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막아라” vs “생태계 필요”…실리콘밸리, 中 AI 규제 두고 분열

가성비 좋은 중국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미국정부의 규제 방향을 놓고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중국산 AI를 차단하는 것을 놓고 실리콘밸리가 갈라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오자, 폐쇄형 모델을 주도해 온 AI 선도 기업들과 오픈소스 생태계 및 반도체·클라우드 거물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갈등의 촉발점은 지푸AI(Z.ai), 문샷AI(Moonshot AI)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이 연이어 선보인 고성능 오픈소스 AI 모델들이다. 이들 모델은 미국 최정상급 AI에 육박하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워싱턴 정치권을 상대로 막후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두 기업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의 응답 데이터를 수집·학습시키는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방식으로 핵심 기술을 부당하게 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 안보 및 기술 유출 위험을 명분으로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의 유통과 접근을 제한하는 엄격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거대의 자본을 투입해 자체 독자 모델을 개발해 온 이들로서는 저가의 중국산 오픈 모델 확산이 자사 수익 모델과 시장 지배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팔란티어 등 빅테크 및 벤처캐피털 25개사는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성급한 오픈소스 규제를 반대하는 공동 서한을 전달했다. 20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한 ‘소형 테크 협회’(Little Tech Association)이는 단체도 중국산 오픈 모델 접근을 제한하지 말라는 서한을 제출하며 전선이 확대됐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자신의 첫 엑스(X) 게시글을 통해 “세계는 첨단 폐쇄형 모델과 첨단 오픈 모델 둘 다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역시 젠슨 황에 이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건강한 AI 생태계에 필수적”이라고 응수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이들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규제할 경우, AI 혁신 동력이 떨어지고 특정 거대 독점 기업에만 이익이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클라우드 및 반도체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로서는 더 많은 개발자가 AI 모델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개조할수록 칩 구매와 클라우드 사용량이 늘어나는 구조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미 재무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도 이번 논쟁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AI 기술을 유일무이한 국가적 지적재산(IP)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안보적 명분과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미국 테크 생태계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산업적 우려가 팽팽히 맞서기 때문이다.
NYT는 “실리콘밸리를 수년간 양분해 온 AI 개발 철학의 차이가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변수를 맞아 폭발 지점에 도달했다”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기술 봉쇄 전략이 실리콘밸리 내부의 상반된 이해관계와 부딪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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