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배우 아내의 화려한 복귀, 뿌듯하고 대견해요”

김명희 기자 2026. 7.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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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선규를 만났다.

스크린 밖에서 마주한 배우 진선규는 특유의 선한 인상과 겸손한 말투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라기보다, 따뜻하고 무해한 '옆집 남편'이자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온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2004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함께 만든 동료들, 그리고 한예종 연극원 동기이자 아내인 배우 박보경이었다.

사실 촬영할 때는 공명, 김지석 배우와 주로 붙어 다녀서 정작 아내 역할의 배우분들은 몇 회차밖에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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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이웃 같은 배우 진선규

자신과 꼭 닮은 착하고 허당기 많은 캐릭터로 돌아온
배우 진선규를 만났다.

스크린 밖에서 마주한 배우 진선규는 특유의 선한 인상과 겸손한 말투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라기보다, 따뜻하고 무해한 '옆집 남편’이자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온다. 실제로도 그는 자신을 닮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대중과 호흡해왔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안겨준 '극한직업’의 마봉팔 형사부터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달짝지근해: 7510’의 병훈과 '외계+인 2부’의 능파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주연 영화 '카운트’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복싱 스승 시헌으로 분했고, 2025년 드라마 'UDT: 우리 동네 특공대’에서는 HID 대테러부대 출신 동네 청년회장 곽병남 역을 맡아 유쾌한 웃음을 전했다.

지금의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기까지 그에게도 긴 무명의 시간이 있었다. 경남 진해 출신인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에 합격해 상경했지만 마땅한 거처가 없어 봇짐장수처럼 친척 집을 전전하기도 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일주일 가까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지하철에서 쓰러지기 일쑤였던 시절도 있었다. 주변에서 왠지 도와주고 싶다며 '짠규’라 부르던 시절을 지나, 2000년 연극 '보이첵’으로 데뷔하고 2004년 영화 '안녕, 아리’로 스크린에 발을 디딘 뒤에도 오랜 시간 이름 없는 배우로 버텨야 했다. 그 긴 무명의 터널 끝에서 만난 작품이 바로 영화 '범죄도시’였다. 그는 서슬 퍼런 흑룡파 2인자 위성락으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2004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함께 만든 동료들, 그리고 한예종 연극원 동기이자 아내인 배우 박보경이었다. 쌀이 떨어졌다는 아내의 말에 좌절하기보다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여전한 사랑꾼이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레이디 두아’ 등에서 활약 중인 아내를 두고 "내가 잘되는 것보다 아내가 행복한 게 가장 좋다"고 말할 정도다. 2010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두 사람은 최근 청룡시리즈어워즈 남녀조연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이 올랐다. 진선규는 인스타그램에 "우리 부부에겐 기적 같은 일"이라며 케이크 인증 사진을 올렸다.  

그가 이번에는 본연의 무해한 매력과 꼭 닮은 '딸 바보’ 캐릭터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전남편 황충식과 현 남편 이민석(공명)이 얼떨결에 힘을 합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극이다. 진선규가 연기한 황충식은 현장에서는 빠른 수갑 체포술과 뛰어난 수사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마약반 에이스 형사지만, 딸 앞에서는 한없이 무장 해제되는 반전 매력의 인물이다. "실제로도 딸에건 무조건 예스맨"이라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이 느껴졌다.

실제로는 '딸 바보’ 그 이상 

‘남편들’ 시사회에 동반 참석한 진선규·박보경 부부.  
작품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코미디라는 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각자 웃음 포인트가 달라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데, 워낙 재밌게 촬영했고 주변 반응도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극 중 캐릭터가 진선규 씨 실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모든 사람이 일상과 전문적인 영역이 조금씩 다를 텐데, 이번엔 실제 제 모습을 많이 빗대어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특히 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인물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사랑’이거든요. 그런 따뜻한 설정과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현 남편 역할은 누가 하느냐"고 물었더니 '극한직업’에서 호흡을 맞췄던 공명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명이한테 전화해서 "대본 읽었냐, 어떠냐" 물었더니 "재밌다"고 하길래, "너 하면 나도 같이한다! 우리 코미디로 다시 한번 만나는 것도 너무 좋겠다"면서 의기투합하게 됐죠. 

"분위기 메이커 윤경호, 든든한 리더 같은 김지석"   

공명 씨와는 이미 코미디로 큰 성공을 거둔 조합인데,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당연히 있었죠. 아무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코미디 영화라는 기준점(‘극한직업’)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고, '그거에 비해 별론데’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앞서 류승룡 선배와 영화 '아마존 활명수’를 했을 때도 그런 시선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런 우려를 다 감안하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전작보다 더 잘해야지, 뭔가를 더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에 매몰되기보다는, 이 이야기 안에서 감독님이 상상했던 그림과 스타일을 잘 공유해서 영상으로 예쁘게 그려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황충식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요.

직업적으로는 범인을 잡는 똑똑하고 유능한 에이스 형사지만, 그 외적인 영역에서는 '허당기’가 있는 인물로 해석했어요. 현실에서도 아주 전문적이고 똑똑한 분들이 의외의 빈틈이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허당스러움’을 저는 딸에 대한 애정 표현, 즉 '딸 바보’ 같은 모습으로 풀고 싶었어요. 현재 실제 제 삶에서도 저는 거의 딸의 종이거든요(웃음). 형사로서는 여러 명을 한 번에 때려잡는 수갑 체포술을 가졌고 촉도 좋지만, 일 외적으로는 피를 무서워하거나 높은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는 면들을 조금씩 녹여내며 인간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두 분 외에도 김지석, 윤경호, 강한나, 이다희, 전소민 등 배우 라인업이 화려해요. 

완성된 라인업을 보고 일단 너무 재미있겠다 싶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정말 구멍 없이 능력치가 촘촘한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제 부족한 부분들을 현장에서 기꺼이 드러내고 싶었어요. 서로 잘하는 것만 내세우기보다는, 제가 못하는 빈틈을 보여주면 다른 캐릭터가 그 자리를 채워주면서 팀 작업으로서의 시너지가 여실히 좋게 날 것 같았죠. 사실 촬영할 때는 공명, 김지석 배우와 주로 붙어 다녀서 정작 아내 역할의 배우분들은 몇 회차밖에 못 봤어요. 그런데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니까, 정말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바퀴들이 잘 굴러가게끔 연기를 훌륭하게 해주고 계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믿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함께 작업하면서 발견한 동료 배우들의 매력이 있다면요.

전소민 씨는 '런닝맨’에서 만난 적이 있어서 예능 이미지가 떠올랐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미안할 정도로 준비를 너무 잘 해오셨더라고요. '역시 배우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경호 씨는 존재 자체로 현장 분위기를 너무 좋게 만들어줘요. 저는 말하는 톤이 약간 다큐멘터리나 기독교 방송 같은 진중한 느낌이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경호는 분위기를 예능처럼 재밌게 잘 이끌어가요. 마지막 창고 안에서 일주일 내내 밤샘 액션신을 찍을 때 모든 배우가 대기하느라 지쳤는데, 경호가 있으면 다 같이 깔깔대고 웃느라 힘든 줄을 몰랐죠. 본인도 힘들 텐데 주변을 배려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보기보다 액션을 잘해서 놀랐습니다. 상대를 배려해서 동작을 탁탁 끊어주는데, 몸이 유연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석 씨는 스마트하고, 리더 자질이 있어요. 제가 리허설하는 걸 지켜보곤 "형, 여기는 이렇게 정리하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덕분에 저도 모르게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지석이를 쳐다보며 의견을 구하듯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명이는 '극한직업’ 이후로 사석에서 자주 만났는데, 이번 작품을 함께하며 '마냥 막내가 아니라 탄탄한 배우로 자리 잡았구나’ 하고 느꼈어요. 최근 드라마 '은밀한 감사’까지, 작품들이 잘돼서 부럽기도 하고 대견합니다.

넷플릭스 ‘남편들’에서 코믹 액션 연기를 선보인 김지석, 
넷플릭스 ‘남편들’에서 코믹 액션 연기를 선보인 윤경호. 
넷플릭스 ‘남편들’에서 코믹 액션 연기를 선보인 진선규. 

"한예종 총동문회장, 하루빨리 감투 벗고 싶어"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오르며 '극한직업’이 3위로 내려갔는데요.

배우들끼리는 단체 톡방에서 "그래도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아직 우리가 1등이잖아!"라며 위안을 삼고 있어요(웃음). 솔직히 순위가 밀렸을 때 아주 조금은 마음에 스크래치가 나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3위권 안에 있으니까 괜찮지만, 나중에 또 밀려서 4위로 내려가게 되면… 그땐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웃음).

꾸준히 액션 작품을 하는 이유와 체력 관리 비법이 궁금합니다.

액션은 몸이 받쳐주고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제 얼굴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액션을 안 할 수 없기도 하고요(웃음). 운동은 원래 좋아해서 러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애들이랑 같이 노는 것 자체가 다 운동이 돼요. 

한예종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 일로도 많이 바쁠 것 같아요. 

사실 감투를 쓰고는 있지만, 학교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보니 동문회 활동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어요. 다들 예술 관련 직종이라 각자의 바운더리에서 활동하느라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일단 저를 이 자리에 앉혀주신 취지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졸업생들을 한곳으로 좀 모아보자’는 것이었고, 지금은 그 스타트를 끊으며 어떻게 동문회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타자를 열심히 치고 있죠(웃음). 하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감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빨리 다른 분에게 이 자리를 전달하고 싶습니다(웃음).

박보경 배우의 활약을 지켜보는 소감도 궁금합니다. 

팔불출 같아 보이겠지만(웃음),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아내가 조금씩 좋은 작업들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아요. 촬영하러 갈 때마다 너무 행복해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다 뿌듯합니다. 앞으로 아내가 더 자주 나가면 좋겠어요. 저는 아이들 라이딩도 해주고, 아내 대사도 맞춰주면서 열심히 서포트할 생각입니다.

#진선규 #남편들 #윤경호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사진출처 진선규 인스타그램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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