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와인 바꿔치기·포상금 편취…검찰, 세관 공무원 구속기소

우빈 기자 2026. 7. 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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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물 폐기' 지휘 건의에 검사가 ‘환부’ 지휘하며 범행 발각

압수된 고가의 와인을 가짜 병으로 바꿔치기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고, 허위 제보자를 세워 밀수 포상금을 챙긴 세관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난 압수 와인을 폐기하지 말고 환부하라고 지휘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직무대리 부장검사 박향철)는 전 서울세관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A 씨와 전 서울세관 조사총괄과 총괄기획팀장 B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팀장급(6급) 특별사법경찰관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근거해 고급 와인 379병에 대한 압수물 폐기 지휘를 건의했다. 그러나 사건을 검토한 검사가 대부분의 밀수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됐음을 지적하며, 폐기가 아니라 '환부'를 지휘하면서 범행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3년 8월 와인업계 종사자 C 씨에게 와인 밀수 사건을 제보받아 고가의 와인 379병을 압수한 뒤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하기 전 진열용 가짜 병(더미 보틀)과 바꿔치기해 판매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접근했다. 이들은 '폐기 지휘를 내릴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줄 로비 자금 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같은 해 8월 C씨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식품 성격의 압수 와인이 성분 검사를 위해 개봉될 경우 상품 가치가 사라져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23년 12월 7일 C 씨에게 '압수물인 와인을 바꿔치기하여 넘겨주고 고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4000만 원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A 씨는 공무원 명의로 밀수 신고를 할 경우 포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리신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여동생 명의로 허위 신고를 해 포상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대리신고는 제보자가 신원 노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세관 공무원이 제보자를 대신해 신고서를 작성하고, 포상금을 수령해 실제 제보자에게 전달하는 제도다.

A 씨는 2022년 3월 동료 세관 공무원으로부터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을 제보받았음에도, 마치 자신의 여동생 D 씨가 제보한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어 해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허위 신고서를 근거로 포상금을 신청해 2023년 3월 국가로부터 75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관세청은 이번 사건으로 대리신고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밀수 신고 절차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대리신고 제도를 폐지했다.

특히  세관 특사경의 비위가 검찰의 수사 지휘 과정에서 밝혀지며,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와 압수물 사법 통제권 필요성에 대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 씨와 B 씨는 당초 압수한 고가 와인 379병 전부를 폐기하려 했다. 그러나 사건을 검토한 검사가 공소시효가 지난 363병에 대해 환부를 지휘하면서 바꿔치기 대상이 16병으로 급감해 와인 바꿔치기 공모는 무산됐다.

계획이 틀어지자 이들은 B 씨가 포상금심사위원회 간사라는 점을 내세워 C 씨에게 밀수 제보 포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거나 나머지 16병의 와인 바꿔치기를 해 주겠다며, 현금 4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C 씨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이들의 범행 전모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와 압수물 사법 통제권 유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 권한을 규정하고 있어 이번과 같이 특사경의 직위를 악용한 부패범죄를 사전 적발할 수 있었지만, 향후 공소청법이 시행돼 관련 권한이 삭제될 경우 이 같은 비위가 묻힐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압수물 처분 주체를 검사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압수물은 몰수 등 형 집행 대상이자 증거물인 만큼 공소 제기와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가 최종 처분권을 가져야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과 협력해 구속영장 신청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지원하고, 적합한 죄명과 법리를 제시했다.

특히 검사는 구속영장 청구 전 A 씨와 B 씨를 직접 대면 면담하며 이들의 변소 내용을 구체화하고 쟁점을 세분화했다. 이어 경찰에 피의자들의 주장을 탄핵할 수 있는 보완 증거 확보를 요구했으며,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기록만으로는 명확하지 않았던 변소 내용을 사전 대면 면담으로 확인해 법원 영장 청구 전 허점을 보완한 결과, A 씨와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됐다.

검찰은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인권 및 적법절차 보장을 위한 책무인 수사지휘를 철저히 하여 직무상 권한을 악용한 부패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부패사범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