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수욕장은 ‘모두를 위한’ 무장애 공간으로 ‘변신 중’[현장]

박미라 기자 2026. 7. 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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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 올해 무장애 해수욕장으로 첫 시범 운영
수상휠체어 2대 도입···표선해변서 변화 시작
제주 이호해수욕장에 구비된 장애인을 위한 수상 휠체어. 박미라 기자

제주 이호테우 해수욕장에는 올해부터 종합상황실 건물 1층 벽면에 ‘수상 휠체어 무료 대여’라는 문구가 걸렸다. 수상 휠체어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경증 장애인도 보호자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 휠체어다.

지난 19일 찾아간 1층 뒤편에는 넓은 바닥 판 위에 의자가 덧대어져 있고, 물에 뜨는 부력재와 큼직한 부력 바퀴가 달린 수상 휠체어 2대가 비치돼 있었다.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은 누구나 간단한 대여 신청서만 작성하면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다.

해수욕장은 여름철 부담없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찾는 곳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장소다. 백사장 모래밭에 휠체어 바퀴가 파묻혀 이동이 어려운 데다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이호테우 해수욕장이 문을 여는 오는 9월6일까지 ‘무장애 해수욕장’으로 시범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사업비 1120만원을 투입해 물에 뜨는 수상 휠체어 2대와 구명조끼 2세트를 구입해 해수욕장에 상시 비치하고 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은 주차장부터 해변까지의 이동 거리가 짧고 진입로 정비가 잘돼있어 휠체어 이동이 쉽다. 수상 휠체어로 갈아타면 모래 위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이호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대여 실적은 현재 1건”이라며 “이용 방법과 절차를 묻는 전화 문의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올해 시범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용 실적과 사용자 만족도, 개선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다른 해수욕장으로의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여름 표선 해수욕장에서 수상 휠체어를 이용해 바다를 즐기고 있는 모습 . 제주 동부종합사회복지관 김민석 복지사 제공

무장애 해수욕장은 2024년 서귀포 표선 해수욕장에서 시작했다. 당시 표선고등학교 인권동아리 ‘이끼’ 소속 학생들과 동부종합사회복지관이 추진한 ‘무장애 해수욕장’ 프로젝트가 발판이 됐다. 이들은 카카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수중 휠체어와 무장애 매트를 도입해 표선 해변을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 약자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서귀포시도 이에 호응해 주차장 내 장애인 전용구역을 만들고, 휠체어 이동이 쉽도록 진입로를 정비했다. 당시 도입된 수상 휠체어는 올해도 무료로 대여 중이다. 표선 해수욕장에서의 수상 휠체어 이용실적은 지난해에만 25건에 이른다.

이후 제주시에도 무장애 해수욕장 조성이 건의됐고 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호테우 해수욕장에도 수상휠체어가 도입됐다.

다만 과제도 남아있다. 표선고 학생들과 함께 무장애 해수욕장을 기획해 온 김민석 동부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수상 휠체어가 있어도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데는 수영 후 샤워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족 샤워실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공공수영장 등에서도 유아·고령자·장애인을 동반한 가족을 위한 가족샤워실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 사회복지사는 “다음 달 8~9일 열리는 ‘표선 해변 하얀 모래 축제’에 가족 샤워실 체험 부스는 물론 장애인 대상 패들보드 체험과 수화통역 안내원 배치 등 ‘무장애 축제’로 꾸밀 예정”이라며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무장애 해수욕장 확대와 시설 개선, 전담 인력 확보 등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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