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콩X고질라: 더 라이드 탑승기[여담:旅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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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바를 내리자 심장이 반응했다.
'콩 X 고질라: 더 라이드'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단일 어트랙션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의 투자작이기도 하다.
'파라오의 분노'가 차량 아래 설치된 한 줄의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시설이라면, '콩 X 고질라: 더 라이드'는 고정 레일을 사용하지 않는 트랙리스 방식이다.
콩과 고질라라는 익숙한 캐릭터에 선명한 화면과 움직이는 차량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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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도 할로우 어스의 바위와 생명체가 눈앞까지 밀려왔다. 곧 거대한 콩이 모습을 드러냈다.
콩은 화면 안에 얌전히 머물지 않았다. 콩이 큰 머리와 팔을 휘두르면, 히브는 그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틀었다. 내가 영상을 보고 있는지, 영상 속으로 들어가는 중인지 잠시 헷갈렸다.
콩의 구역을 지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보였고, 고질라가 압도적인 몸집을 드러냈다. 화면과 음향, 히브의 움직임이 한꺼번에 몸으로 몰려왔다. 고질라가 방사열선을 내뿜을 것 같은 기세로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안전바를 움켜쥐었다.
마지막에는 콩과 고질라가 함께 나타났다. 히브도 덩달아 바빠졌다. 몸을 돌리고 방향을 바꾸며 두 타이탄 사이를 빠져나갔다.

“벌써?”
재미있는 놀이기구의 탑승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비현실적이다. 기다리는 20분은 2시간처럼 길고, 탑승한 11분은 5분처럼 사라진다. 아인슈타인이 이곳을 찾았다면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에 최적의 예시를 발견하곤 기뻐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것이다.
11분이 사라진 괴수 탐사 비가 내리던 오후, 롯데월드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어드벤처 3층에 들어선 신규 어트랙션 ‘콩 X 고질라: 더 라이드’였다. 현실은 잠실 한복판이지만 설정상 행선지는 훨씬 아래였다. 지구 표면 밑에 존재한다는 미지의 영역, 할로우 어스였다.
콩과 고질라 가운데 하나만 등장해도 화면이 좁을 텐데 둘을 한꺼번에 불러냈다. 제목 한가운데의 ‘X’가 눈에 걸린다. 두 타이탄이 손을 잡을지, 만나자마자 보이는 대로 때려 부술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괴수들의 예상 행동은 대체로 건물주에게 불리하다는 정도랄까.

할로우 어스는 콩과 고질라 같은 초고대 생명체 ‘타이탄’의 근원지다. 콩은 무시무시한 힘과 지능을 지닌 유인원 계열 타이탄이자 할로우 어스의 수호자. 고질라는 방사열선을 내뿜으며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알파 타이탄이다. 영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에 등장한 시모도 이번 어트랙션에 모습을 보인다.
신입 요원이 타야 할 것은 공중 탐사정 HEAV다. ‘히브’라고 읽는다. 몬스터버스 영화에서 할로우 어스를 비행하는 탐사정으로 등장한 기체다. 이용객은 히브를 타고 지구 아래로 내려가 타이탄의 영역을 조사하게 된다. ‘놀이기구를 탄다’는 말보다 ‘임무를 수행한다’는 쪽이 이곳에는 더 어울린다.
잠실에 세운 몬스터버스 롯데월드에 따르면 레전더리의 몬스터버스를 탑승형 어트랙션으로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다. 권오상 롯데월드 대표는 “영화적인 세계관까지 함께 협업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구현하는 내용도 레전더리 측과 함께 맞춰가며 일체감을 최대한 높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레전더리는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지칭한다. 영화·TV·디지털 콘텐츠·코믹스 사업을 운영하며,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고질라와 콩이 등장하는 영화 세계인 ‘몬스터버스’를 전개해 오고 있다.
콩과 고질라의 이름과 외형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설정과 공간, 타이탄의 움직임까지 레전더리와 협의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레전더리가 몬스터버스를 가지고 어트랙션을 만든 것은 세계 최초다. 다른 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콩 X 고질라: 더 라이드’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단일 어트랙션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의 투자작이기도 하다. 총투자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최대 투자작으로 알려진 ‘파라오의 분노’의 500억 원 규모를 웃돈다는 게 롯데월드의 설명이다.
개발 기간은 약 3년 10개월. 2022년 9월 시작해 2026년 7월 완성했다. 시설 면적은 약 5124㎡이며, 전체 주행 길이는 약 320m다. 8인승 다이내믹 모션 차량 16대가 총 8개 조를 이뤄 움직인다.
영상 설비도 상당하다. 최대 길이 22m의 초대형 화면을 설치했고, 영상 장비 39개를 투입했다. 최대 높이 5m, 폭 11m의 애니매트로닉스도 만날 수 있다. 수치만 들으면 놀이기구라기보다 소형 영화 제작단지의 설계서를 읽는 기분이다.


어드벤처 3층에 도착하자 콩과 고질라가 방문객을 맞았다. 두 타이탄이 서로 마주 보는 대형 그래픽이 입구를 지켰고, 주변은 거친 암벽을 닮은 구조물로 꾸몄다. 실내 놀이공원의 익숙한 분위기는 입구 앞에서 잠시 아웃. 이 안쪽부터는 모나크의 영역이다.
직원들은 회색과 남색을 바탕으로 붉은색 소매를 더한 전용 유니폼을 입었다. 일반적인 놀이공원 근무복보다 연구기지 현장요원의 제복에 가까워 보인다. 입구 안에는 모나크 로고와 ‘MONARCH OUTPOST’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대기 공간에도 연구기지 설정을 꼼꼼하게 넣었다. 벽면에는 배관과 모니터, 연구 장비와 경고 표시가 늘어서 있었다. 큰 두개골과 푸른빛을 내는 생명체 표본도 보였다. 타이탄을 조사하는 시설이지만 취향이 남다른(?) 누군가의 수집실로 보이기도 한다.
테마파크에서 줄을 서는 시간은 늘 길다. 앞 사람의 뒤통수를 오래 관찰해도 새롭게 알아낼 사실은 많지 않고, 결국 휴대전화 배터리가 먼저 지친다. 이곳에서는 대기 시간도 탐사 준비에 포함했다. 모니터와 표본을 살피는 동안 방문객은 기지 안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된다.

탑승장에 들어서자 휴대전화와 카메라는 사물함에 넣어야 했다. 내부에서는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할 수 없다. 괴수를 만나러 가면서 휴대전화를 꺼내지 말라는 당부였다. 타 보면 알겠지만 고질라에게 “사진 한 장만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할 기회는 없다. 눈으로 오래 기억하는 수밖에.
레일 없이 갈라지는 히브 히브 한 대에는 최대 8명이 탄다. 좌석에 몸을 넣자 비클이 생각보다 넉넉하고 편안했다. 안전바가 내려와 몸을 잡아 주었다. 이때부터 슬슬 기대가 긴장으로 바뀌게 된다.
눈에 보이는 레일은 없다. ‘파라오의 분노’가 차량 아래 설치된 한 줄의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시설이라면, ‘콩 X 고질라: 더 라이드’는 고정 레일을 사용하지 않는 트랙리스 방식이다. 기술적으로 훨씬 복잡하다. 두 대의 히브가 한 조를 이뤄 함께 출발한다.
두 대의 히브는 나란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떨어져 제 갈 길을 갔다. 차량이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각자의 구역으로 이동했다. 얼마 뒤 다시 만났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또 갈라졌다.
기명훈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두 비클이 함께 가다가 떨어지고, 다시 붙었다가 또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 번 탑승했다고 해서 전체를 다 본 것은 아니며, 일부 구간은 차량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고 말했다.
어느 히브에 탔는지에 따라 바라보는 방향과 일부 연출이 달라진다는 얘기였다. 그렇기에 한 번 타고 전부 봤다고 말하기 어렵다.

트랙리스의 재미는 다음 이동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바닥에 레일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쪽으로 갈지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두 히브가 나란히 가다가 갈라지면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함께 출발했지만 각자의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화면의 화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초대형 화면에 확대된 콩의 얼굴은 콧털을 셀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3D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도 바위와 나무, 타이탄의 몸이 눈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콩처럼 크기 자체가 중요한 캐릭터는 초대형 화면을 만나자 훨씬 위압적으로 변했다.
영화관에서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본다. 이곳에서는 히브가 화면을 따라 움직이며 관객의 시선을 끊임없이 바꿨다. 화면 안의 공간을 감상한다기보다 그 안을 직접 통과하는 느낌이 강했다. 콩을 구경하러 왔다가 콩이 사는 곳에 들어와 버렸다.
이어 고질라 사마 등장. 큰 몸집과 날카로운 등지느러미, 방사열선을 품은 기세가 화면을 압도했다.
마지막에는 콩과 고질라가 함께 나타나 힘을 더했다. 콩으로 시작해 고질라를 거친 뒤, 두 타이탄이 한꺼번에 모습을 보이며 여정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여행이다. 콩과 고질라라는 익숙한 캐릭터에 선명한 화면과 움직이는 차량이 더해졌다. 공포를 앞세운 시설이라기 보다는 괴수영화 속 모험에 가깝다.
히브에서 내린 뒤에도 할로우 어스는 바로 끝나지 않았다. 콩의 얼굴과 손을 크게 표현한 입체 조형물이 기다렸고, 그 주변에는 암석과 광물을 닮은 구조물이 자리했다. 내부에서 촬영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포토 공간이다.
중앙 공간에는 콩의 손과 배틀액스를 표현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멀리서도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매장은 모나크 로고와 경고선 무늬를 활용해 기지의 장비 보급소처럼 꾸몄다. 방금 전까지 타이탄을 피해 다니던 사람들이 이제 타이탄 키링을 고르고 있다.
다시 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먹거리에도 콩과 고질라가 등장했다. 입구에는 ‘비스트 스테이션’과 ‘타이탄 스낵’이 들어섰다. 대표 메뉴인 ‘비스트 소금빵핫덕’은 검은색 소금빵에 긴 소시지를 넣고 콩의 큰 주먹 모형을 곁들였다.


입구와 대기 공간, 임무 영상, 히브 탑승, 포토존, 굿즈숍, 먹거리는 모두 몬스터버스라는 한 세계 안에 담겨있다. 롯데월드가 만든 것은 콩과 고질라의 이름을 붙인 놀이기구 한 대만이 아니었다.
방문객은 M-42 전초기지에 들어가 임무를 받는다. 히브를 타고 할로우 어스를 탐사한다. 콩과 고질라를 만난 뒤 지상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고, 타이탄 상품과 먹거리를 살핀다. 한 편의 괴수영화 안을 직접 걸어 다니는 방식이다.
몬스터버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콩과 고질라가 어떤 존재인지, 할로우 어스가 어떤 곳인지 탑승 전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랜 팬이라면 모나크 로고와 타이탄의 모습, 세부 설정을 찾아보는 재미가 더 크다.
권 대표는 “레전더리 외에도 여러 IP 홀더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IP를 중심으로 어트랙션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손님만으로 유지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해외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콩과 고질라는 이 고민에 대한 롯데월드의 대답이다. 세계적으로 팬이 많은 몬스터버스를 앞세워 서울을 찾은 해외 관광객이 잠실까지 일부러 찾아 올 이유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행은 꼭 멀리 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익숙한 도시 안에서도 낯선 세계의 문은 열린다. 어떤 문은 산길 끝에 있고, 어떤 문은 바다 건너에 있다. 이날의 입구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에 있었다.
여행은 같은 자리에서 출발해 같은 곳을 다녀와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것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콩의 주먹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고질라의 등지느러미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안전바가 올라가던 순간을 기억한다.
“벌써 끝났나.”
다시 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정해져 있다. 다음에는 다른 히브에 앉아보고 싶다.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가 서로 갈라지는 두 비클처럼, 같은 콩과 고질라를 만나더라도 자리가 달라지면 기억도 달라질 테니까.
내 안의 히브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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