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29년 가상 보유하면 원금 99%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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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7월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과 광고를 잠정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16개 상품이 거래를 시작한 지 50일 만이다.
SK하이닉스의 연 변동성은 62%로 웬만한 지수의 2배를 넘는다.
헨드릭 베셈바인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월 0.79% 성과 누수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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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자는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이름에서 분산투자를 떠올린다.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개별 기업의 위험을 줄이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는 동일 종목 투자 한도를 자산의 30%에서 100%로 풀었고,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건도 없앴다. 파생상품을 포함한 위험 노출은 200%까지 허용했다. 바구니를 산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달걀 하나와 그 무게를 2배로 키우는 장치가 들어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상품명에 'ETF'를 쓰지 못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동성 커질수록 수익 줄어
더 큰 함정은 2배의 기준이다. 이 상품이 약속한 것은 투자 기간 전체 수익률의 2배가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다. 매일 기준점을 새로 잡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뒤 반등해도 손실을 만회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시장 가격은 7월 1일 3만1875원에서 이튿날 30.87% 떨어진 2만2035원이 됐다. 3일 24.35% 반등했지만 2만7400원에 그쳤다. 30% 넘게 빠진 뒤 24% 올랐다면 얼추 되돌린 것 같지만, 이틀간 손실은 약 14%다. 하락률과 원금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상승률은 대칭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에서 반토막 난 돈은 2배가 올라야 겨우 본전이다.이 현상이 누적되면 어떻게 될까. 이번엔 SK하이닉스의 실제 주가를 토대로 이를 매일 2배로 추종하는 가상 상품을 만들어봤다. 2002년 6월부터 다음 해 7월까지 1년 남짓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16%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2배 레버리지 상품은 68% 손실을 봤다. 1000만 원을 투자했으면 본주는 1163만 원이 됐겠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319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가 상승했어도 투자금의 3분의 2를 날린 것이다(그래프 참조).
SK하이닉스가 상장된 이후부터 올해까지 29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결과는 더 극적이다. 1997년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배당을 제외하고도 10배 넘게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은 8.4%였다. 그러나 같은 주가를 매일 2배로 추종한 가상 상품의 수익률은 연평균 -19.6%였다. 원금 99.8%가 사라져 1000만 원이 1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원인은 큰 변동성에 있다. SK하이닉스의 연 변동성은 62%로 웬만한 지수의 2배를 넘는다. 이론적으로 원금이 깎이는 폭은 변동성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 경우 해마다 원금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진다. 게다가 이 계산에는 운용 보수와 거래 비용도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수익률은 더 나빴을 개연성이 크다.

하루에 투자금 60% 잃을 수도
마르코 아베야네다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은 2010년 'SIAM 저널 오브 파이낸셜 매스매틱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장기 수익이 기초자산의 수익뿐 아니라, 그동안 겪은 변동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수식으로 증명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아도 중간에 얼마나 흔들렸느냐가 결과를 바꾼다는 뜻이다.수익률이 갉아 먹히는 폭은 대체로 변동성의 제곱에 비례한다. 연 변동성이 30%면 해마다 9%p, 40%면 16%p가 사라진다. SK하이닉스처럼 60%를 넘나드는 종목이라면 그 폭이 30%p를 웃돈다. 목적지를 제대로 골라도 험한 길로 가면 연료가 먼저 바닥나는 것이다. 비용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운용사는 현물과 선물, 스왑 등을 활용해 매일 위험 노출을 2배로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매매 비용과 선물 갈아타기, 자금조달 비용이 따라붙는다.
헨드릭 베셈바인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미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월 0.79% 성과 누수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매일 노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0.26%p, 보수와 거래 비용에서 0.53%p가 발생했다. 월 0.79%는 적어 보여도 이를 1년간 굴리면 9.9%에 이른다. 이 결과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작업논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총보수 숫자만 보고 실제 비용 부담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물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완전히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상품 구조를 이해하는 투자자가 며칠간 방향성 거래나 위험 회피 목적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금융산업규제국도 상품 거래를 막는 대신, 하루 단위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됐다는 점을 거듭 경고한다. 문제는 기업의 장기 성장을 믿고 몇 달, 몇 년을 보유하려는 사람이 이를 그저 화끈한 주식쯤으로 오해할 때 생긴다.
투자하기 전에 3가지만 자문해보자. 첫째, 내가 맞히려는 것은 이 회사의 10년 성장인가, 아니면 내일의 주가 방향인가. 둘째, 하루에 투자금 60%를 잃어도 버틸 수 있는가. 국내 하한가가 30%이니 2배 상품은 이론상 하루에 그 2배를 잃는다. 셋째, 그렇게 반토막이 난 다음에도 팔지 않고 견딜 자신이 있는가. 하나라도 답이 막힌다면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위험은 2배로 떨어지는 데 있지 않다. 주가 전망이 맞아도 내 계좌는 틀릴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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