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나와야죠”…고달픈 인생의 무게
고물상 밀집 지역 가보니
체감온도 35.3도 폭염경보
찜통 더위에도 폐지 주워
하루 종일 벌이 8천-1만원

“더워도 집에만 있을 순 없죠. 나와야 한 푼이라도 더 버니까요.”
27일 오전 폭염경보가 발효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용봉동 고물상 밀집 지역. 이날 최고기온은 34.7도, 체감온도는 35.3도까지 치솟아 그야말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고, 골목에서는 리어카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종이상자와 빈 병이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챙 넓은 모자와 긴팔 옷으로 온 몸을 가린 노인들은 고개를 숙인 채 골목을 오가며 버려진 종이상자와 재활용품을 하나씩 리어카에 실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춰 거친 숨을 내쉬기도 했다.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 쉬던 이들은 도로 옆 나무 그늘에 들어서야 손수건으로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훔쳤다.
그렇게 도착한 고물상 앞에는 폐지를 싣고 온 리어카들이 차례로 멈춰 서 있었다. 노인들은 저울 위에 폐지를 올려 무게를 달고 정산을 마친 뒤 다시 텅 빈 리어카를 끌고 골목으로 향했다. 아침보다 심해진 무더운 날씨였지만 일을 마치는 사람은 없었다.
골목골목 폐지를 수거하는 김모(83·여)씨도 이날 오전 5시부터 골목을 돌며 종이상자를 모았다.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훔친 김씨는 뜨거운 햇볕에 몇 걸음 걷다 그늘에 잠시 멈춰 섰지만 오래 쉬지는 못했다.
김씨는 “밖에 나와야 사람도 만나고 하루 벌이라도 보탤 수 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이 생활을 시작한 김씨의 하루 벌이는 8천-1만원 정도다. 이날 오전 내내 모은 폐지는 4천원 정도의 값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폐지 가격은 ㎏당 60원 안팎에 불과해 리어카를 가득 채워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고물상 앞에서 빈 리어카를 정리하던 박모(79·여)씨도 다시 골목으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박씨는 “아침 일찍 나와도 금세 햇볕이 뜨거워진다”며 “덥다고 쉬면 그날은 수입이 없다. 힘들어도 오늘 할 일은 오늘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고물상 관계자도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어르신들이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부터 움직인다”며 “잠깐 쉬었다가 다시 나가는 모습을 하루에도 여러 번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광주 5개 자치구는 폭염에 취약한 폐지 수거인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자원재생활동단’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는 폭염이 집중되는 7-8월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폐지 수거 대신 행정복지센터 인근 청결활동 등을 수행하며 20만원의 활동수당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과 함께 지원 대상 확대와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은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원재생활동단 운영은 환영하지만 지원 대상을 법적 노인에 한정할 경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 등은 여전히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인 지원 대상 확대 및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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