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너무하다 했더니” 숨겨진 이유 있었다…진짜 문제는 ‘기온’이 아니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7. 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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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뜨거운 열기로 인해 노랗게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여름 더위, 갈수록 더 힘들다’

장마철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찾아온 무더위. 매년 찾아오는 폭염이지만, 적응은 쉽지 않다. 해마다 “올해가 가장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한국 여름의 평균 기온 또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계에 찍힌 숫자는 우리가 체감하는 고통을 온전히 반영해 주지 않는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점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현재 여름 날씨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가 머금고 있는 ‘수분’. 한국의 여름은 원래 고온다습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강도가 더 거세지고 있다는 것.

특히 2020년대 들어 습도 등 여름 습기의 강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 매년 여름,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인간이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으로 열기를 피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가 기상청 종관기상관측(ASOS) 데이터를 토대로, 1980년대 이후 서울관측소의 월별 기온을 분석한 결과, 2020년대(2020~2025년)의 여름(6~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5.91도로 2010년대(2010~2019년) 평균(25.39도)과 비교해 0.5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온 상승 추세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1980년대 여름 평균 기온은 23.85도로 2020년대 평균과 비교해서 2.06도가량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최근 40년간 여름 기온이 2도가량 높아졌고, 최근 10년간 0.5도가량 높아졌다는 것.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기로 인해 온습도계 뒤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전체 기온 변화에서 평균 0.5도 상승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체감하는 여름철 날씨 변화를 고려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체감 더위는 단순히 ‘기온’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온은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습기 지표의 반등이 크게 나타난 영향이다.

서울의 여름 평균 상대습도는 2010년대 68.77%에서 2020~2025년 74.39%로 5.6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중 실제 수증기의 양을 보여주는 수증기압 또한 12%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여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공기에 더 많은 수증기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서울 중구 서울로7017 고가교에서 양산을 쓴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체감 더위와 밀접한 이슬점 온도 또한 같은 기간 18.58도에서 20.55도로 2도가량 상승했다. 이슬점 온도는 공기 중 수증기가 포화상태가 돼 물방울이 맺히는 기준 온도를 말한다. 상대습도와 달리 기온 변화의 영향을 덜 받아 공기 중 실제 수증기량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슬점 온도가 높을 경우,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불쾌감이 높아진다. 통상적으로 16도 이상부터 다소 습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18~20도 구간은 불쾌감이 시작되는 수준. 20도 이상의 경우 땀 배출이 어려워져 불쾌함이 느껴지는 것으로 본다.

서울 종로구 북악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도심 일대가 열기로 인해 붉은색을 띄고 있다. 임세준 기자

쉽게 말해, 2020년대 이후 기온 상승폭 그 이상으로 불쾌한 더위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이는 이전까지는 흔히 경험하기 힘들었던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실제 대기 수증기가 관측 기간 중 최상위 수준으로 측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0년 이후 서울 여름의 평균 이슬점 온도를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2025년 21.03도 ▷2023년 21도 ▷1994년 20.83도 ▷2022년 20.73도 ▷2024년 20.7도 등으로, 상위 5개 중 4개가 최근 4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습기 강도가 극심해진 이유 또한 기후변화, 그리고 기온 상승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후변화로 바다와 대기가 따뜻해지면 해수면에서 수증기가 공급되기 쉬워지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난다.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한 시민이 평상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습도가 일정할 때, 기온이 1도 높아지면, 공기 중 수증기의 양은 7%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지구적으로도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했다는 관측 근거가 지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어질수록 서울의 습도가 매년 일률적으로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추세와 같이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대기 중 수증기량 또한 늘어나며 여름철에 느끼는 체감 더위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더 찝찝하고 불쾌한 여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

한편,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서울의 폭염일수는 현재(2020년대) 1년 중 31일에서 2090년대 115.6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3일 중 하루는 극단적 더위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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