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줄이는 지름길, 책에 있죠"

김혜순 기자(hskim@mk.co.kr) 2026. 7. 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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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후 책 전도사로
개그맨 고명환

"보통 소설은 줄거리가 드라마틱하게 진행돼야 재미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성당 하나를 15쪽에 걸쳐 묘사하고 빗방울을 몇 쪽씩 설명합니다."

개그맨 고명환 작가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전체 분량은 5700쪽이 넘는다.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첫 권에서 멈췄던 그는 올해 다시 책을 펼쳐 현재 4권을 읽고 있다.

완독 전략은 단순하다. 하루에 딱 10쪽만 읽는다. 더 읽고 싶어도 멈춘다. 하루 10쪽씩 570일, 약 2년에 걸쳐 완주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작가는 "처음부터 많이 읽으려고 하면 어려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없다"며 "오늘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내일도 다시 책을 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루스트의 소설은 빠른 전개 대신 일상 속 짧은 순간을 길게 붙잡는다. 빗방울과 나뭇잎, 음식 한입에서 느껴지는 맛과 행인의 눈길까지 집요하게 묘사한다. 그는 "책에 빠져들면 평소 보이지 않던 작은 행복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행복감도 평소보다 오래간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시간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고 작가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계기는 2005년 교통사고였다. 그는 "죽음 앞에 가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며 "그때 '왜 개그맨으로만 살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살아난다면 내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찾아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뒤 그가 붙잡은 것이 책이었다. 유튜브도, 인공지능(AI)도 없던 시절이었다. 책은 병실에서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10년 가까이 독서를 이어가던 어느 날 "이 정도면 나도 자기계발서를 쓸 수 있겠다"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오랜 독서로 쌓인 생각이 임계점을 넘은 순간이었다. 이후 첫 책을 썼고 지금은 작가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20년간의 독서 경험과 실천법을 담은 신간 '독서의 기술'을 펴냈다.

경제·경영계에는 독서광으로 알려진 최고경영자(CEO)가 많다. 고 작가는 이는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 서로 다른 개념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생기고 이 능력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고 작가는 "책을 많이 읽는 CEO는 직접 수십 번 실패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머릿속에서 먼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며 "그만큼 실제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특히 은퇴를 앞둔 40·50대에게 독서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퇴직 시점이 빨라지고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상당수 직장인은 회사를 떠난 뒤에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고 작가는 "도서관에 가면 긴 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하루 5분, 한 쪽씩이라도 반복해 2년 동안 습관을 만들면 그 힘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순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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