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맹공에 배수진 친 한진…한진칼 경영권 분쟁 ‘시계제로’

허인회 기자 2026. 7. 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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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한진칼 지분 20.15%까지 확대…조원태 일가와 격차 0.41%p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완료 후 산은 엑시트 시점 최대 분수령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전쟁에서 다시 총성이 울리고 있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20%대로 끌어올리며 공세에 나서자, 한진그룹도 그룹 내 공익재단을 동원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양측 지분 격차가 0%대로 좁혀진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완료되는 연말 이후 한진칼의 경영권 향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칼 본사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한진, 재단 총동원…주식 팔아 한진칼 지분 방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한진그룹 계열의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보통주 259만3934주와 우선주 6932주 전량을 매각하고 약 736억원을 현금화하겠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매각 대금과 보유 자금을 더해 올 연말까지 한진칼 보통주 77만3676주를 사들이겠다고도 밝혔다.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은 기존 1.90%에서 3.06%로 늘어나게 된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을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개선 등'으로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우량 자산인 핵심 계열사(대한항공) 주식을 모두 정리하는 결정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량 처분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진그룹 내 재단의 한진칼 지분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은 올 연말까지 한진칼 지분을 각각 1610주, 1만5862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지분은 기존 1.01%에서 1.02%로, 일우재단은 0.14%에서 0.16%로 확대된다. 그룹 내 가용 자금력을 활용해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1.69%(1289억원)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취득한 곳은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산업이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진칼 주식 1.53%(102만755주)를, 호반산업은 이달 들어 0.17%(11만2145주)를 사들였다.

눈에 띄는 점은 호반산업의 등장이다. 그동안 호반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를 중심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왔다. 여기에 핵심 계열사인 호반산업마저 지분 매수에 뛰어들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를 총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형국이 됐다.

이번 지분 확대로 인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은 20.15%(1345만4674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20.56%)과의 격차는 단 0.41%포인트로 좁혀졌다. 정석인하학원이 약 1020억원을 들여 한진칼 지분 추가 확대에 나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당장은 우호주주로 방어…진짜 승부처는 내년 '산은 엑시트'

호반그룹의 지분 매집 움직임은 매섭다. 호반그룹은 2022년 3월, 호반건설을 앞세워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지분 13.97%를 5640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로 등장했다. 이후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려왔다. 호반그룹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8782억원에 달한다. 평균 매입 가격은 6만원 안팎이다. 최근 한진칼 주가가 1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호반은 공시상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유지했지만, 누적 투자 규모와 지속적인 지분 확대를 감안하면 단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라면서 "특히 최대주주 측과의 지분 격차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는 점에서 향후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경영권 목적의 지분 취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호반그룹과 조 회장 측 지분 격차는 0%대로 좁혀졌지만, 당장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델타항공(14.9%), 한국산업은행(10.56%), LX판토스(3.83%) 등이 조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연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한국산업은행의 자금 회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은 2022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58%를 확보했다.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투자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 일정도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해 5월 국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출자금 회수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향후 한국산업은행의 엑시트(Exit) 시점과 지분 매각 방식이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배 연구원은 "산은은 내년 본격적으로 엑시트를 준비할 것"이라며 "만약 산은의 지분을 호반이 가져갈 수 있다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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