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웅산 수치 아들 “가택연금? 81살 어머니, 살아 있단 증거조차 없다”
“외교 대화와 군부 정당화 혼동하면 안돼…접촉 신중해야”

“가택연금은 양곤의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을 뜻합니다. 소재조차 공개되지 않은 곳으로 옮겨졌다면 다른 장소의 감방에 가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지난 24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전 국가고문의 막내아들 킴 에어리스(Kim Aris·49)는 한겨레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 4월 수치 전 고문이 남은 형기를 ‘지정 거처’에서 복역하도록 했고, 외신들은 이를 ‘수치 전 고문이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거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에어리스가 국내 언론과 화상으로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치 전 고문의 막내 아들로 영국 런던에 사는 에어리스는 지난 4월부터 어머니의 생존과 건강 상태를 독립적으로 확인해 달라는 ‘생사 확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노르웨이·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프랑스를 찾아 각국 정부와 접촉했고,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 장관 출신인 줄리 비숍 유엔 미얀마 특사와도 연락하고 있다.
에어리스는 비숍 특사가 최근 미얀마를 방문해 수치 전 고문의 안부를 묻고 접촉하려 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부가 수치 전 고문을 범죄자로 규정하며 형기를 마친 뒤에야 외부인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그때는 거의 100살이 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 전 고문은 부패와 선거 관련 범죄, 공무상비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3년을 선고받았지만, 여러 차례 감형돼 형기가 약 18년으로 줄었다.
에어리스는 “가족과 직접 연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렵다면 국제적십자위원회나 독립 의료진·외교관이 방문해 어머니가 어디에 있고 건강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수치 전 고문이 심한 치통과 잇몸 질환에 시달렸고 심장 질환도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강진 때 교도소 안에서 어깨를 다쳤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지만, 어느 것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에어리스는 “직접 연락이 없고 아무도 어머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며 “어머니가 81살이고 지속적인 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나온 미얀마 정부의 ‘가택연금’ 발표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수치 전 고문이 미얀마에서 소유한 집은 양곤의 자택뿐이며 현재 그곳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에어리스는 “군부가 증거를 내놓을 때까지는 어머니가 여전히 교도소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증거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얀마 정부가 공개한 수치 전 고문의 사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에어리스는 “사진을 살펴본 여러 전문가들은 진짜 사진이 아니며 과거 사진을 이용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염색되고 하이라이트까지 들어간 것처럼 보여 이상했다”며 “감옥에서 머리를 염색했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수치 전 고문을 만났다는 보도 역시 중국 정부로부터 확인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어리스는 다음 달 6∼7일로 예정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과 아누틴 찬위라꾼 타이 총리의 회동에 대해 “아세안 ‘5개항 합의’ 이행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만남은 미얀마 군부에 정당성만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5개항 합의’는 2021년 미얀마 군부와 아세안이 합의한 폭력의 즉각 중단과 군부·민주 진영 등 관련 세력 간 대화, 아세안 특사의 중재·현지 방문, 인도적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아세안은 ‘5개항 합의’ 이행과 별도로 수치 전 고문을 비롯한 정치범 석방과 면담 허용을 군부에 요구해 왔다.
지난 4월 미얀마 군부가 주도한 선거를 거쳐 민간 정부의 외형을 갖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내전은 계속되고 미얀마 정부의 민간인 공격과 공습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에어리스는 지난 12∼13일 아세안 외교부 장관들이 미얀마 외교부 장관과 비공식으로 대면한 데 대해서도 “외교적 대화는 필요하지만 군부를 정당화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접촉은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5개항 합의의 이행과 명확히 연계돼야 한다”며 “군부는 지금까지 어느 조항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치 전 고문이 로힝야족 탄압에 침묵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미얀마 군부를 옹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간 것은 군부를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더 분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치 전 고문이 ‘코피 아난 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권고 사항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지만, 군부를 통제할 권한이 없어 원하는 만큼 로힝야족을 돕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이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는 수치 전 고문의 요청으로 2016년 라카인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로힝야족의 시민권과 이동의 자유 보장,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권고했다.
영국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고 목수로 일하며 살아온 에어리스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부터다. 그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 예전처럼 어머니를 위해 나설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어머니에게 적용된 혐의는 전적으로 허위이고, 이미 15년간 가택연금을 겪은 데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직접 만난 것은 2017년 영국에서였다. 에어리스는 수치 전 고문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고 산책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지 않고 평범한 가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고 회상했다. 쿠데타 뒤 수치 전 고문에게서 받은 연락은 2024년 1월 영국 외교부를 통해 전달된 짧은 친필 편지 한 통뿐이었다. 편지에는 감방이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말과 가족 이야기가 담겼다.
에어리스는 “어머니는 15년간 가택연금을 견디고 민주주의를 위한 긴 투쟁 끝에 실제로 목표를 이뤄냈다”며 “제게 희망을 품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를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하는 바람에 비유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햇빛에 비유하며 “지금은 절망적으로 보이지만 민주주의가 버마(미얀마)에 돌아오고 어머니도 석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한국도 권위주의 통치를 겪은 만큼 버마(미얀마) 국민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직접 한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이 버마(미얀마)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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