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남자’ 정성호도 백기…‘보완수사권 딜레마’ 앞 李의 선택은?
당심과 민심 사이, 李대통령 선택지는? ①당론 수용 ②보완 입법 ③거부권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시점” 지적도…시험대 오른 李 국정 운영 리더십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는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7월27일 취재진 백브리핑 및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발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론을 펴온 정성호 장관이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엇박자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장관의 암묵적 배수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번 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공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개혁과 현실 사이에서 이 대통령이 당론을 존중할지, 민심을 따를지, 아니면 또 다른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李 만류에도 이어진 정성호 사의 파장…與 균열 가속화
정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사퇴하고 싶다는 의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 계신 분들과 많이 의논을 해오던 차였다"며 "최근 수개월간 심각한 수면장애 등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금도) 사퇴 의사를 접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묻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개인적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선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정 장관의 결단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 장관은 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로 억울한 1%의 피해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여 왔다.
특히 정 장관은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전건 송치' 제도 도입 필요성도 함께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외적인 안전장치도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주문했던 만큼 그 기조에 발을 맞춰온 취지로 풀이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도부는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계획을 밝히며 "민주당의 원칙은 단 하나, 기소하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허울뿐인 구호가 아닌, 국민이 주인인 형사사법 체계를 세우기 위한 역사적 과제이자 시대적 사명"이라고 역설했다.
물론 민주당도 당내 이견을 수용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한해 전건송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통상 하나의 사건에 여러 혐의가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의 법률 해석에 따라 '7대 범죄' 해당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또 중대범죄수사청이 보완수사를 맡도록 한 대안 등도 제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국·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까지 정 장관에게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제도 안착 과정까지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취지로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성호도 막지 못한 당론…결국 결단은 李대통령 몫
여권 내부에서도 정 장관의 사의가 실제로 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범여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정 장관이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며 "현 시점에서 하위 법령 100여 건의 제·개정과 관련 법률 179개의 정비, 조직·인력 재배치, 업무 프로세스 구축 등 실무 작업이 폭주하는 시기인 만큼 장관이 부재하면 사실상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대통령도 사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을 매듭지을 키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 본인의 최측근 인사인 정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채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은 정치적 무게가 작지 않다. 그렇다고 당론으로 올라온 법안에 제동을 걸면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균열이 생기고, 그대로 수용하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주문해온 자신의 메시지와 배치될 수 있다. 결국 개혁과 현실 사이에서 이 대통령도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한 청년 인사는 시사저널에 "만약 이 대통령도 정 장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 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후속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가능성은 적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거부권 행사 여지도 있다"며 "반대로 이 대통령이 당론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정 장관의 사의는 개인적 결단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지고, 대통령의 대여 주도권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요 현안마다 SNS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며 당내 논란을 정리해 왔다. 지난 3월 검찰청 폐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여당 강성파를 겨냥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고 메시지를 내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완수사권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는 과정에서는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가르마를 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개혁이라는 국정 과제와 피해자 보호라는 형사사법 원칙,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국민 여론 사이에서 최종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대통령뿐이라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정국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따라 검찰개혁의 성패는 물론 향후 국정 운영의 리더십도 함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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