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범벅으로 일해요"…폭염에도 일터 지키는 사람들[르포]

김현재 2026. 7.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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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취약한 야외 노동자의 여름
한낮 체감온도 33도 웃돌고 전국 곳곳 폭염특보 발효
'온열질환 지침'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현실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강민혁 정유진 김태섭 수습기자] “안 덥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가만히 있어도 옷이 땀으로 범벅이 돼요. 그래도 그냥 버티는거죠. 별 수 있나요?”

서울 지역 체감온도 30.5도, 습도가 78%를 오른 27일 오전 8시 20분께 서울 은평구 응암3동의 대림골목시장. 시장 입구쪽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임동윤(33) 씨가 장사 준비를 위해 채소가 담긴 박스를 옮기며 말했다. 아직 햇볕이 내리쬐지 않은 이른 아침이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덥고 습한 공기가 온몸을 죄어왔다. 검은색 민소매를 입은 임 씨의 팔과 얼굴에 금새 땀방울이 맺혔다.

서울의 한낮 체감온도가 30도를 웃돈 27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3동의 대림골목시장에서 상인이 땀을 흘리며 장사하는 모습(사진=강민혁 수습기자)
매장 안에 대형 선풍기가 있지만 임 씨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선풍기 바람의 방향은 철저히 채소와 과일을 향한다. 모든 과일과 채소는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폭염이 이어지는 탓에 반나절만 지나도 채소의 풀이 죽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임 씨가 말했다. 이따금 얼음물을 목 등에 가져다 대거나 시원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임 씨가 폭염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다.

장마가 끝났다. 그 빈자리는 폭염이 차지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행정안전부는 오후 3시부로 폭염 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자연스레 온열질환자도 늘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통계를 보면 지난 일주일(19~25일)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는 모두 289명이었다. 이는 올해 발생한 누적 환자 중 약 22%가 일주일 새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를 비롯해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실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서 주차관리원 정모(60) 씨가 근무하는 모습. 더위를 피할 그늘이 마땅치 않고, 아스팔트 복사열이 올라오는 탓에 정 씨의 옷은 금새 땀으로 젖는다.(사진=정유진 수습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서 주차관리원으로 근무하는 정모(60) 씨는 지난달부터 여벌의 러닝셔츠를 가방에 챙긴다. 근무하다 보면 러닝셔츠가 땀으로 젖어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는 탓이다. 냉감조끼를 입고 햇볕을 막아줄 모자까지 착용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볕이 내리쬐면 몸은 금새 불덩이가 된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1시간을 근무하면 30분을 쉴 수 있다. 그러나 결번이 생기면 이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다. 아스팔트가 복사열을 뿜어내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없지만 이전에 비해 근무환경이 나아졌다고 정 씨는 생각한다.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불어서 땀이 덜 나는 편이야.” 스테인리스 보냉병에 담긴 얼음물을 연신 들이키며 정 씨가 말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31도에 달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대조전통시장에서 볶은 참깨 등을 판매하는 김모(80·여) 씨는 이번 달부터 일주일에 사흘만 가게 문을 연다. 선풍기 1대가 유일한 냉방기기인데,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보랭 가방에 담긴 얼음물과 이온 음료가 김 씨의 유일한 혹서용품이다. “여름이니 더운 것이 당연하지” 김 씨가 무심하게 말했다. “근데 더운 것보다 손님들이 시장을 안 찾는 거, 그게 더 힘들어” 무더위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 시장이 한산해졌다. 김 씨의 속은 더 타들어 간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과 온열질환 예방지침을 내놓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충분히 쉬고, 더운 시간대에는 작업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날 만난 야외 노동자들은 이를 온전히 지킬 여유가 없었다. 쉬는 시간보다 지켜야 할 일터가 더 중요한 탓이다. 차는 볕이 가장 뜨거울 때도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폭염에 손님이 끊겨도 장사는 계속돼야 했다.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조전통시장 상인 김모(80) 씨가 참깨를 볶고 있다. 김 씨의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건 옆에 놓인 작은 선풍기 한 대가 전부다.

김현재 (prese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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