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호실적에도 주가 '뚝'...AI 투자 과잉인가?

김세은 2026. 7.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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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나선 미국 빅테크들이 실적 호조에도 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CapEx)이 급증하면서 현금흐름 악화가 가시화되자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들의 자본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크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아마존 주요 빅테크 4개사의 올해 합산 자본지출 규모는 7000억달러(약 10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이 규모가 1조달러(약 14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약화시키며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파벳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지속된 자본지출 여파에 잉여현금흐름(FCF)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간 자본지출 전망치를 20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다음 날 주가는 7% 넘게 급락했다. 이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과 수익화 지연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재무 부담은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7개 기술주(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메타·엔비디아·테슬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 7(M7)’ 지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4.8% 하락했다. 이는 2025년 관세 부과 발표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주요 기술기업의 리스 비용과 주식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재무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1% 상승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17% 하락하며 2022년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자체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기보다 제휴 전략을 선택한 애플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줄인 영향으로 애플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5%, 올해 들어서는 2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8.3% 오른 S&P500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AI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빅테크들의 투자 확대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I 서비스의 수익화 속도가 투자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재무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래드 워든 노무라자산운용 매니저는 "시장이 현재 기업들의 사업 모델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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