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환전 900원대도 싸다고 했는데”…폭락 엔화 800원대로

홍석재 기자 2026. 7. 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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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원에 싸다고 환전한 제가 미워지네요."

최근 한달 새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여행객들 사이에 나온 반응들이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도 엔화 가치 하락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 쪽은 엔화 가치 하락에 좀처럼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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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일본 도쿄 한 거리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여름 축제를 즐기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917원에 싸다고 환전한 제가 미워지네요.”

“10월 여행이라 조금씩 환전해놓는데 800원대 가려나요.”

최근 일본 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이런 대화들이 오갔다. 최근 한달 새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여행객들 사이에 나온 반응들이다.

실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60원 이상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100엔당 955원이던 엔화 대비 원화는 일주일 만에 920원대 중반까지 빠르게 떨어졌다. 이어 다시 일주일여 만인 14일 910원대, 엿새가 지난 20일에는 909원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탔다. 이후에도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지난 23일 900원대에서 턱걸이를 하다 이튿날 893원으로 추락했다. 이달 19거래일 가운데 14차례나 원화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종가 기준 하락률이 0.5%를 넘은 날이 7일이나 된다. 28일 현재 100엔당 원화는 890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한·일이 모두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과 고유가에 취약한 무역 구조를 가졌으면서도 원화가 엔화보다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비교적 뚜렷하다. 우선 가뜩이나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가 겹치면서 미·일 금리 차 기대가 달러 매수-엔화 매도가 확대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도 엔화 가치 하락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란 명분으로 돈을 푸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 하락에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2일엔 달러당 엔화가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엔화 가치 하락)인 163엔대를 찍었고, 이틀 뒤 100엔당 원 환율도 800원대에 진입했다.

반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통화정책 방향에서 “외국인 자금 흐름과 달러 강세로 달러당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가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되면서 1400원대 후반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와 함께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300억달러 규모 신규 달러 공급 여지가 생긴 점이 외환시장에 파급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비(KB) 금융그룹은 7일 보고서에서 “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공급 충격이 ‘포지션 조정→환율 하락→포지션 재조정→환율 추가 하락’의 연쇄 고리를 만들 경우, 시장 참여자의 환율 눈높이 역시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엔-원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도 주목된다. 일본 쪽은 엔화 가치 하락에 좀처럼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과 정부가 외환시장에 추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해 한달여 동안 12조엔(107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서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외환시장 개입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쌍끌이 전략’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한 저지선을 만들지 못할 경우, 조만간 달러당 170엔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최악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향후 원화 가치 상승에 비교적 낙관적인 모습이다. 한국 재정 당국은 지난 21일 “외화 수급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되고 있으며, 원화 약세에 베팅하며 확대되는 모습이던 역외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세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며 하반기 외화 수급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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