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뼛조각 골라내고 콘크리트 재생…韓도움에 재건 한창인 시리아

김동호 2026. 7.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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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가장 치열했던 '시리아의 스탈린그라드' 알레포, 韓언론 첫 취재
도시 곳곳 여전히 쑥대밭…"한국 도움으로 아기에게 닭고기 먹였다"
잔해 한복판 학교서 꿈 키우는 어린이들…"슈크란 쿠리(고마워요 한국)"
건물 잔해서 뼛조각도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외곽에서 재생 콘크리트 자재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6.7.28 dk@yna.co.kr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가끔 돌무더기에 섞인 뼛조각이 나와요. 수년 동안 방치됐던 탓에 사람 것인지 동물 것인지를 분간할 수는 없지만…."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콘크리트 잔해 폐기물 분류 작업을 하던 젊은 여성 타그리드는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장난감 같은 물건을 찾을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상에서 쓰이던 가구처럼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골라낼 때마다 괴로움을 느낀다"고 타그리드는 토로했다.

13년 내전이 남긴 상흔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의 구시가지 진입로. 2026.7.28 dk@yna.co.kr

연합뉴스는 26일(현지시간) 낮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에 위치한 유엔개발계획(UNDP) 작업장을 찾았다. 오랜 내전 기간 부서진 건물 잔해를 모아 재건을 위한 건축 자재로 재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전 이후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한국 언론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레포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3여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 때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의 공세로 점령과 탈환이 반복되는 등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참상이 알려지면서 한때 '시리아의 스탈린그라드'라고 불릴 정도였다.

시리아 알레포의 식품 바우처 배급소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구시가지의 식품 바우처 배급소. 2026.7.28 dk@yna.co.kr

이곳에서 한국 정부는 철근,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 등을 골라낸 콘크리트를 빻아 온전한 벽돌과 타일로 만드는 UNDP 사업을 수년째 지원하고 있다.

가슴에 태극 문양과 '외교부'라는 한글 글씨가 박힌 작업복을 걸친 중년 남성 슈크리는 내전 발발 직후 가족을 데리고 인접국 튀르키예의 안탈리아로 넘어가 난민 생활을 하다가 정세가 다소 안정된 5년 전쯤 알레포로 돌아왔다고 했다.

슈크리는 "한국이 우리나라에 해 주는 일이 고맙다"며 "사람들이 병원 같은 곳에 다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도를 새로 포장하는 데에 내가 만든 타일이 쓰인다"고 뿌듯해했다.

"아들이 건강해져서 좋아요"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구시가지의 바우처 배급소에 모인 여성들. 2026.7.28 dk@yna.co.kr

2024년 12월 수니파 이슬람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며 내전을 일단락하기는 했지만, 온전히 시리아인 스스로의 힘만으로 황폐해진 도시를 온전히 재건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공여에 일찌감치 발을 담근 일본의 경우 세심한 지원으로 현지에서 평가가 좋다고 한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일장기가 붙은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일본은 자국 예산을 들인 사업에 생색을 낸다.

시리아의 태극기와 일장기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인도주의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과 일본의 국기. 2026.7.28 dk@yna.co.kr

한국도 인도주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리아 진출의 발판을 닦고 있다.

영유아 가정 등 취약계층 생계를 돕는 알파라프라 센터도 한국이 관여하는 곳이다. 알레포 구시가지의 좁고 어두침침한 골목 속에 숨어있는 이 장소에는 태극기와 함께 "슈크란 쿠리"(고마워요 한국)라고 적힌 종이가 이곳저곳에 붙었다.

센터 마당에는 매달 한 가족에 390달러씩 지급되는 식료품 바우처를 받으려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었다. 검은색 부르카를 뒤집어쓴 여성들은 낯선 동양인에게 경계심을 보였지만, 어린아이들은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다.

"학교 가야지"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에 재건된 학교. 2026.7.28 dk@yna.co.kr

한 여성은 시리아 대사를 겸하는 전규석 주레바논대사와 유엔식량계획(WFP) 관계자들을 만나 "한 살짜리 아들 야히야가 먹는 것이 부실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몇 달 전부터 이곳의 도움으로 닭고기도 먹고 하더니 영양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알레포 동쪽 카디아스카르 마을에 있는 '아보 피라스 알함다니' 학교 재건사업은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지원에 나선 사례다. 치열했던 전투 지역 한복판에서 총탄과 포탄에 파손됐던 학교 건물을 유니세프 주도로 복원했다.

교실 창밖에는 총알 구멍이 벌집처럼 박힌 이웃 건물들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지만, 학교 내부만큼은 깨끗하고 안전하게 느껴졌다. 새 칠판과 책걸상이 올해 가을 학기 돌아올 어린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찍어 주세요" (알레포=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의 재건된 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현지 어린이. 2026.7.28 dk@yna.co.kr

전규석 대사는 이날 알레포대학교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주제로 강연하며 "시리아는 풍부한 인적자원과 역사·문화적 자산, 지정학적 강점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과 재건을 이룰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연사로 나선 튀르키예 이스탄불공과대학교(ITU)의 김익환 교수는 부산항 건설 사례를 들어 시리아의 수출입 항만 및 물류 허브 구축 방안을 제언했다.

학교 교수진과 학생들은 양국 교류 가능성과 재건 방안 등을 주제로 30분간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강연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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