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그넷 결국 '손절'…5000억 이상 쏟았지만 확정 매각가는 750억

박민규 기자 2026. 7. 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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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자회사 SK시그넷의 완전자회사 편입과 상장폐지를 위해 주당 8200원에 일반주주 대상 보통주 공개매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SK㈜가 시그넷 지분 100% 확보 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Chasm, 수요 정체)으로 인한 전방 산업 위축과 품질 이슈로 인한 실적 부진이 있다.

SK㈜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75%의 지분을 이미 확보한 만큼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한 포괄적 주식교환만으로도 100% 완전자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SK㈜로서는 이보다 15%가량 할증된 8200원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매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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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시그넷 미국 공장. / 제공=SK시그넷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자회사 SK시그넷의 완전자회사 편입과 상장폐지를 위해 주당 8200원에 일반주주 대상 보통주 공개매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파격적인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공개매수 신고서 제출 전날인 지난 23일 종가(6500원) 대비 26.2%,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 발행가액 7102원 대비 15.5% 높다.

SK㈜는 거래량이 마른 코넥스 시장에서 소액주주들에게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선제적으로 부여한다는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의 맥락으로 설명한다.

자본시장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극심한 재무위기에 빠진 비핵심 자산을 사모펀드(PEF) 등 외부 매수자에게 원활히 처분하기 위해 딜(deal) 확실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풀이가 나온다.

 
밑빠진 독에 5000억 수혈한 SK㈜

SK㈜가 시그넷 지분 100% 확보 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Chasm, 수요 정체)으로 인한 전방 산업 위축과 품질 이슈로 인한 실적 부진이 있다.

SK시그넷의 경우 2021년 인수 당시에는 북미 초급속 충전기 시장을 이끌 선도 기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대규모 품질 불량에 따른 반품 사태까지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무너졌다.

실제로 2023년 연결 기준 14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024년에는 적자 폭이 2428억원으로 확대되며 총자본이 마이너스(-) 1028억원으로 음수 전환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맞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전체 인력의 25%를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영업손실을 484억원으로 축소했으나 여전히 자체 영업활동으로는 금융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회사 SK㈜는 경영권 인수 이후 작년 1150억원, 올해 6월 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누적 5000억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잦은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내재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경영권 인수 당시 주당 3만5850원이었던 신주 발행가액은 지난달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7102원까지 수직 하락했다. 투자액 대비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이른바 '다운라운드'(Down-round)의 늪에 빠진 것이다.

SK가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단행하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재원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처럼 현금이 지속 유출되는 자산의 정리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 매각가 2000억 중 '확정' 금액은 750억 뿐

SK㈜가 지난 15일 외부 잠재 매수인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구조를 살펴보면 매도자 입장의 고충과 시장의 냉정한 가치 평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재 논의 중인 거래의 전체 한도는 최대 2000억원 규모이지만 거래 종결과 동시에 유입되는 확정 선지급금은 전체 대금의 37.5%인 75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최대 1250억원은 2028년부터 2029년까지 매수인의 경영 기간 동안 창출하는 실제 실적 달성 여부에 따라 사후 지급하는 '언아웃'(Earn-out) 조건으로 묶여 있다.

시장에서는 영업 활동을 통한 자체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상실된 데다 과거 품질 결함에서 파생된 우발채무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기업에 대해 재무적투자자(FI)가 높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PEF 운용사 등 잠재 매수인이 초기 현금 지출을 최소화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려 했고, SK㈜는 조속한 매각을 위해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언아웃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SK㈜의 최종 회수 금액은 초기 현금 유입분인 750억원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SK㈜는 수년간 SK시그넷에 투입해 온 5000억원대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자금 누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스톱로스(손절매)를 택한 셈이다.

 
공개매수 단가 8200원 '파격'...분쟁·지연 리스크 최소화 포석

잠재 매수인과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 SK시그넷의 비상장사 전환은 주요 선결 요건으로 꼽힌다. 상장 유지 시 요구되는 각종 공시 의무와 주주총회 소집 등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인수합병(M&A) 거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75%의 지분을 이미 확보한 만큼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한 포괄적 주식교환만으로도 100% 완전자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8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해 주당 8200원에 선제적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법적 분쟁 및 절차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해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이어질 경우 가치 산정 소송 등으로 M&A 일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특히 현재 SK시그넷의 훼손된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법원의 주식매수가액이 최근 유상증자 발행가(7100원대)와 유사하게 산정될 가능성도 있다. SK㈜로서는 이보다 15%가량 할증된 8200원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매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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