안군 유화꼬꼬농장 축사에서 육계들이 시설물 아래 그늘진 공간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고귀한 기자

양계협회 관계자는 “냉각시설 설치비와 전기요금, 입식 감축으로 농가가 먼저 떠안은 손실까지 지원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남광주에는 지난 19일부터 폭염특보가 잇따라 내려졌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22.6도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았고, 비가 내린 날은 7.3일로 평년보다 2.9일 적었다.

폭염이 길어지면서 가축 폐사도 늘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남지역 111개 농가에서 가축 1만7749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닭이 1만3243마리로 전체의 74.6%를 차지했다.

전남광주는 올해 가축 폭염 피해 예방사업에 21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남광주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질수록 가축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폐사 위험이 커진다”며 “농가별 대응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