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악 만화 무대로…클래식 선율·배우 가창 ‘귀 호강’
숲속에 버려진 피아노 매개로 소년 카이와 슈헤이 성장 그려
모차르트·소팽 등 익숙한 음악…“대표 넘버 부족” 아쉬움 지적도

창작뮤지컬 ‘피아노의 숲’이 지난 2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1에서 막을 올렸다. ACC재단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공동 기획한 작품으로, 잇시키 마코토의 동명 만화를 세계 최초로 뮤지컬화했다. 마이클 펜티만과 바너비 레이스가 각각 각색·연출과 작곡을 맡았으며, 이진욱 음악감독이 편곡과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작품은 숲속에 버려진 피아노를 매개로 만난 두 소년, 카이와 슈헤이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아들인 슈헤이는 엘리트 교육을 받아왔지만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연주의 즐거움을 잃어간다. 반면 환락가인 ‘끝동네’에서 자란 카이는 악보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지만 숲속 피아노 앞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피아노를 통해 가까워진다. 전직 피아니스트 아지노 소스케는 카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클래식의 세계로 이끈다. 카이는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슈헤이는 그의 자유로운 연주를 바라보며 음악의 의미를 되묻는다. 공연은 원작 초반부를 중심으로 두 소년의 만남과 우정, 음악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을 압축했다.

장면 전환은 암전으로 흐름을 끊기보다 배우들이 중앙 공간을 오가며 시간과 장소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화의 ‘원테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 덕분에 장면들이 끊김 없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다만 공연 내내 낮은 조도가 유지되면서 밝고 활기차야 할 학교 장면이나 코믹한 대목에서도 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는 평도 나왔다.
클래식 음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가장 기대를 모은 부분은 음악이었다. 공연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F장조 K.280’, 쇼팽 ‘녹턴 Op.48 1번 C단조’,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등이 활용됐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기타와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타악기가 어우러진 실황 연주는 관객들에게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막 마지막 넘버 ‘마스터들’이었다. 본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카이가 슈헤이와 아지노를 통해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카이의 머릿속에 모차르트와 쇼팽, 베토벤이 나타나 말을 건네는 듯한 만화적 연출은 그가 느낀 흥분과 경이로움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초연인 만큼 다듬어야 할 지점도 남았다. 1막은 이야기와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전개가 다소 늘어졌다. 특히 아지노의 과거를 다룬 대목이 지루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무대가 다소 단조롭고, 귀에 꽂히는 대표 넘버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다음 공연이 더 기대되는 뮤지컬”이라고 입을 모았다. 피아노라는 특수한 소재를 살린 퍼포먼스와 원작의 스토리·캐릭터를 비교적 충실하게 구현한 점, 클래식 선율과 뮤지컬 넘버를 결합한 시도 등이 의미있었다는 평가다.
김명규 ACC재단 사장은 “이번 공연은 광주와 대구의 공공문화기관이 제작 역량을 모아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초연에서 드러난 성과와 보완점을 면밀히 반영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뒤 2028년께 다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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