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유형별·지역별·생애주기별로 재설계해야”
서홍 부동산융합학회장, ‘국가 부동산ㆍ공간정책위원회 구성’ 제안

서홍 부동산융합학회장(사진/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의 다양한 유형, 지방의 주택수요 감소, 인구소멸, 도시와 지역의 균형발전, 국민의 자산형성 구조와 같은 국가적 과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 부동산정책의 재설계의 의미는.
부동산은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 오피스, 상가, 물류시설, 지식산업센터, 산업단지, 농지, 임야와 각종 개발용 토지를 포함한다. 각각의 시장의 경기흐름은 동일하지 않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지방의 상가와 오피스의 공실이 증가할 수 있고,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시설은 과잉공급과 금융부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농지와 임야에서는 투기와 난개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격상승을 전국적인 주택문제처럼 다루면 지방의 주거위기와 지역소멸 문제는 국가정책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부동산정책을 유형별·지역별·생애주기별로 설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택뿐 아니라 토지·산업·상업용 부동산과 지역균형발전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국가 부동산·공간정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주택가격 문제의 근본 원인을 국토와 도시의 불균형으로 꼽았는데.
수도권에는 양질의 일자리, 기업 본사, 대학, 의료, 문화, 행정기능과 교통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서울 집값 상승은 주택시장 내부요인으로만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국토의 불균형이 인구와 기업을 수도권으로 집중시키고, 주택가격 상승과 자산격차를 다시 확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주택정책은 국토계획, 도시정책, 산업정책, 교통정책, 교육정책과 결합돼야 한다. 국가공간구조와 장래인구 전망을 먼저 설정하고, 일자리와 공공기관, 기업과 대학, 광역교통과 생활서비스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결정한 뒤 지역별 적정 주택수요와 공급량을 산정해야 한다. 금융과 세제는 이러한 국가공간전략을 지원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검증 가능한 통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예를 들어 전세대출이 증가한 시기에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전세대출이 가격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보유세도 주택가격 대비 세액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공시가격 현실화율, 소득 대비 세 부담, 고령자와 장기 실거주자의 납부능력,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역시 단순히 기존 주택을 철거한 뒤 다시 짓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사업기간 중 발생하는 일시적 멸실과 준공 후 순증 가구 수, 소형·저가주택의 감소, 장기적인 주택 품질 개선, 주변지역 가격에 대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 움직임이 있는데.
보유세와 거래세의 불균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보유세 강화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정책 목적과 세수의 사용처가 분명해야 한다. 목적이 가격안정인지, 자산불평등 완화인지, 지방재정 확충인지, 개발이익 환수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국민은 이를 단순한 증세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거래세와 양도세를 그대로 유지하면 주거이동이 줄고 매물이 잠기는 동결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소득이 적은 고령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생기고, 임대사업자가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대출규제와 실수요자 보호 간 간극이 있는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6억원과 같은 절대금액 기준의 대출한도는 투기를 억제하기보다 자산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자산이 없는 실수요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택가격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소득, 부채상환능력, 실거주 여부, 생애 최초 구입 여부, 보유주택 수와 지역별 시장위험을 결합해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와 장기 실거주 목적의 주거이동에는 합리적인 금융경로를 열어줘야 한다.
박노일 기자 ro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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