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대통령 '정비사업 신중론' 하루 만에… 종로구, 관내 정비사업 '전면 재검토' 선언

정비사업을 향한 대통령의 신중론 직후 일선 지자체가 발맞춰 관내 정비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정책 전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지난 24일 창신제2동 초도순시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 관내 30여 개 정비사업 현장에 대해 교통영향평가 등 도시계획 정합성 확보를 근거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사했다.
유 구청장은 현장에서 “종로 전체에 부동산 광풍이 불어 있는 것 같다”며 “좁은 종로에 인구가 14만 명도 안 되는데 서른 몇 곳이 전부 재개발ㆍ재건축을 하고 있다. 이러다가 종로 주민들이 다 떠나고 종로가 없어지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골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짓는 것도 아닌데 (종로를) 무자비하게 재개발하고 있다”며 “’100층 짓는다, 50층 짓는다’며 수년간 돈만 쓰고 원상복귀시킨 사례도 있다. 실효성 있는 사업을 해야지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구청장이 제시한 ‘속도조절’론의 핵심 근거는 종로구 정비사업에 ‘포괄적 도시계획 구상’이 빠졌다는 점이다.
그는 “(정비사업을) 나홀로 아파트 짓듯 단편적으로 접근하는데, 도시계획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진입로 등 포괄적인 교통 흐름을 계산해야 하며, 이런 교통영향평가는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 청장은 향후 ‘재개발ㆍ재건축 TF’를 구성해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관내 지역 별 정비사업을 재 조정해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유 구청장은 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피력했다. 그는 “재개발은 시작하면 빨라도 10년인데 당장 되는 것처럼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재개발ㆍ재건축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주민 동의율 76.5%를 달성해 사업시행자(신탁) 지정 요건을 갖춘 창신 9ㆍ10구역에 대해선 법적 기준 이상의 추가 합의를 요구했다.
유 구청장은 “75%, 80% 동의율을 갖췄다고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구청 및 주민들과 제대로 협의해야 한다”며 “찬성이든 반대든 웬만하면 다 수용해 근사치의 합의점에 도달해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추가적인 합의가 없으면 사업 승인이나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동의율 확보에 나선 일부 주민들을 향해서는 “투기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토지 투기는 절대 안 될 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종로구의 이 같은 행보에 정비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은 시 본청 주도로 광역 교통망 및 구역 간 입체계획을 고려해 통합 관리함으로써 인프라 균형과 난개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규 현장은 입안권자인 구청장이 도시계획 정합성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창신 9ㆍ10구역 등은 이미 서울시 고시를 통해 구역 지정이 완료된 곳”이라며 “서울시 본청의 도시계획 자체를 불신하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관계자는 “당시 현장은 재개발 찬반 양측 주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과열된 상태였다”며 “구청장의 발언은 주민 간 충돌을 자중시키고 차분한 대화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일 뿐, 이를 정비사업의 행정 기준이나 정책 방향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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