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달린 카트’ 타고 듄스코스 정복했더니 EDM파티가 눈앞에! “이런 축제 또 없습니다”[현장속으로]

[스포츠서울 | 춘천=장강훈 기자] “스코틀랜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라비에벨 듄스코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캐디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다. 스타트광장뿐만 아니라 카트 내에서 흘러나오는 댄스음악 때문일까. 명문 골프장으로 남녀 프로대회를 치르는 라비에벨 컨트리클럽이 폭염 속 내장객 확보와 지역상생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명칭도 ‘듄스夜, 댄스야!’로 잡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7, 8월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를 우연한 기회로 들여다봤다.

라비에벨CC는 산악 지형을 그대로 살린 올드코스와 모래언덕(듄)을 활용한 링크스형인 듄스코스로 나뉜다. 듄스코스는 낭떠러지, 언덕 등을 살려 바람의 영향을 제대로 받는 곳이다. 세계적인 듄스코스 설계자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는 “듄스코스는 공이 잘 굴러다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프로와 아마 등 골퍼 수준에 따라 다양한 공략이 가능해서 더 재미있다”고 역설했다.
신지은(33)이 10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따낸 스코틀랜드 던도널드 링크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신지은이 ‘듄스코스의 고향’에서 우승 감격을 누리던 날, 강원도 춘천에서 또다른 ‘듄스코스 특징’을 체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코스와 싸우느라 더위를 느낄 여유가 없다. 특히 아웃코스는 낭떨어지를 마주고보고 티샷해야 해 ‘실수는 곧 아웃 오브 바운스(OB)’라는 공포감을 준다. 파5로 세팅된 6번홀은 ‘왼쪽으로 감기면 워터 헤저드, 오른쪽으로 밀리면 OB’여서 드라이버 티샷을 주저하게 한다. 바람까지 불기 시작하면, 클럽 선택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페어웨이로 카트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슬로우 플레이어’라는 오명을 쓸 정도. ‘골린이’에게는 폭염이 파고들 여유가 없다.

하필, 날씨도 듄스코스에 걸맞았다. 화창한 날씨로 출발했지만 먹구름과 바람, 햇빛이 홀마다 반복됐다. 인코스로 접어들 때는 세찬 소나기까지 내렸다. 더위가 가시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바탕 퍼부은 소나기 덕분에 지열이 올라왔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코스를 본적이 있던가.
비가 그치자 가까운 거리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마침 고지대여서, 듄스코스 특유의 풍경과 그 위에 뜬 무지개를 감상하느라 샷하는 걸 잊었다. 그러고보니 소나기가 내릴 때도, 햇빛이 강하게 내려쬘 때도 빗방울과 햇빛이 살에 닿는 느낌이 없다.

듄스코스를 활보하는 카트의 자랑거리(?)인 차양막 덕분이다. “코오롱 FnC가 의류사업도 하고 있어서, 차양막을 제작할 천 등을 고르고 골라 특수 제작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따랐다. 30여 팀이 샷건 방식으로 출발한 덕에 작은 날개를 편채 코스를 활보하는 형형색색의 ‘카트 떼’를 보는 것 역시 다른 골프장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니 클럽하우스가 북적인다. 음악소리는 더 커졌다. 경쾌한 비트의 전자음악 소리가 심장박동처럼 들린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갔더니, 이미 파티가 시작됐다. 클럽하우스 입구에 작은 무대를 설치하고, 주차장쪽에 객석을 마련했다.
DJ가 흥을 돋우고, 에일과 무알콜 맥주, 간단한 스낵 등도 준비 돼 있다. 라운드로 지친 몸을 ‘댄스’로 풀어낼 일만 남은 모양. 이미 무대 주변은 화려한(?) 춤사위로 리듬을 타는 사람들로 붐빈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무리들도 보인다. ‘엄숙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골프장 편견이 날아간다.
행사를 기획한 이정윤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저희가 라스베이거스에도 골프장 두 곳을 운영 중이다. 라스베이거스만 해도 축제처럼 즐기는 골프 문화가 일반적이다. 우리도 이런 문화를 좀 만들어보자 싶어 기획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다.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전문 DJ의 현란한 디제잉으로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자 스포트라이트는 무대 중앙으로 집중됐다. 프로선수로, 교습가로, 가수로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송경서(50) JTBC골프 해설위원도 화려한 율동(?)과 친숙한 목소리로 광란의 무대를 유도했고, 마이티 마우스, 박군 등 인기가수들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공연 초반 쭈뼛대던 관람객들은 어느새 무대 앞으로 몰려와 댄스 삼매경에 빠졌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그 위를 오가며 ‘한여름밤의 파티’에 빛을 더했다. ‘듄스夜 댄스야!’ 참여를 위해 대전에서 왔다는 A씨(32)는 “친구들과 1박2일로 여행을 겸해 왔다. 좋은 코스에서 골프도 하고 EDM파티까지 즐기니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 하남에서 온 B씨(47) 역시 “밤에는 생각보다 선선해서 축제를 즐기기 딱 좋다. 춘천까지 온 김에 하루이틀 숙박하면서 마트도 가고, 식당도 들르니 지역 상인들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골프장에서 이런 이벤트를 하는게 단순히 내장객 유치만을 위한 건 아닌 것 같아 기회가 되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와 축제를 접목한 ‘듄스夜, 댄스야!’는 8월말까지 이어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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