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손’ 중국 외교부 국장, 일본에 전쟁 중 중국에 묻은 화학무기 신속한 처리 압박
일 화학무기 11만 정 이상 발굴·폐기 중
일 정부 2027년 11월 말까지 완료 계획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일본군이 중·일전쟁 시기 중국에 남긴 화학무기 처리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방문해 일본 측에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중국 외교부 아시아사의 위챗 공식 계정 ‘야저우슝펑’은 27일 류진쑹 외교부 아시아사장(장급)이 전날 지린성 둔화시 하얼바링 일본군 화학무기 제거 현장을 방문해 작업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류 사장은 일본 측 현장 관리자 및 주요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중국에 폐기한 화학무기는 일분 군국주의가 중국 침략전쟁 중 벌인 가장 큰 범죄라면서 “폐기된 화학무기 독성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완전히 제거하고, 중국 국민을 위한 깨끗한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65개국의 비준으로 발효된 국제협약인 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일본은 과거 전쟁 중 중국에 남겨둔 화학무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1999년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00년부터 지린성 등에서 일본군이 남긴 화학무기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일본은 중국에서 11만8000발 이상의 화학무기를 발굴했으며 8만8000발을 폐기했다. 현재도 10만 발 이상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무기 매설지는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얼바링에 가장 많이 묻혀 있다고 추정된다.
중·일 정부 간 협약에 따르면 이 작업은 2007년 완료돼야 했으나 기술적 이유 등으로 기한은 계속 연장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일본에 신속한 작업을 주문해 왔다. 일본 정부는 2027년 11월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류 사장의 방문은 중국이 일본의 방위정책을 군국주의 부활로 규정해 국제 여론전을 펼치는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참여하는 만찬 자리도 피하는 등 중국 당국자들이 일본 측과의 접촉을 거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모테기 외무상이 마닐라에서 왕 주임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자 중국 측이 “만난 적 없다”고 반박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난 3월 주일 중국대사관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현직 육상자위대 장교가 기소된 것과 관련해 “일본 내 군국주의가 확산된 결과”라고 논평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류 사장은 사장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발언’ 이후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사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민복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가나이 사장을 내려다 보는 듯한 모습이 관영매체 SNS 계정을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관영 매체들의 사진 유포를 선전전이라 부르며 반발했으며, 류 사장은 이후 중국에서 ‘주머니 손’ 외교관으로 불리며 대일 강경파의 상징이 됐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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