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만 보지 않는다…LG엔솔, ESS·중저가·차세대 '멀티트랙' 승부
2Q 흑자 전환에도 보조금 제외 1277억원 적자…하반기 ESS가 관건

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부터 소듐이온(SIB),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까지 연구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하고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와 ESS, 소형 전지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특정 기술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가격과 용도, 상용화 시점이 다른 제품을 동시에 준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국내 주요 대학 교수진과 석·박사 학생 등 약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산학협력 콘퍼런스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전고체와 바이폴라, SIB 등 차세대 배터리뿐 아니라 ESS용 LFP,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과제가 소개됐다. 공정 고도화와 소재 다변화, 품질 최적화 등 배터리 제조 전반에 관한 연구 결과도 공유됐다.

프리미엄부터 ESS까지…배터리 시장도 '다품종 시대'
배터리 시장은 하나의 제품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만큼 세분화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소재와 공정 난도가 높고 제조 비용이 비싸 초기에는 프리미엄 전기차나 로봇, 도심항공교통 등 고부가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폴라 배터리는 한 개의 전극 양쪽에 양극과 음극을 배치해 셀을 직렬로 연결하는 구조다. 배터리 내부의 부품과 연결 구조를 단순화해 공간 활용도와 출력 성능을 높일 수 있으나 전극 제조와 밀봉 등에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LFP와 고전압 미드니켈은 전고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점에 전기차와 ESS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LFP는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 변동 위험이 작고 수명이 길며 열적 안정성이 높다. 에너지 밀도는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보다 낮지만 무게와 부피 제약이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ESS에 적합하다.
고전압 미드니켈은 니켈 함량을 낮추면서 전압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고가 금속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보급형 전기차에 필요한 주행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매장량이 풍부한 나트륨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지만 원료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향후 저가형 ESS나 도심형 전기차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2분기 흑자 전환했지만…세액공제 제외하면 적자 지속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 다변화 전략은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실적 개선 작업과도 궤를 같이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전 분기보다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2078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7.0% 감소했다.
한 분기 만에 흑자를 회복했지만 본업의 수익성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 2분기 실적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등 2410억원의 북미 생산보조금 효과가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매출은 7조3193억원, 영업손실은 127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7%다.
북미 전기차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생산라인 전환과 신규 공장 초기 가동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설비 일부를 ESS 생산에 활용하려면 셀뿐 아니라 모듈과 팩 공정도 새로 구축하거나 개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가동 중단과 초기 안정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반기 실적, EV 회복보다 ESS 전환 속도가 좌우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북미 ESS 생산라인의 전환이 마무리되고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하반기 ESS 수주와 실적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ESS 매출이 상반기보다 4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도 미국 전기차 시장의 역성장 폭이 완화되고 일부 고객사가 배터리 재고를 다시 쌓기 시작하면 ESS와 원통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실적 반등의 속도는 전기차 시장 자체의 회복보다 ESS 생산 병목 해소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수주를 확보하더라도 북미 공장의 셀·모듈·팩 생산능력이 동시에 안정화되지 않으면 매출 인식과 생산세액공제 확대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원통형 46시리즈도 실적 개선의 또 다른 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46시리즈에서 100GWh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 누적 수주잔고를 440GWh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향후 양산 물량과 고객사 판매가 확대되면 전기차용 파우치 배터리의 수요 부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30일 올해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북미 ESS 생산라인의 전환 진행률과 하반기 출하 전망, 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한 본업의 흑자 전환 시점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