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도만 넘어도 치명적인데, 일부 해역은 벌써 30도" [경남 양식장 현장 르포]
연일 치솟는 수온 막기엔 역부족
어류 떼죽음 우려에 어민 한숨만
일단 폐사 시작하면 피해 ‘눈덩이’
고수온에 적조까지 덮칠까 걱정

“사람 잡는 날씨에 그물 속에 갇힌 놈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경남 곳곳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27일 오전 10시께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바다 위 양식장에 발을 디딘 순간 숨이 턱 막힌다. 한낮 체감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바다도 덩달아 달아올랐는지 한증막 같은 열기가 피어오른다. 피할 공간이라도 있는 육지와 달리 그늘 한 칸 없는 이곳에선 서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출하를 앞둔 2년산 조피볼락(우럭) 5000여 마리가 들어찬 수조는 쥐 죽은 듯 고요하다. 표층 수온이 오르자 1도라도 낮은 저층으로 피신한 탓이다. 수심 4m에 설치된 수온계엔 26.3도가 찍힌다. 어장주는 속이 타들어 간다. 양식장 전체에 가림막을 두르고 산소발생기도 가동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치솟는 수온을 막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1ha 규모 어장에서 사육 중인 물고기만 30만여 마리. 지난해 고수온에 이은 적조 창궐로 된서리를 맞았던 어장주는 당시 악몽이 떠오른 듯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그나마 괜찮더니 주말 직전부터 갑자기 올랐다. 열대야처럼 해가 져도 식질 않고, 자정이 돼도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디게 달아오르는 만큼 더디게 식는 바닷물 특성상 일단 폐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다. 겨우 숨이 붙은 것들도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3~4일 후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설상가상 통영을 비롯한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 절반 이상이 고수온에 취약한 한류성 어종이다. 전체 2억 650만여 마리 중 1억 1500만여 마리가 찬물을 좋아하는 우럭과 숭어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제법 버티지만, 이놈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은 속수무책이다.

설상가상 고수온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미세한 환경 변화도 치명적이다. 실제 작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이 한 달 넘게 지속되던 바다에 적조가 덮치면서 경남 앞바다에서만 720만여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떼죽음했다.
이 중 337만여 마리가 적조 피해다. 경남에서 대규모 적조 폐사 피해가 발생한 건 꼬박 6년 만이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여 마리가 폐사한 이후, 2013년 2500만여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2019년 212만여 마리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은 피해가 없어 안심하던 찰나 직격탄을 맞았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6일 ‘고수온 예비특보’를 경남 전체 해역으로 확대하고 사천·강진만 해역은 ‘주의보’로 한 단계 높였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이 2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예비’로 시작해 폐사 한계인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주의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로 격상한다. 경남도는 지자체와 함께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피해 우려 지역에 현장지도반을 배치하는 등 비상 체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