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서 '천둥'이라 부르는 K9 자주포... 전 방위사업청장이 말하는 K9 세계화

세계가 선택한 명품 자주포 K9<6>
필자는 K9 자주포와 세 번에 걸쳐 깊은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는 2008년 12월 청와대에서 방위력 개선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고(故) 김동수 박사로부터 K9 자주포 개발 과정과 ‘항아리론, 축적의 시간’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다.
두 번째는 2020년 말 방위사업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호주·이집트·폴란드 등 국제 방산시장에서 K9 수출을 직접 지휘하고 협상하던 과정이다. 세 번째는 K9A1과 K9A2로 이어지는 성능개량, 차세대 자주포의 발전 방향과 미국 시장 진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ADD, 방산기업들과 논의하던 때다.
이 글은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일부는 책임자로서 주도했던 K9 자주포 수출의 다양한 형태, 수출 이후의 전략적 관리, 앞으로의 시장과 기술 발전 방향을 정리한 기록이다. 동시에 K9 자주포 개발과 수출 과정에 함께 하며 끊임없이 혁신한 방산 기업 임직원들, 당시 ADD 소장과 연구진에게 드리는 헌사(獻詞)다.
튀르키예 '폭풍', 에스토니아 '천둥'....현지화된 K9 자주포
오늘의 K9 자주포는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된 것이 아니다. 개발자와 군, 기업과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실패를 보완하고 새로운 요구를 받아들이며 축적해 온 결과다.
K9 자주포의 세계화 과정은 수출 국가에서 붙인 현지 명칭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튀르키예의 T-155 프르트나(Fırtına·폭풍), 인도의 K9 바즈라-T(Vajra-T), 호주의 AS9 헌츠맨(Huntsman), 에스토니아의 K9 Kõu(천둥), 폴란드의 AHS 크라프(Krab)와 K9PL은 동일한 K9 기술을 뿌리로 하면서도 각 국의 역사·문화·군 운용개념을 받아들여 서로 다른 이름과 모습으로 발전한 사례다.

K9 자주포가 세계 방산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은 단순히 155㎜ 52구경장 포의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 필자는 우리 방산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ADD 연구진의 유연성, 독창성이 더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해당 국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완제품, 기술, 차체, 중고 장비, 현지 생산, 공동개발, 정부 간 계약 등 여러 조건의 협력 모델을 바꿔가며 대응했다.
그리고 장비를 인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운용·정비·탄약·교육훈련·성능개량을 수출국과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K-방산의 가장 굳건한 기반이다. 국방 연구개발의 허브인 ADD뿐만 아니라 우리 주요 방산기업들은 이러한 능력을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통해 갖춰왔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그만큼 K-방산의 토대는 견고하다. 방위사업청은 방산 현장에서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기대한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2020년 말 방위사업청장으로 취임한 뒤 필자가 국제 방산시장에 나설 때 핵심으로 내세운 무기체계 중 하나가 K9 자주포였다. 이미 튀르키예, 인도, 북유럽에서 수출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호주, 이집트, 폴란드 수출 사업은 K9 자주포의 단순 판매를 넘어 국가 간 산업협력으로 발전시켜야 성사 가능성이 있었던 시험대였다. K9 자주포 수출 과정은 국가 간 협력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진행됐다.
K9 자주포의 첫 수출 국가 튀르키예...처음엔 기술만 수출했다
K9 자주포의 첫 해외 진출 국가는 튀르키예였다. 통상 신형 무기체계는 자국 군에서 충분히 운용한 뒤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그러나 K9 자주포는 1998년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전력화된 직후부터 양국간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수출 계약을 체결하여 기술 수출에 나섰다.
튀르키예는 완제품을 그대로 구매하기보다 자국의 상황에 맞는 자주포를 생산하기 원했고, 한국은 K9 자주포의 차체·포탑·사격통제 및 주요 체계 기술을 제공했다. 그 결과 튀르키예형 자주포 T-155 프르트나가 탄생했다.

이 사업은 개발 초기의 기술을 해외에 이전한 매우 독특한 사례였다. 기술보호와 제3국 수출통제, 이전 가능한 기술과 보호해야 할 핵심기술의 구분 등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풀어야 했다. 당시 기술 수출 경험이 부족했기에 리스크도 적지 않았지만, 그 과감한 선택은 한국이 무기 구매국이 아니라 설계와 생산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국제 방산시장에 처음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튀르키예 사례는 K9 자주포 수출의 기본철학을 만들었다. 완제품 판매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국가의 산업과 결합해 자국형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경험은 곧바로 2008년 K2 전차 기술 수출의 토대가 되었다.
폴란드...완제품 아닌 K9 차체 수출로 시작해 대규모 방산 협력
두 번째는 자주포 전체가 아니라 차체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폴란드는 영국 AS90 계열 포탑을 기반으로 크라프 자주포를 개발했지만, 당초 적용하려던 차체에서 품질과 구조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포탑과 사격체계는 있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기동시킬 차체가 없었다. 이때 선택된 것이 K9 자주포 차체였다.
자주포 차체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발사 충격을 견디고 포탑, 탄약, 승무원의 중량을 지지하면서도 혹한, 진흙, 습지 환경에서 기동해야 한다. K9 자주포 차체가 선택됐다는 것은 우리의 플랫폼 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였다. 2014년 말에 이루어진 일이다.
폴란드는 K9 차체 위에 자국 포탑과 TOPAZ 전투관리체계를 결합했다. 이 협력은 2022년 K9 자주포를 비롯하여 K2 전차, 초음속 경전투기 FA-50 등 폴란드와의 대규모 협력사업이 이뤄지는 가장 강한 신뢰 기반이 됐다.

2021년 9월부터 한국과 폴란드의 대규모 방산 협력이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필자는 그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기저에 깔린 양국의 신뢰가 협력의 기반임을 절감한 바 있다. 구성품으로 시작한 협력이 신뢰 기반을 쌓아 완제품 수출, 현지 생산, 성능개량과 타 분야로 확대된 모범적인 사례다.
핀란드·에스토니아엔 중고 자주포 수출...북유럽 눈밭에서도 성능 입증
세 번째는 우리 군이 운용하던 K9 자주포를 정비·개조해 우방국에 공급한 중고 장비 수출이다. 핀란드의 K9FIN과 에스토니아의 K9 Kõu(천둥)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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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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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세계가 선택한 명품 자주포 K9
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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