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옛 혈맹' 北흔적 희미해진 시리아…'김일성공원'엔 잡초만 무성

김동호 2026. 7. 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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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기념비도 검정 스프레이로 훼손…'김일성거리' 도로명은 아직 남아
前 정권서 北과 유착…알샤라 대통령, 서방과 밀착행보 속 러시아도 접촉
시리아의 김일성공원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공원 내부. 2026.7.27 dk@yna.co.kr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가의 외무부 청사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m, 천천히 걸어도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작은 공원.

도심 한복판 이면도로에 있어서 눈이 잘 띄는 장소지만, 최근 관리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다 싶을 정도로 산책로 보도블록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삐져나온 모습이었다. 수풀에는 온갖 쓰레기도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은 바로 11년 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기리고자 세운 김일성공원이다.

시리아 내전 후 재건 추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를 찾은 기자는 26일(현지시간) 오후 따로 시간을 내 이 공원을 찾았다. 시리아가 옛 정권 때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밀착했던 흔적이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도로명주소 표지판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공원 건너편 아파트. 2026.7.27 dk@yna.co.kr

공원은 주민들에게 개방된 듯 출입구의 철문이 열린 상태였지만, 기자가 이곳에 찾는 동안 다른 방문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도 공원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입구에 공원이 건립된 날짜 '2015.8.31'과 아랍문자와 영문으로 표기된 '김일성공원' 등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안내판이 사라지고 기둥만 남은 상태였다.

2024년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축출된 직후 북한이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고, 작년 4월 시리아 임시정부가 한국과 전격 수교하는 등 외교 관계가 확 달라진 영향이 아닌가 싶었다.

다만 공원 밖으로 나서니 과거 끈끈했던 양국 관계를 짐작할만한 단서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보였다.

공원 표지석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공원 밖 표지석. 2026.7.27 dk@yna.co.kr

공원 맞은편 아파트에 붙은 번지수를 보니 '김일성거리'라는 도로명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길 한가운데에는 공원을 조성했을 때 시리아 당국이 세운 기념비가 남았다. 하지만 "1912년 4월 15일∼1994년 7월 8일, 시리아인의 소중한 친구 김일성 주석" 등의 표현이 새겨진 이 대리석 앞면은 초록과 검정 스프레이 페인트가 뿌려져 원문을 읽기 힘들게 훼손됐다.

인근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던 젊은 남성들은 공원에 대해 질문받자 답변 대신 의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기자가 "나는 대한민국에서 왔는데, 북한을 위해 만들었다는 공원이 궁금해서 와봤다"고 재차 설명하자 그들은 "아" 하면서 표정을 풀었다.

시든 관상용 식물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공원 내부. 2026.7.27 dk@yna.co.kr

20년째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던 한 여성은 과거 동양인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공원이 잘 관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북한은 혈맹으로 불릴 정도로 관계가 좋았다. 2011년 3월 '아랍의 봄' 분위기 속에서 발발해 약 14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을 알아사드 정권이 잔혹하게 탄압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관측과 외신 보도가 계속됐으나, 북한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안내판 사라지고 남은 기둥 (다마스쿠스=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공원 내부. 2026.7.27 dk@yna.co.kr

수니파 이슬람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출신인 아메드 알샤라 임시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옛 정권과 차별화되는 정상국가 행보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동하는 등 옛 정권 때 우방이었던 나라들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8월 31일 공원 건립 행사 [SANA 통신. 재판매 및 DB 금지]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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