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의 중심은 사람”… 인천 운서중, 학생 자치로 싹트는 ‘디지털 시민성’ [인간중심 AI 교육 ④]
학생회 주도 딥페이크 예방 캠페인 등 자치 활동으로 윤리 의식 체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학생들이 읽고 걷고 쓰며 AI와 대화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 올결세 교육을 직접 몸으로 학습하는 기회가 되리라고 판단했다. 도 교육감은 “급변하는 AI의 발전 속에서 학생들이 나다움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올바로, 결대로, 세계로’ 나아가는 맞춤형 교육이 학생 성공 시대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됨 없이 포용하는 AI 교육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의 핵심 교육 정책인 ‘읽기·걷기·쓰기(읽걷쓰)’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학생 중심의 실천적 미래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학생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올바른 윤리 의식을 함양하는 ‘디지털 시민성’ 중심의 패러다임을 도입한 학교도 있다.
2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 새롭게 문을 연 인천 운서중학교는 ‘R.W²(읽걷쓰).-A.I(읽고, 걷고, 쓰고, AI로 잇다)’라는 독창적인 교수학습 모델을 전 교과에 도입해 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첨단 기술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인간의 태도와 윤리적 주도성에 방점을 찍은 점이 핵심이다.
■ “학생들이 스스로 룰을 정하다”… 학생 자치로 싹트는 디지털 시민성
운서중의 AI 교육 가장 큰 뼈대는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디지털 시민 의식의 함양이다. 운서중은 학생들이 무비판적으로 기술을 수용하지 않도록 AI 활용 수업 과정에서 ‘AI 성찰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스스로 따져보고 논리적 오류를 점검하며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기른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딥페이크 등 AI의 어두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행사와 캠페인을 주도하는 ‘자치 활동’으로 시민성을 기르고 있다. 운서중 학생회와 자율 동아리는 자발적으로 ‘디지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었다. 또 학교 각 층 중앙에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알리는 체험형 캠페인 부스를 교내에 직접 꾸려 운영했다. 동아리 활동 역시 능동적이다. 학생들은 ‘AI 기자단’, ‘디지털 솔루션 랩’, ‘말랑말랑 AI 연산소’ 등 다채로운 디지털 연계 자율 동아리를 구성해 사회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AI 디버깅 토론 등을 거치며 주도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안미경 교사는 “우리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준비, 실천까지 하는 것이다”라며 “물론 선생님들 역시 토론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주지만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길러 AI 시대에 걸맞는 인재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 국어부터 체육까지… 전 교과로 스며든 맞춤형 AI
운서중의 수업교실 수업 풍경도 타 학교와는 사뭇 다르다. 운서중은 AI 코스웨어를 전 교과에 접목해 학생 개개인의 성취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춘 개별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수학 시간은 운동장에서 직접 걷기 실험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AI 분석 도구에 입력하여 일차함수 그래프를 도출하고 여기서 발생한 오차의 원인을 인간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융합 수업을 진행한다. 체육 시간에는 AI 기반 디지털 체육시설을 통해 학생들의 신체 동작을 분석하고 실시간 자세 교정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이 직접 데이터를 읽고(Read), 지역사회를 체험하며 걷고(Walk), AI와 협업해 통찰의 기록을 쓰는(Write) 실천적 학습이 정착된 것이다. 이는 읽고 걷고 쓰는 활동을 AI의 기술과 결합,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다.
황다찬 학생은 “종전 교과서 위주의 수업 방식보다 AI를 접목한 수업이 훨씬 흥미롭고 몰입이 잘 된다”며 “특히 미술 시간에 AI를 활용해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기획해 본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교에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인 만큼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이런 방식의 수업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교장이 직접 만든 ‘지각송’… 소통으로 허문 벽
운서중은 아침 등교 시간과 교직원들의 퇴근 시간도 독특하다. 매일 아침에는 ‘지금부터 지각이에요’라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진다. 모두 김성오 교장의 작품이다. 그는 운서중이 신설 학교로서 갖는 현실적 한계와 우려를 이같은 적극적인 소통과 솔선수범으로 극복했다.
운서중은 학교 자체 예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AI 선도학교 및 중점학교 운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디지털 칠판 등 필수 인프라를 구축했다. 더불어 전 교직원이 코엑스 등에서 열린 교육박람회에 1박 2일 워크숍으로 참여하며 기술 도입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딱딱한 훈화나 지시 대신, 김 교장이 직접 AI 도구를 활용해 ‘딥페이크 예방송’, ‘지각 체크송’, ‘퇴근송’ 등을 제작해 교내에 선보여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권위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친숙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기술의 실용성을 체감하게 하자, 학생과 교사 모두 거부감 없이 긍정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수용하는 분위기를 안착시켰다. 이제 운서중의 학생들은 지각송을 흥얼거리며 AI 기술에 녹아들고 있다.

■ 테마가 있는 공간 혁신과 학부모 동반 성장
운서중은 물리적인 교육 공간 역시 학생 맞춤형으로 혁신했다. 1층은 학생들의 정서 안정을 위한 예술 공간으로, 2층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개방형 독서존(읽기)으로 구성했다. 3층은 체육관 및 당구장과 연계해 신체 활동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체험존(걷기)으로, 4층은 성장 기록을 전시하고 나누는 집필존(쓰기)으로 꾸며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 역시 단순한 참관자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주체로 동참한다. 25명 규모로 꾸려진 학부모 동아리는 인공지능 시대의 미디어 윤리 도서를 함께 읽고, 자녀와 주말 디지털 디톡스 걷기 캠페인을 실천하며 가정 내 올바른 미디어 사용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김 교장은 “AI 기술이 기업과 사회의 핵심 전략이 된 시대지만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 윤리를 철저히 따지듯 AI 활용에 있어서도 확고한 윤리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디지털 시민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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