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전쟁하면서 인류 구원?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영화로 읽는 세상]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⑥
영화 속 가짜 목사와 진짜 목사
광신에 잠식된 진짜 신자
신앙 자체 믿지 않는 가짜 신자
반복되는 믿음의 끔찍한 비극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악마'들 중에서 두명의 목사는 단연 압권이다. 로이 라퍼티(Roy Laferty·해리 멜링 분)는 정식 신학교육을 받고 안수받은 목회자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를 '목사님'이라 부르며 열광한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사촌인 시어도어와 함께 소외된 지역을 순회하며 부흥회를 여는 풍각쟁이에 가깝다.
![영화 속에 나오는 목사는 진짜와 가짜가 헛갈린다.[사진|넷플릭스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7/thescoop1/20260727101849951xjyx.jpg)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곡마단의 막간 쇼 정도일 이 '거미 쇼'는 광적인 복음주의에 사로잡힌 노컴스티프 신자들(남부침례교와 오순절 교회)에게는 그야말로 신유와 기적으로 비쳐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다. 로이의 포퍼먼스에 '꽂힌' 고아 소녀 헬렌은 그 자리에서 로이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로이는 자신이 창안한 '거미 쇼'에 맛들였는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헬렌과의 결혼 후에도 부흥회 약발이 떨어질 만하면 반복한다. 어느 날 결국 거미 독에 얼굴이 부어올라 방에 숨어지내며 주님께 거미 독을 물리쳐달라고 기도에 매진하고, 마침내 부어올랐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 회복이 자연치유인지 주님의 은총인지는 알 길 없지만, 로이 자신은 주님이 자신의 기도에 응답했다고 믿는다.
로이의 '믿음'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느 날 로이는 헬렌과 사이에 낳은 갓난아기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헬렌과 야외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이끈다. 로이는 오랜만에 시원한 야외로 나와 한껏 행복해하는 헬렌의 목을 준비해 온 드라이버로 느닷없이 찌른다. 경동맥이 파열된 헬렌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로이를 보며 이내 숨을 거둔다.
로이는 헬렌의 시신을 앞에 두고 열정적이다 못해 광적인 '부활의 기도'를 올린다. 거미 독은 자연치유 되겠지만 터져버린 경동맥이 자연치유 될 리는 없다. 로이는 그 자리에서 사촌 시어도어와 함께 곧바로 갓난 딸 레노라도 버리고 도주한다.
노컴스티프 마을 교회의 늙은 목사가 병으로 물러나고 후임으로 프레스턴(Preston Teagardin·로버트 패틴슨 분) 목사가 부임한다. 프레스턴은 로이 같은 떠돌이 풍각쟁이 부흥사가 아니라 정식 교단 소속으로 임명된 '진짜' 목사다.
무자격 로이 목사의 '엽기행각'에 잔뜩 경계심을 높였던 마을 교인들은 로이 목사와는 정반대인 프레스턴 목사의 '빵빵한' 교단과 신학교 배경, 그리고 세련된 용모와 복장 및 '배운 티'에 안도하고 그를 자신들의 진정한 영적 지도자로 받아들인다.
![마가세력을 앞세운 트럼프의 속내는 무엇일까.[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7/thescoop1/20260727102908826utuw.jpg)
프레스턴 목사는 설교단의 권위와 신도들의 맹목적 존경과 추종을 성적 착취의 도구로 이용하는 악마적 포식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추호의 망설임도 죄의식도 없이 마을 처녀들에게 범한 '성 착취' 행각은 처음부터 성 착취가 그가 목사가 된 유일한 목적처럼 보이게도 한다.
레노라는 아버지 로이가 어머니 헬렌의 목을 찔러 죽이고 도주해버려 졸지에 고아가 돼 조부모의 손에 자란 비극적인 10대 소녀다. 프레스턴은 여고생인 레노나를 불러 '너의 믿음을 증명하라'며 '옷 벗기'를 요구한다.
요즘 말 많은 소위 '빤쓰 목사'의 모습이다. 그리고 '신의 뜻'이라며 레노나를 유린하고 임신하게 한다. 프레스턴 목사가 낙태를 강요하자 결국 레노나는 헛간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원작자 로널드 폴록은 로이 목사를 통해서 '신앙과 광기 사이의 무너진 경계'를 보여준다면, 프레스턴 목사를 통해서는 '제도화된 종교 권위가 어떻게 착취 구조로 악용되는가'를 보여준다. 로이는 비제도권이지만 신의 권능을 '진짜' 믿는 가짜 목사이며, 제도권의 프레스턴은 신을 가짜로 믿지만 '진짜 목사'다. 어지럽다.
헬렌은 고아로 자라 정서적 지지가 절실했던 어린 처녀였다. 로이의 확신에 찬 카리스마가 그 결핍을 채워준다. 레노라 역시 오직 신앙의 힘으로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견뎌오던 어린 소녀였다. 헬렌과 레노라 모두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서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도 모를 두 명의 목사에게 희생당한다.
누가 진짜 목사이고 가짜 목사인지는 혼란스럽지만, 헬렌과 레노라가 희생당하는 구조는 결국 '믿음'을 이용해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우리 주변에 사람들의 '믿음'을 쥐고 그 사람들을 흔들어대는 부흥사와 목사가 로이와 프레스턴뿐이겠는가.
일론 머스크라는 부흥사인지 목사인지도 알 수 없는 '비제도권'의 한 인물이 로이의 거미 쇼처럼 'Ad Astra(별을 향하여)'를 외치면서 '화성 이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우주 데이터 센터' '초광속 통신망'이라는 '구원'을 설파하고 다니며 온 지구를 불온한 열광으로 몰아간다.
![우리 주변에 사람들의 믿음을 쥐고 그 사람들을 흔들어대는 이들이 숱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7/thescoop1/20260727101852614sqet.jpg)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제도권'의 권력자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면서 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이란과 전쟁에 매달리면서 그것만이 미국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울부짖는다. 어지럽다.
로이의 거미 쇼와 프레스턴의 성 착취 행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네 온갖 정치인들이 무대 위에서 격정적으로 '구원의 복음'을 토해내는 모습들이 오버랩된다.
저들이 지금 하는 말이 로이처럼 정말 믿고 울부짖는 건지, 그들이 잊을 만하면 벌이는 '삭발 쇼'와 '단신 쇼'가 로이의 거미 쇼인지, 아니면 프레스턴처럼 우리를 착취하기 위한 세련된 사기극인지 종잡을 수 없으니 딱한 일이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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