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비만, BMI만으론 놓친다...‘체지방·합병증’ 함께 봐야
임수 교수팀 “체중 아닌 실제 건강위험 중심으로 진단 패러다임 바꿔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아시아인도 복부와 간·췌장 등에 지방이 축적돼 당뇨병과 지방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을 수 있는 만큼 체중만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기존 진단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BMI 수치뿐 아니라 체지방의 양과 분포, 장기 기능과 합병증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제 건강위험에 따라 비만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은 전 세계 약 8억 명이 앓는 만성질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성인 5명 중 2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널리 활용되는 BMI만으로는 실제 건강위험을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다. BMI는 체중 상태를 간편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체지방의 양이나 축적 부위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인은 BMI가 높지 않아도 내장지방이나 간·췌장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로 근육량은 줄고 지방량은 증가하는 '근감소성 비만'까지 늘면서 이러한 한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정상 BMI 범위(18.5~22.9)의 한국 성인 약 32%에서도 대사질환 위험이 확인된 것으로 보고됐다.
'비만 전단계·임상적 비만병' 구분…합병증 중심 진단
이에 연구팀은 2025년 국제학술지 Lancet 위원회가 제시한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아시아인 특성에 맞게 구체화했다. 핵심은 비만을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닌 체지방 과다가 실제 건강 문제로 이어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체지방이 과다하지만 합병증이나 기능 저하가 없는 상태는 '비만 전단계', 과도한 체지방으로 중요 장기의 기능 이상 등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는 '임상적 비만병'으로 구분했다.

치료 역시 진단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비만 전단계에서는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진행을 예방하고, 이미 합병증이 발생한 임상적 비만병에서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나 비만대사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한다.
연구팀은 새 진단체계가 BMI는 낮지만 실제 질환 위험이 높은 아시아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BMI 중심 진단에서 발생하는 과소·과잉 진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수 교수는 "아시아인은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내장지방과 간·췌장 지방이 축적돼 당뇨병과 지방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비만 진료의 중심을 체중계 숫자에서 체지방의 양과 위치, 장기 기능과 실제 건강 문제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 기준은 더 많은 사람에게 비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고 BMI 중심 진단의 과소·과잉 진단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내분비학 분야 국제학술지 'Nature Reviews Endocrin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