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알아서 카드 긁는다…'에이전트 결제' 30여개국서 본격 시동
AI 권한 위임 에이전틱 커머스
2031년 거래액 1950조원 전망
사람 개입 없는 '기계 간 결제'
코인베이스선 누적 2억건 거래
에이전트 결제 시장 팽창하며
빅테크·카드사·거래소 등 참전
AI 결제표준, 1년새 8개 등장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카드 정보를 토대로 대신 물건·서비스를 거래하는 '에이전트 결제'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금융 결제망 위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열렸다.
27일 국제 결제 네트워크 시장의 90% 이상을 지배하는 비자·마스터카드가 발표한 에이전트 결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서 AI 에이전트 결제에 대해 실거래 수준으로 완료했거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인 국가는 30개국을 넘어섰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스페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대만·홍콩·태국·인도·멕시코·브라질 등은 실제로 기존 카드 결제망을 활용한 결제까지 완료한 상태다. 유럽과 영국,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선 비자의 '에이전틱 레디' 프로그램 등을 통해 통제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마스터카드가 국내 최초로 '라이브 에이전틱 결제'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이동하는 차량 호출 및 결제를 AI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했다.
올해 들어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금융·핀테크·가상자산 기업들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전통 카드 결제망 밖에선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개방형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 'x402' 프로토콜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x402 관련 통계 플랫폼 x402스캔에 따르면 x402 누적 결제 건수는 1억9700만건, 결제금액은 5248만달러, 구매자(AI 에이전트)는 84만5800개, 판매자는 25만개에 달했다.
글로벌 결제·핀테크 공룡들이 AI 결제망 선점에 목을 매는 것은 거대한 시장 규모 때문이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기업 간(B2B) AI 에이전틱 커머스 거래액만 추산해도 올해 9억1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에서 2031년 1조4154억달러(약 195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빅테크와 금융권, 가상자산업계에서 확산 중이다. 실제 웹3 전문 리서치 회사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8개 에이전트 결제 표준 프로토콜이 새로 발표됐다.
에이전트 결제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사람이 AI 에이전트에 쇼핑을 맡기고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다. 다른 하나는 에이전트와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호출, 데이터, 연산력 등을 사고파는 '기계 간 결제(M2M)'다.
에이전트 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는 구글 등 독자적인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빅테크와 비자·마스터카드 등 자사 네트워크로 거래 트래픽을 모으려는 카드사, 코인베이스 등 개방형 표준을 내세운 가상자산업계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글은 가맹점과 AI 에이전트의 통신 규격인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과 결제 권한을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계약 형태로 남기는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비자는 지난해 4월 공개한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를 통해 자체 기술을 비롯해 서비스가 기저에 있는 특정 네트워크 아키텍처, 프로토콜, 물리적 인프라스트럭처에 종속되지 않고 어디서나 동일하게 작동하는 네트워크 애그노스틱(Network-Agnostic) 환경에서 안전한 거래 경험을 구현하는 '인텔리전트 커머스 커넥트'를 함께 운영한다.
마스터카드도 클라우드플레어와 손잡고 가맹점이 코드를 건드리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 트래픽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마스터카드가 지난달 출시한 AP4M에는 아디옌, 코인베이스 등 3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카드와 계좌, 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다중 결제망 정산을 지원한다.
기존 카드 수수료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초소액·초고빈도 M2M 결제 시장을 겨냥한 코인베이스는 이미 작년 5월 개방형 표준 x402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해외 기업들의 결제 주도권 경쟁을 관망하던 한국 금융권도 다급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글로벌 결제·금융·빅테크 기업 140여 곳이 연합한 '오픈스탠더드(Open Standard)'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OUSD(오픈USD)'를 연내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별도 에이전트 로드맵을 내놓지 않던 KB국민·현대·BC·하나·삼성·우리·NH농협카드 등 주요 7개 카드사가 OUSD 컨소시엄에 초기 파트너로 합류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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